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아름다운 또는 동화같은
비극, 아름다운 또는 동화같은
<파드레 파드로네>로 197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이탈리아 감독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 두편이 함께 개봉한다. 82년작인 <로렌조의 밤>과 93년작 <피오릴레>가 8월19일부터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상영된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받는 소년의 성장담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파드레 파드로네>에 비해 두 작품은 형제의 장기인 시적인 리얼리즘을 더욱 극적으로 완성시킨 걸작들이다. 진중한 주제의식에 짓눌리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이탈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화면, 여기에 절묘하게 결합한 우아한 음악이 ‘장인’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밝은 화면속 비극적 운명
참혹한 전쟁속 소박한 사람들
우아한 음악 어우러져
‘시적 리얼리즘’ 걸작 탄생 <피오릴레>는 200년에 걸쳐 한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가족들의 갈등, 복수를 그린 서사극이다. 생전 처음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두 아이에게 아버지가 전하는 가문의 내력을 삽화식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1797년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폴레옹 군대의 금화상자를 운반하던 프랑스 군인 쟝과 농부의 딸 엘리자베타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 엘리자베타의 오빠는 금화상자를 훔쳐 달아나고 이로 인해 쟝은 총살당한다. 엘리자베타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오빠라는 사실을 모른 채 복수를 다짐하고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다. 100년 뒤 엘리자베타의 후손들은 조상이 훔친 황금 덕에 부유한 명문가의 자손들로 거듭나지만 장남인 알렉산드로는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 엘리사의 사랑을 방해해 여동생으로부터 독살당한다. 황금이 내린 가문의 저주는 2차대전 때까지 대대로 이어지면서 후손은 부유하지만 끊임없이 어긋난 사랑을 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3대에 이은 비극적 사랑과 마지막 장면에서 꼬마의 손에 들려있는 금화 한닢은 불운한 운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토스카나 지방의 전설과 역사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감독은 현재의 시간 속에 과거가 녹아있고 한번 붙붙은 탐욕은 결코 꺼질 수 없다는 윤리적 결론을 도출해낸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화면은 르네상스 회화처럼 밝고 풍요롭다.
반대로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로렌조의 밤>은 황폐한 전장터의 대규모 학살이라는 비관적 배경을 동화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감싼다. 독일군 지배 아래 놓여있던 이탈리아 시골 사람들은 퇴각하는 독일군이 마을을 폭파시킨다는 소식을 듣고, 안전을 위해서 교회를 들어가야 한다는 파와 마을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파로 갈린다.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은 멀리 마을에서 울리는 폭발음을 들으며 집의 바퀴벌레가 박멸됐을 거라고 즐거워 하거나 침대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등 제각각이다. 영화는 등장 얼굴의 클로스업과 멀리서 이들을 찍는 롱숏 장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역사적인 비극을 개인의 주관적 기억 속에 녹인다. 개개인들에게 서로 다른 인상과 기억으로 각인된 역사는 사실적인 기록이 담을 수 없는 삶의 원형질적 생기를 포착한다.
현실과 역사를 중심에 둔 두 작품이 머리보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니콜라 피오바니의 음악 덕이기도 하다. <인생은 아름다워> <아들의 방> 등의 음악을 만들었던 피오바니는 아름다우면서도 적막한 영화의 정서를 공감각적인 것으로 끌어올렸다.
참혹한 전쟁속 소박한 사람들
우아한 음악 어우러져
‘시적 리얼리즘’ 걸작 탄생 <피오릴레>는 200년에 걸쳐 한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가족들의 갈등, 복수를 그린 서사극이다. 생전 처음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두 아이에게 아버지가 전하는 가문의 내력을 삽화식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1797년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폴레옹 군대의 금화상자를 운반하던 프랑스 군인 쟝과 농부의 딸 엘리자베타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 엘리자베타의 오빠는 금화상자를 훔쳐 달아나고 이로 인해 쟝은 총살당한다. 엘리자베타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오빠라는 사실을 모른 채 복수를 다짐하고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다. 100년 뒤 엘리자베타의 후손들은 조상이 훔친 황금 덕에 부유한 명문가의 자손들로 거듭나지만 장남인 알렉산드로는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 엘리사의 사랑을 방해해 여동생으로부터 독살당한다. 황금이 내린 가문의 저주는 2차대전 때까지 대대로 이어지면서 후손은 부유하지만 끊임없이 어긋난 사랑을 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3대에 이은 비극적 사랑과 마지막 장면에서 꼬마의 손에 들려있는 금화 한닢은 불운한 운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토스카나 지방의 전설과 역사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감독은 현재의 시간 속에 과거가 녹아있고 한번 붙붙은 탐욕은 결코 꺼질 수 없다는 윤리적 결론을 도출해낸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화면은 르네상스 회화처럼 밝고 풍요롭다.
비극, 아름다운 또는 동화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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