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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피나 바우슈가 말했죠…단점도 아름답다고

등록 2012-08-13 20:22

피나 바우슈(1940~2009)
피나 바우슈(1940~2009)
부퍼탈 무용수 김나영씨가 본 3D 다큐멘터리 영화 ‘피나’
‘부퍼탈’ 이끈 거장 무용가 숨진뒤
친구 빔 벤더스가 영상으로 되살려
감정 파고든 ‘탄츠테아터’ 작품들
단원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교차
부퍼탈 무용단 무용수 김나영(48)씨
부퍼탈 무용단 무용수 김나영(48)씨
“단점도 보여줄 수 있으면 아름다움이 될 수 있어. 우리 모두 아픔이나 단점을 다 갖고 있잖아. 감추는 건 아름답지 않아.” 피나 바우슈(1940~2009·위 사진)는 그가 이끈 독일 무용단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수들에게 항상 ‘솔직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부퍼탈 무용단 무용수 김나영(48·오른쪽 사진)씨는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기억했다. 1997년부터 피나 바우슈와 인연을 맺은 김씨는 영화 <피나>(30일 개봉)에서 장미처럼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입 주변엔 빨간 립스틱을 번지도록 칠한 채, 브라질을 소재로 한 <아쿠아>를 춘다.

<피나>는 무용계에 굵직한 획을 그은 독일의 무용가 피나 바우슈를 기억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돈 컴 노킹> 등을 만든 독일 영화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했다. 부퍼탈 무용단원 23명은 카메라 앞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피나에 대한 기억을 풀어 놓는다. 1분이 채 안 되는 인터뷰를 하고는 피나 바우슈의 작품을 춤춘다. 주로 <봄의 제전>, <카페 뮐러>, <보름달>, <콘탁트호프> 등의 장면이다. 실사 100%의 3디(D) 기술로 찍은 화면에선 흙이 먼지처럼 흩날리고(<봄의 제전>), 물방울이 춤을 추듯 튀어 오른다(<보름달>).

1985년 <카페 뮐러>를 보고 피나의 열렬한 팬이자 친구가 된 빔 벤더스는 오랫동안 그의 안무를 영화화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몸짓과 감정을 부족함 없이 담아낼 방법이 없었다. 고심하는 동안 3디 기술이란 새 영상화법이 영화계에 등장했다. 2007년에 영화 제작이 시작됐다. 2009년 피나가 폐암 선고를 받은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단원들이 ‘피나를 위해’ 나섰다. 단원들은 빔 벤더스 앞에서 피나와의 인연을 되새기며 새로 춤을 췄다. ‘피나 없이 만드는 피나 영화’의 탄생이었다. 영화 속 연습실에서의 모습과 <카페 뮐러>의 일부 영상 등에 피나는 잠깐씩 등장한다. “영화에서 슬픔이 느껴진다면, (영화를 찍은 시점이) 피나가 돌아가신 직후이기 때문일 거예요. 슬픈 마음이 컸어요.”(김나영)

피나 바우슈의 작품을 3디(D) 영상에 담아낸 영화 <피나> 가운데 <콘탁트호프>의 한 장면. 백두대간 제공
피나 바우슈의 작품을 3디(D) 영상에 담아낸 영화 <피나> 가운데 <콘탁트호프>의 한 장면. 백두대간 제공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쿠바 음악가들의 음악과 삶을 존경과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따라갔던 빔 벤더스는, 이번에는 간접 증언과 춤의 재현을 통해 피나 바우슈란 예술가에게 헌정품을 남긴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실제론 부끄럼과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춤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피나와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영상 언어로 아름다움을 비범하게 나타내는” 빔 벤더스는 닮았다.

빔 벤더스는 영화에서 피나를 단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의 작품을 이해한다. 영화 중반 등장하는 <콘탁트호프>는 빔 벤더스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예다. 댄스장을 배경으로 사랑, 그리움, 좌절 등 남녀 간의 감정들을 표현한 <콘탁트호프>는 1978년 초연됐다. 2000년에는 전문 댄서가 아닌 65살 이상의 노인들이, 2008년엔 10대 청소년들이 댄서로 등장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공연했던 세 개의 판이 영화에선 청소년, 중년, 노년의 얼굴로 수시로 교차하면서 접합돼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여지도 생긴다. 영화는 피나가 남긴 흔적이 쉽게 사라지거나 끊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피나가 없다고 무용단을 떠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무용수들이 일렬로 줄을 선 채 같이 걷다가, 어슴푸레한 들판 저편을 바라보다가, 다시 같이 걷는 <카네이션>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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