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오른쪽)과 주연 배우 김인권(왼쪽)씨. 영상화면 갈무리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 #2]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과 김인권
“어릴 때부터 남을 웃기는 것이 좋았고, 거기서 보람을 느꼈어요.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드는 것이 영화적으로도 좋습니다.”(감독 육상효)
“캐릭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배우 김인권)
영화배우 김인권과 감독 육상효는 영화계에서 ‘코미디 단짝’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이주 노동자 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 <방가? 방가!>(2010)에서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 서로 ‘아바타’라고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로 단짝이 되었다. 최근에는 8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을 다룬 코믹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한겨레TV>가 만드는 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에 두 번째 손님으로 나와 배우와 감독이라는 직업적 관계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과시했다.
[영상/ 크랭크인 #2]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과 배우 김인권
김인권 첫 주연 <방가? 방가!>는 ‘땜빵 캐스팅’
두 사람은 인연을 맺어 준 영화 <방가? 방가!>의 뒷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에서 김인권은 애초 캐스팅된 주연배우가 아니라 이른바 ‘땜빵 캐스팅’이었다. 영화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주연 배우가 ‘못 하겠다’고 빠졌다. 육 감독은 당시 크게 흥행했던 영화 <해운대>에서 인상적인 코믹 연기를 펼쳤던 김인권을 눈여겨봤다.
육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 펀드를 받아 제작하기로 한 영화였는데, <해운대>를 보고 ‘저 친구(김인권)라면 잘하겠다’ 싶었다”며 “당시 ‘땜빵’이라고 말은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인권은 “날 주인공으로 쓸 감독이 어디에 있겠나, ‘얻어걸렸다’고 생각했다”며 “땜빵이지만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육 감독도 “(원래 캐스팅한) 그 사람이었으면 안 됐을 것인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며 “인권이라 백번 잘했다”고 추어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 인연은 ‘땜빵’으로 맺어졌다.
땜빵 인연에서 서로의 아바타로
진행자인 오동진 교수는 “이런 것이 운명이 아닐까 싶다”며 “두 사람을 두고 ‘얼터 에고’(또 다른 자아, 절친한 친구)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관계가 소통과 교류가 잘돼 단짝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김인권은 “처음 만났을 땐 둘 관계가 처참했었는데 점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 감독은 “‘얼터 에고’ 그런 거창한 말보다 인권이가 당시 유행했던 아바타라는 말을 썼다”며 “<방가? 방가!> 할 때는 인권이가 내 아바타였고, 이번 작품(<구국의 강철대오>) 할 때는 내가 김인권 아바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맞장구을 쳤다.
입담 좋은 시나리오 작가, 그러나 영화는 돈 있는 분들이 허락해야
전직 기자이자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육 감독은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촬영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육 감독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를 비롯해 <장밋빛인생>(1994), <금홍아 금홍아>(1995)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 뒤 미국 유학을 거쳐 2002년 <아이언 팜)(차인표, 김윤진 주연)으로 ‘늦깎이 감독’에 데뷔했다.
육 감독과 함께 기자 생활을 했다는 오 교수는 “기자 시절부터 입담이 좋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 그때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으면 벌써 100편은 만들었을 것”이라고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육 감독은 “입담은 내가 개인적으로 결심만 하면 수없이 쏟아낼 수 있지만, 영화는 돈 있는 분들이 허락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감독 육상효, ‘작가 감독’에서 ‘감독 작가’로
화제는 자연스럽게 ‘감독 육상효’으로 이어졌다. 김인권은 “촬영 현장에서 연출하는 모습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유한 분”이라고 말했고, 오 교수도 “인간 육상효는 천성이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육 감독은 “감독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좀 공격적이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무관심한 사람이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에 적합하다”하는 것이다.
김영진 교수는 “시나리오 쓰는 능력에 비해 연출이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방가? 방가!> 첫 장면을 보면서 드디어 이분이 영화감독이 되셨구나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뒷부분으로 가면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권도 “시나리오를 보면 재미있고 구조가 치밀해 ‘시나리오계의 지존’”이라면서도 “주제의식은 뛰어난 데 영화로 잘 와닿지 않는다. 영화인데 책을 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인권은 “<방가? 방가!> 할 때는 ‘작가 감독’이었다면 이번 작품 <구국의 강철대오>에서는 ‘감독 작가’로 더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인다”고 기대를 표했다.
“육상효표 코미디는 속이 깊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두 번째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는 8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가방’(중국음식점 배달원)인 강대오(김인권 분)가 운동권 여대생 서예린(유다인 분)에게 반해 얼떨결에 미 문화원 점거 농성장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뼈대로 삼았다. 물론 다소 무거운 이야기는 육상효 감독의 코믹한 연출과 두 주연 배우인 김인권과 박철민의 코믹한 연기로 적절히 마시지 된다.
오 교수는 “육 감독 영화는 속이 깊다”며 “<방가? 방가!>나 이번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도 설정은 코믹할지 몰라도 각각 소수자 이야기와 우리 사회의 아픈 사건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했다. 육 감독은 “코미디라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웃겨야 한다는 것이다. 웃기지 않으면 이야기가 전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인권은 소맥 특이 식성…“촬영 끝나기 3시간 전부터 물도 안 마셔”
웃겨야 하는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시종 화기애애해야 한다는 것이 육 감독의 철칙이다. 그래서 평택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진행된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술 이야기에 폭소가 터졌다.
“세트장에서 숙소까지 불과 1킬로도 안 돼. 직진을 해야 하는데, 늘 우회전을 하는 거야. 우회전하면 호프집이 있거든. 새벽 세시고 다섯시고, 그 집 주인이 우리가 올 때까지 문을 안 닫는 거야.”
김인권도 “늘 직진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도착하면 호프집”이라고 거들었다. 육 감독은 술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주로 촬영 외 이야기를 한다”며 술과 관련한 김인권의 ‘특이 식성’을 폭로했다.
“주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는 술) 잘 마시는 방법, 촬영 끝나기 3시간 전부터 인권이는 물도 안 마셔. 갈증이 극단적으로 올라왔을 때 소맥을 딱 마셔야…. 공복감을 느끼기 위해 밥도 별로 안 먹고, (소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분이야. 이분이.” 옆에서 듣던 김인권은 “그래야, 첫잔을 맛있게 마시지”라고 웃었다.
비루함, 추리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김인권
오 교수는 ‘배우 김인권’에 대해 “코믹 연기도 잘하지만 비루한 연기, 추리닝 입고 돌아다니는 역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며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늘 영화의 주연이고, ‘저 배우 오래가겠어, 길게 가겠어’라는 느낌이 든다”고 추어올렸다.
김인권도 “실제 인생이 비루했다. 집안이 잘 살다가 쫄딱 망해서 지하방을 전전하며 최하의 바닥 삶을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그렇게 살아서 그런지 생생한 느낌, 본능적인 것을 많이 건드리는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인으로서 배우 김인권과 감독 육상효의 궁극적 지향은 코미디다. 육 감독은 “어릴 적부터 남을 웃기는 것이 좋았고 보람을 느꼈다”며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겠다는 것은 영화적으로 좋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강자의 입장이 아니라 약자로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내 코미디가 의미가 있다”며 영화에 대한 감독으로서 철학을 덧붙였다. “스릴러 액션은 저놈을 내가 죽이고 말 거야 하면 10년 뒤에 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지만, 코미디는 일단 저녁때 술값이 없으면 ‘삼겹살 좀 사라’고 꾄 뒤 왕창 먹고 뒤집어 씌우는 방식이지. 내가 10년 뒤에 널 죽일 거지만 일단 삼겹살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해보자. 이게 인간적인 세상인 거고, 약자들의 방식이라는 거지.”
‘코미디 단짝’의 꿈…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자”
김인권은 “캐릭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며 그 이유로 “내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김인권도 코미디에 대한 배우로서 철학은 똑 부러졌다. “한국 코미디는 너무 말초적이다. 당장 웃기고 두 시간 뒤에 생각이 안 난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김인권은 “육 감독님은 여러 캐릭터가 중구난방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단독 캐릭터 주연을 선호한다”며 “그런 면이 나랑 딱 맞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관계 오래갈 것 같은데”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오 교수는 “좀 더 일찍 만났으면 더 많은 작품을 했을 텐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오 교수는 “작품을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것 보면 사람들이 푸근해진다”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다”고 덧붙였다.
연출/ 이경주, 이규호 피디 leepd@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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