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워커(28)
영화 ‘링컨…’ 주연 벤저민 워커
“사위의 조언도 잘 듣지 않는 분이에요.”
‘장모님이 평소 연기 조언을 해주느냐’는 물음에, 그는 농담 섞어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장모도 그저 “재미있게 하면 그것이 예술이 된다”는 자신의 연기관을 존중해준다는 뜻이다. 벤저민 워커(28·사진)의 장모는 올해 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63)이다. 그는 메릴 스트립의 딸 메이미 거머(29)와 결혼했다. 세 사람은 연극·뮤지컬에서 먼저 연기력을 탄탄히 다진 배우들이다.
벤저민 워커는 2010년 뮤지컬 <블러디 블러디 앤드루 잭슨>에서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을 연기했다. <원티드> 등을 연출한 카자흐스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이 무대에서 키(191㎝)가 훤칠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력을 지닌 벤저민 워커를 보고, 190㎝가 넘는 장신인 에이브러햄 링컨(1809~65) 대통령 역을 제안했다고 한다.
17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난 벤저민 워커는 “(링컨이 1863년에 한) 게티즈버그 연설을 재현하는 테스트를 받은 뒤, 감독님이 제작사에 (주연 발탁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뱀파이어 헌터란 허구와 링컨이란 역사적 사실이 결합한 흥미로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30일 개봉하는 입체(3D)영화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이 도끼를 든 흡혈귀 사냥꾼이었다는 가상을 다룬다. 링컨은 어린 시절 엄마가 뱀파이어한테 물려 죽자 복수를 노린다. 뱀파이어 헌터에서 대통령까지 오른 링컨은 흑인 노예들의 피를 빨아먹는 미국 남부 뱀파이어들과의 남북전쟁에서 일전을 벌인다.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전개가 상당히 빠르며, “싸우는 장면을 무용이라고 생각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동양무술을 접목한 액션 장면들이 굉장히 유려하다. 들판에서 달리는 수백 마리 말들 위에서 펼치는 뱀파이어와 링컨의 혈투, 기차 위에서 벌이는 결투는 화려한 볼거리다. 다만 ‘뱀파이어들이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나라라는 걸 깨달아서, 아시아·유럽 등으로 빠져나갔다’는 맺음은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도 읽힌다.
링컨의 20대 시절부터 50대까지 연기한 벤저민 워커는 “몸무게도 15㎏을 빼고, 나이 든 분장도 힘들었지만, 링컨이 미국 영웅이어서 액션 히어로로 재해석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링컨이 (실제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누나도 죽는 등) 가족의 죽음과 우울증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다룬 <링컨과 멜랑콜리>와 같은 책들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대통령을 두 차례 연기한 그는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만들었고, 발명가이자 프랑스 여인들과 사랑을 나눈 벤저민 프랭클린을 연기하면 재밌겠다”며 웃었다. 대학 시절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다는 그는 수산시장 등에 들러 한국의 일상을 카메라로 찍고 싶다며 다른 일행의 출국 일정보다 하루 늦춰 19일 떠났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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