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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박수칠 때 떠나라’ 차승원 인터뷰

등록 2005-08-03 19:12수정 2005-08-03 19:16

“일에 집착하는 최연기, 딱 내 모습”-‘박수칠 때 떠나라’ 차승원 인터뷰
“일에 집착하는 최연기, 딱 내 모습”-‘박수칠 때 떠나라’ 차승원 인터뷰
“일에 집착하는 최연기, 딱 내 모습”
“1형식 문장으로만 말해!”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차승원, 아니 최연기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긴 얘기 귀찮고 필요없으니 목적어, 보어 다 빼고 주어, 동사만 가지고 살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만 불라는 얘기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말투로, 더없이 고압적인 자세로 유력한 살인 용의자 김영훈(신하균)을 심문했지만 최연기의 눈빛에서는 강박과 조급함, 짜증과 불안이 읽혔다.

강박증 시달리는 검사 변신
“관객들 기대 휘둘리지 않고
솔직한 연기 보여주고 싶다

차승원은 2일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에 최연기가 나랑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지극히 나다운 데가 많은 역할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일에 집착을 많이 하고, 그게 잘 안 되니까 강압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이날 하루만 벌써 다섯 차례 인터뷰를 했고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을 테지만, 그는 어떤 질문에도 의례적으로 대답하는 법이 없다. “연기도, 인터뷰나 홍보도 나한테는 절실한 일이기 때문에 대충할 수 없다”는 고집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때로는 고압적으로, 쉬운 대답을 피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대로 대꾸한다. 그렇다고 그 눈빛이 완전히 자아도취적이거나 뻣뻣하지는 않다. 영락없는 최연기다.

차승원은 “살면서 안 되는 부분을 못 참는 성격이고, 넋놓고 안 되는 걸 보고 있지도 못하는 성격”이라는 정도로 연기에 대한 욕심과 그 욕심을 채워나가는 자신의 성실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의 ‘징글징글한’ 욕심과 성실함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내내 톱 모델이었던 그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민 1990년대 후반부터 <장미와 콩나물> 같은 티브이 드라마의 주·조연급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고만고만한 탤런트’로 인식해갈 무렵, 그는 <홀리데이 인 서울> <세기말>등 여러 영화에 조·단역으로 얼굴을 내비치며 영화배우의 길을 닦았다. 그리고 2000년 <리베라 메>의 사이코 범죄자로 ‘영화배우 차승원’을 각인시켰고, 2001년부터 <신라의 달밤>부터 2004년 <귀신이 산다>까지 내리 다섯편의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배우’로 인정받게 되자, 그는 올 상반기 <혈의 누>의 냉철한 수사관으로 180도 변신해 또다른 연기를 펼쳐보였다.

“관객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게 분명히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나의 이런 면만 있는 줄 아는 반면, 나한테는 다분히 저런 면도 있다. 기대나 인정 같은 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하지만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그때그때 내가 원하는 작품에서 솔직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마찬가지로, <박수…> 최 검사 역할을 선택한 이유도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솔직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배우가 진정으로 느끼면서 솔직하게 연기하면 관객들도 공감하고 박수친다”는 차승원. <박수…> 가운데 가장 솔직하게 연기한 장면을 물었다. “최연기가 ‘아무도 모르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뒤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이란다. ‘연기를 떠나 상황 자체에 공감이 안 갔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치자 “그럼 뭐 내 연기가 부족했나보지”하며 자기 탓을 한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지금껏 남들 눈치 안 보고 뚝심있게 자기 연기를 밀어부쳤듯 별로 괘념치 않는 눈치다. 그리고 연기 포부를 묻자, 별로 당연하지 않은 얘기를 너무 당연하다는 듯 직설적으로 내리꽂는다. “어떤 배우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도덕적으로나 어느 면으로나 잘 살아야 그게 연기의 살이 되고 자양분이 된다.”

차승원은 9월께부터 스스로 “생활은 없고 멜로만 있는 기존의 멜로 영화와는 다른, 생활이 있는 멜로영화”라고 밝힌 <국경의 남쪽>(제작 싸이더스) 촬영에 들어간다. 차승원과 티브이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을 찍었던 안판석 피디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차승원은 탈북자 역할을 맡았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장진 감독 연극 5년만에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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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 연극 5년만에 영화화
<박수칠 때 떠나라>는 2000년 엘지아트센터 개관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같은 제목의 연극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연극의 희곡·연출을 맡았던 장진 감독이 영화 역시 각본·연출에 직접 나섰다. 당시 연극 공연을 보던 누군가가 “와~! 암전이 한번도 없이 흘러가는 게 꼭 영화 같네”라고 툭 던진 말이 4년 뒤 장진 감독의 머릿속을 다시 한번 때리는 순간 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연극과 영화 두 분야의 벽을 허무는 재주를 가진 장진 감독의 손길 때문일까? 영화와 닮았던 연극은 연극을 닮은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이를 수사하는 과정을 48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보여준다는 설정부터 연극적 요소가 다분하다. 수사본부로 쓰도록 만든 방송 세트장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연극 무대와 다르지 않다. 카메라는 영화 내내 이 제한된 공간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중간중간에 소제목과 함께 연극의 막과 장을 떠올리게 하는 암전이 끼어든다거나 다소 과장된 듯한 일부 대사와 연기 또한 다분히 연극적이다.

그러면서 빠르고 폭 넓은 카메라의 움직임, 적절히 배치된 회상장면 등 영화가 발휘할 수 있는 장점도 살린다. 호텔 객실 안에서 살해된 주검의 발을 클로즈업한 장면부터 시작해 시점이 호텔 바깥 하늘 높이 올라가며 서서히 멀어졌다가, 용의자가 붙잡히는 호텔 입구까지 번지점프를 하듯 뚝 떨어지는 도입부의 카메라 움직임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영화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이후 카메라는 방송 세트장에 설치된 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사 과정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유력한 용의자(신하균)와 담당 검사(차승원)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된 수사는 그러나 새로운 사실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수사진과 시청자들 모두 진실이라고 믿은,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한 상황들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들이 거푸 껍질을 벗고 드러나는 대목에선 스릴러의 긴장감과 함께 사유의 단초마저 던져준다. 우리가 평소 굳건히 믿고 있는 평범한 진실 뒤에 또 다른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청률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방송과 밝혀야 할 세상의 수많은 진실 가운데 입맛에 맞는 것만 집어내 터뜨리는 검찰의 생리를 풍자하는 대목도 꽤나 날카롭다. 다만 영화 막바지에서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모든 걸 보여주며 마무리짓는 대목은 친절한 차원을 넘어 과잉의 느낌을 준다. 11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필름있수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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