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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정지영 감독 “영화가 힘들어 나가는 사람이 생길지도…”

등록 2012-08-13 19:07수정 2012-08-15 09:00

정지영 감독 ‘남영동’을 말하다
“‘김근태 고문’ 영화 찍은 이유? 군사독재 끔찍함 보이려”
“영화의 90%가 대공분실 배경
고문의 영혼 파괴 전달하고파
11월에 개봉…희생 돌아보자”
“이 영화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 도중에 나가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영화 장면의 90%가 전기고문·물고문이 자행된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란 한 공간에서 벌어진다. 이렇게 고문 자체만을 다룬 영화는 외국에서도 찾기 어렵다. 정지영(66) 영화감독은 “고문 장면을 찍으면서 내가 고문당하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고문 피해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냐”며 “고문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 끔찍함을 관객들의 피부에까지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15일까지 열리는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정 감독과 지난 11일 충북 제천시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았다. 지난 4월부터 한 달 동안 영화 <남영동>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찍었다는 그는 “대선 전인 11월에 개봉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후반작업을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영동>은 올해 초 사법부와 기득권 세력의 비상식을 겨눈 <부러진 화살>로 관객 342만명을 모은 정 감독의 신작이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9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담은 자전 수기 <남영동>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부러진 화살>에서 변호사로 나왔던 배우 박원상이 김근태 역인 김종태를, 이경영이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 역인 이두한을 맡았다. 영화는 2005년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김근태 상임고문이 구속 수감 중인 이근안 전 경감을 면회하는 ‘고문 이후’의 장면도 재현한다.

정 감독은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유인태·이학영·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유신·군사정권에서 고문당한 정치인들과,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 간첩이 되어버린 일반 고문 피해자 등 24명의 인터뷰 증언도 영화 뒷부분에 넣었다”고 했다. 김 상임고문 아내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 역으로, 대사없이 특별 출연한다.

정 감독은 오래 전부터 이근안 전 경감을 소재로 한 영화를 구상하다, <남영동>을 읽고 “더는 늦추지 말자”며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문’과‘김근태’를 2012년이 가기 전에 불러내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근태 같은 분들의 고통과 싸움을 거쳐 오늘의 민주주의 시대에 이르렀잖아요. 그런데 과거의 아픔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죠. 유신·군사 독재정권에 향수를 느끼고 환상을 품는 사람들마저 있고요.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며 이 시대까지 왔는지 다시 돌아보자는 거죠.”

정 감독은 “아직도 남북 분단을 이용하는 세력들에게 속지 말자는 것도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는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옥죌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제 발언도 영화 대사로 등장한다.

영화의 순제작비는 4억원. 배우들은 수익이 나야만 출연료를 받는 러닝개런티 조건으로 출연했다. 정 감독은 “상업영화로 극장배급이 되면 좋겠다”며 “배급업자들이 이 영화에 부담을 느끼면 독립영화 형태로 배급하거나, (834명의 배급위원들이 개봉비용을 후원한) 다큐 영화 <두 개의 문>처럼 배급위원단을 꾸리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상씨가 없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영화”라며 “물 고문을 찍으며 배우에게 고통을 주는 게 너무 잔인했고 힘들었다. 이래서 고문영화를 만들지 않는구나 느꼈다”고 토로했다. 박원상씨는 평소 물 공포증이 있는데도 고문 피해자 역을 수락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왜 또 꺼내들었나’란 시선들 앞에 다시 섰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젊은 감독들이 이런 소재에 도전한다면 내가 하지 않죠.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나라도 하는 겁니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면, 내가 용기를 내겠다는 거죠.”

제천/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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