관객 700만명 넘기며 흥행몰이
“비결? 즐거운 오락영화니까
여운까지 있으면 재미있었을까
저 좀 놀게 내버려두세요”
“비결? 즐거운 오락영화니까
여운까지 있으면 재미있었을까
저 좀 놀게 내버려두세요”
‘도둑들’ 최동훈 감독
“어제 (김)윤석 선배한테 문자가 왔어요. ‘진짜 (관객 수에서) <타짜>를 깼네요. 이럴 때 술 한 잔 해야 하는데’라고요.”
전날 ‘마카오박’(김윤석)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걸 알기라도 하는지, 8일 인터뷰 도중엔 ‘뽀빠이’(이정재)가 최동훈(41·사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영화·광고 촬영 때문에 바빠 모이진 못하지만 <도둑들>의 배우들은 최 감독을 중심으로 하여 끈끈하게 묶여 있는 듯했다.
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도둑들> 최동훈 감독의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퍼져 있었다. 안 좋을 수가 없을 테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도둑들>은 이날까지 759만 관객을 맞았다. 국산·외국 영화를 통틀어 올해 국내 개봉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다. 10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최 감독은 <도둑들>의 첫 번째 흥행 비결로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오락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도둑들>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니까, 사람들마다 취향껏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영화의 재미를 키운 것 같고요. 촬영 때 스태프들도 ‘김혜수파’와 ‘전지현파’ 혹은 ‘김해숙파’, ‘마카오박파’와 ‘뽀빠이파’로 나뉘었거든요.”
<도둑들> 성공의 공을 아내이자 제작자인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에게도 돌렸다. “가장 좋은 의논 상대죠. 저를 긍정적으로 자극해요.” 연애 시절 <타짜>를 준비하던 무렵에도 데이트할 때 그는 안 대표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그의 지적대로 작품을 손봤다. “감독이 완벽하진 않아요.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인데, 위험하다 싶을 때 튜브를 띄워주는 구실을 (아내가) 해 주는 거죠.” 이번 <도둑들>에서도 안 대표는 “구상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가 ‘재미는 있는데 여운이 없다’는 일부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묻자 “<도둑들>은 오락영화”라고 잘라말했다. “영화가 모든 걸 다 할 순 없잖아요. 재미있는데 여운까지 있으면… 아카데미상을 받겠죠.(웃음) 영화마다 각자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영화가 모든 걸 다 담을 순 없어요. <도둑들>에다 여운을 심으려고 했으면, 재미있었을까요? ”
영화 밖에서 배우들이 쌓아온 매력과 이미지에 영화 속 캐릭터가 얹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질문에는 “(김)혜수씨는 정마담(<타짜>)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고, (전)지현씨도 사람들이 모르는 면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 배우의 고유한 매력을 찾아내려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전우치>로 15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그는 <도둑들>로 ‘1000만 관객’ 영화감독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 4편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의 ‘중요한 감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칭찬’과 함께 ‘비판’까지 품고 가는 건 그에게 주어진 과업일지도 모른다.
“(비판을 받을 땐)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지점을 찾아내는 게 사람들의 심리구나 싶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다음엔 더 잘 찍어야죠. 2편을 찍어야 하나?”(웃음)
최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마다 항상 첫 번째로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란 질문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스토리 이외의 ‘알 수 없는 것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게 어렵죠.” 그에게 ‘재미있는 영화’란 생명력이 긴 영화다. “아주 여러 번 볼 수 있는 영화죠. 저도 특색 있고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봐요. 40번씩 볼 때도 있으니까요. 한 영화가 만들어져서 세월을 견디고 오래 살아남아 나중에 또 볼 수 있게 되길 바라죠. 그게 재미예요. 그때마다 재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무지막지한 꿈이죠.”
그는 진지함은 쏙 뺀 대신 ‘재미있는 것들’로 꽉 채워진 영화들이 저평가되는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낸다. “우리나라는 코미디를 가치 없다고 생각하고 빨리 씹고 버리는데 큰 문제라고 봐요. 저는 영화에 있는 가벼움과 하찮음도 정말 사랑해요. 가끔은 사람들이 왜 ‘재미를 재미로 못 느낄까’란 의문도 들고요. 진한 눈물이나 사회비판적인 시선이요? 아직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저 좀 놀게 내버려두세요’라고요.”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고, 4편은 필모그래피(작품목록)로는 민망해서 10편은 찍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최동훈 감독에게 “최고작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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