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멸(42) 감독
‘4·3항쟁’ 영화제작 기금 모으는 오멸 감독
고 김경률 감독 뜻이어 4년째
“피신했던 큰넓궤 답사때 충격”
온라인 ‘텀블벅’서 제작비 모금
고 김경률 감독 뜻이어 4년째
“피신했던 큰넓궤 답사때 충격”
온라인 ‘텀블벅’서 제작비 모금
“형이 이제부터 총제작 지휘를 맡는 거야.”
독립영화계의 오멸(42·사진) 감독은 지난해초 선배인 고 김경률 감독의 묘소를 찾아 담배 한 개비를 꽂고서 구천에서나마 총제작 지휘를 해달라고 빌었다. “부끄럽지 않게 ‘4·3항쟁 영화’ 만들게요.”
김 감독은 2005년 처음으로 4·3을 다룬 독립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제작했으나, 2008년 40살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그의 유지를 이어 지난해 4·3 영화 제작에 뛰어든 오 감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4·3 당시 피신처였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동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등에서 추위와 싸우며 촬영했다. “형도 예전에 엄청 고생했거든요. 우리 출연진도 동상에 걸릴 만큼 심하게 고생했어요.”
오 감독은 <어이그 저 귓것> <이어도> <뽕돌> 등을 잇따라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제주 출신인 그는 지역문화축제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4·3을 만났고, 어릴 때 놀던 곳들이 4·3의 아픈 역사가 어린 지역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4·3 영화의 제목은 <지슬>이다. ‘감자’라는 뜻의 제주어다. ‘지실’이라고도 한다. 오 감독은 “4·3 당시 굶어죽지 않으려 먹을 것이라곤 감자밖에 없었다. ‘소울 푸드’(영혼의 음식)나 다름없다. 영화에서는 죽음만이 아니라 희망을 심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는 4년 전 주민들이 피신해 살았던 큰넓궤를 답사한 뒤 4·3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캄캄한 굴 안의 이미지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떠올렸다.
어려움도 많았다. 제주지역의 열악한 촬영 환경 때문에 군인으로 출연한 배우들과 기술팀을 모두 다른 지방에서 섭외했다. 제작비 확보는 지금도 난제다. 1억5천만원의 제작비 가운데 제주도영상위원회에서 3천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나머지는 후원금이나 개인 빚으로 충당해야 한다.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온라인 모금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japaripotato)을 통해 제작비를 기부받고 있으나, 목표액 1천만원의 60% 수준에서 주춤해 있다. 목표액이 채워지면 제작자에게 일괄 이체되지만, 미달하면 아예 무산된다. 그래도 오 감독은 “후회 없는 4·3 영화를 만들어 4·3 영령들에게 바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영화 <지실>은 오는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았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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