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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방가? 방가! ‘코미디 단짝’ 육상효·김인권 “우린 서로의 아바타”

등록 2012-08-23 13:31수정 2012-08-23 14:23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오른쪽)과 주연 배우 김인권(왼쪽)씨. 영상화면 갈무리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오른쪽)과 주연 배우 김인권(왼쪽)씨. 영상화면 갈무리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 #2]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과 김인권
“어릴 때부터 남을 웃기는 것이 좋았고, 거기서 보람을 느꼈어요.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드는 것이 영화적으로도 좋습니다.”(감독 육상효)

“캐릭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배우 김인권)

영화배우 김인권과 감독 육상효는 영화계에서 ‘코미디 단짝’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이주 노동자 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 <방가? 방가!>(2010)에서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 서로 ‘아바타’라고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로 단짝이 되었다. 최근에는 8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을 다룬 코믹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한겨레TV>가 만드는 영화 전문 프로그램인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에 두 번째 손님으로 나와 배우와 감독이라는 직업적 관계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과시했다.

[영상/ 크랭크인 #2]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과 배우 김인권

김인권 첫 주연 <방가? 방가!>는 ‘땜빵 캐스팅’

두 사람은 인연을 맺어 준 영화 <방가? 방가!>의 뒷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에서 김인권은 애초 캐스팅된 주연배우가 아니라 이른바 ‘땜빵 캐스팅’이었다. 영화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주연 배우가 ‘못 하겠다’고 빠졌다. 육 감독은 당시 크게 흥행했던 영화 <해운대>에서 인상적인 코믹 연기를 펼쳤던 김인권을 눈여겨봤다.

육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 펀드를 받아 제작하기로 한 영화였는데, <해운대>를 보고 ‘저 친구(김인권)라면 잘하겠다’ 싶었다”며 “당시 ‘땜빵’이라고 말은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인권은 “날 주인공으로 쓸 감독이 어디에 있겠나, ‘얻어걸렸다’고 생각했다”며 “땜빵이지만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육 감독도 “(원래 캐스팅한) 그 사람이었으면 안 됐을 것인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며 “인권이라 백번 잘했다”고 추어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 인연은 ‘땜빵’으로 맺어졌다.

땜빵 인연에서 서로의 아바타로

진행자인 오동진 교수는 “이런 것이 운명이 아닐까 싶다”며 “두 사람을 두고 ‘얼터 에고’(또 다른 자아, 절친한 친구)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관계가 소통과 교류가 잘돼 단짝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김인권은 “처음 만났을 땐 둘 관계가 처참했었는데 점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 감독은 “‘얼터 에고’ 그런 거창한 말보다 인권이가 당시 유행했던 아바타라는 말을 썼다”며 “<방가? 방가!> 할 때는 인권이가 내 아바타였고, 이번 작품(<구국의 강철대오>) 할 때는 내가 김인권 아바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맞장구을 쳤다.

입담 좋은 시나리오 작가, 그러나 영화는 돈 있는 분들이 허락해야

전직 기자이자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육 감독은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촬영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육 감독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를 비롯해 <장밋빛인생>(1994), <금홍아 금홍아>(1995)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 뒤 미국 유학을 거쳐 2002년 <아이언 팜)(차인표, 김윤진 주연)으로 ‘늦깎이 감독’에 데뷔했다.

육 감독과 함께 기자 생활을 했다는 오 교수는 “기자 시절부터 입담이 좋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 그때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으면 벌써 100편은 만들었을 것”이라고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육 감독은 “입담은 내가 개인적으로 결심만 하면 수없이 쏟아낼 수 있지만, 영화는 돈 있는 분들이 허락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감독 육상효, ‘작가 감독’에서 ‘감독 작가’로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 영상화면 갈무리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육상효 감독. 영상화면 갈무리
화제는 자연스럽게 ‘감독 육상효’으로 이어졌다. 김인권은 “촬영 현장에서 연출하는 모습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유한 분”이라고 말했고, 오 교수도 “인간 육상효는 천성이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육 감독은 “감독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좀 공격적이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무관심한 사람이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에 적합하다”하는 것이다.

김영진 교수는 “시나리오 쓰는 능력에 비해 연출이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방가? 방가!> 첫 장면을 보면서 드디어 이분이 영화감독이 되셨구나 생각했다”면서도 “그래도 뒷부분으로 가면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권도 “시나리오를 보면 재미있고 구조가 치밀해 ‘시나리오계의 지존’”이라면서도 “주제의식은 뛰어난 데 영화로 잘 와닿지 않는다. 영화인데 책을 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인권은 “<방가? 방가!> 할 때는 ‘작가 감독’이었다면 이번 작품 <구국의 강철대오>에서는 ‘감독 작가’로 더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인다”고 기대를 표했다.

“육상효표 코미디는 속이 깊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두 번째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는 8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가방’(중국음식점 배달원)인 강대오(김인권 분)가 운동권 여대생 서예린(유다인 분)에게 반해 얼떨결에 미 문화원 점거 농성장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뼈대로 삼았다. 물론 다소 무거운 이야기는 육상효 감독의 코믹한 연출과 두 주연 배우인 김인권과 박철민의 코믹한 연기로 적절히 마시지 된다.

오 교수는 “육 감독 영화는 속이 깊다”며 “<방가? 방가!>나 이번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도 설정은 코믹할지 몰라도 각각 소수자 이야기와 우리 사회의 아픈 사건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했다. 육 감독은 “코미디라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웃겨야 한다는 것이다. 웃기지 않으면 이야기가 전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인권은 소맥 특이 식성…“촬영 끝나기 3시간 전부터 물도 안 마셔”

웃겨야 하는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시종 화기애애해야 한다는 것이 육 감독의 철칙이다. 그래서 평택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진행된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술 이야기에 폭소가 터졌다.

“세트장에서 숙소까지 불과 1킬로도 안 돼. 직진을 해야 하는데, 늘 우회전을 하는 거야. 우회전하면 호프집이 있거든. 새벽 세시고 다섯시고, 그 집 주인이 우리가 올 때까지 문을 안 닫는 거야.”

김인권도 “늘 직진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도착하면 호프집”이라고 거들었다. 육 감독은 술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주로 촬영 외 이야기를 한다”며 술과 관련한 김인권의 ‘특이 식성’을 폭로했다.

“주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는 술) 잘 마시는 방법, 촬영 끝나기 3시간 전부터 인권이는 물도 안 마셔. 갈증이 극단적으로 올라왔을 때 소맥을 딱 마셔야…. 공복감을 느끼기 위해 밥도 별로 안 먹고, (소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분이야. 이분이.” 옆에서 듣던 김인권은 “그래야, 첫잔을 맛있게 마시지”라고 웃었다.

비루함, 추리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김인권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주연 배우 김인권씨. 영상화면 갈무리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주연 배우 김인권씨. 영상화면 갈무리

오 교수는 ‘배우 김인권’에 대해 “코믹 연기도 잘하지만 비루한 연기, 추리닝 입고 돌아다니는 역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며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늘 영화의 주연이고, ‘저 배우 오래가겠어, 길게 가겠어’라는 느낌이 든다”고 추어올렸다.

김인권도 “실제 인생이 비루했다. 집안이 잘 살다가 쫄딱 망해서 지하방을 전전하며 최하의 바닥 삶을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그렇게 살아서 그런지 생생한 느낌, 본능적인 것을 많이 건드리는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인으로서 배우 김인권과 감독 육상효의 궁극적 지향은 코미디다. 육 감독은 “어릴 적부터 남을 웃기는 것이 좋았고 보람을 느꼈다”며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겠다는 것은 영화적으로 좋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강자의 입장이 아니라 약자로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내 코미디가 의미가 있다”며 영화에 대한 감독으로서 철학을 덧붙였다. “스릴러 액션은 저놈을 내가 죽이고 말 거야 하면 10년 뒤에 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지만, 코미디는 일단 저녁때 술값이 없으면 ‘삼겹살 좀 사라’고 꾄 뒤 왕창 먹고 뒤집어 씌우는 방식이지. 내가 10년 뒤에 널 죽일 거지만 일단 삼겹살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해보자. 이게 인간적인 세상인 거고, 약자들의 방식이라는 거지.”

‘코미디 단짝’의 꿈…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자”

김인권은 “캐릭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며 그 이유로 “내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김인권도 코미디에 대한 배우로서 철학은 똑 부러졌다. “한국 코미디는 너무 말초적이다. 당장 웃기고 두 시간 뒤에 생각이 안 난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김인권은 “육 감독님은 여러 캐릭터가 중구난방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단독 캐릭터 주연을 선호한다”며 “그런 면이 나랑 딱 맞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관계 오래갈 것 같은데”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오 교수는 “좀 더 일찍 만났으면 더 많은 작품을 했을 텐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오 교수는 “작품을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것 보면 사람들이 푸근해진다”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다”고 덧붙였다.

연출/ 이경주, 이규호 피디 leepd@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은?

〈한겨레TV〉 영화 전문 프로그램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
〈한겨레TV〉 영화 전문 프로그램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
<한겨레TV>가 제작하는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이하 ‘크랭크인’)은 솔직 담백한 영화인들의 거침없는 리얼 토크를 표방한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미도 솔솔하다. 라디오에 ‘2시 탈출 컬투쇼’가 있다면 ‘영화판 컬투쇼’를 추구한다.

연출을 맡은 이경주 피디는 “개봉 영화의 프로모션을 위해 짜인 대본에 답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뻔한 웃음만 선사하는 그런 영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와 영화인들의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오동진 교수(동의대학교 영화학과 초빙교수)와 김영진 교수(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영화 평론가이자 둘 다 영화 전문 잡지의 기자를 지낸 영화계의 마당발이기도 하다.

‘절친’이기도 한 두 진행자는 “때론 날카롭게, 때론 부드럽게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영화인들의 진짜 이야기를 찾아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크랭크인은 매주 수요일 〈한겨레TV〉(www.hanitv.com)와 아이튠스 팟캐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 링크: <한겨레TV> 크랭크인 http://www.hanitv.com/?mid=tv&category=9621
☞ 링크: 크랭크인 아이튠스 팟캐스트 http://itunes.apple.com/kr/podcast/odongjin-gim-yeongjin-keulaengkeu/id5537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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