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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한국영화 6년만에 최대 호황…‘도둑들’ 등 7편 400만명 넘어

등록 2012-09-02 20:09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점유율 평균 55.6%로 외화 눌러
관객수 7105만…연말 1억 돌파 점쳐
추석연휴 개봉 ‘간첩’ 등도 기대
한국 영화 기세 앞에서 외화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도둑들>이 관객 1300만명을 향해 가고 있고, 범죄스릴러 <공모자들> <이웃 사람>은 최근 개봉하자마자 ‘1일 관객 순위’ 1·2위로 올라섰다. 1~8월까지 국내영화 관객점유율이 60% 가깝게 오르면서 ‘한국 영화 전성시대 도래’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총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 비중도 60%에 이르는 등 제작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영화인들의 시름도 깊다.

국내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올해 7~8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59.6%에 이르렀다. 특히 8월 한달은 70%를 기록했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관객몰이에 나서는 시기인데도 관객 10명 중 7명은 외화가 아닌 한국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지난 2월 75.9%에 이은 최다 기록이다. 1~8월 평균 점유율도 55.6%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 영화는 <왕의 남자>와 <괴물> 두 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한 2006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해 63.6%까지 치솟았던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007~2010년엔 외화에 밀려 50%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51.8%로 회복한 데 이어 올 들어 상승 국면을 확실히 다지는 모양새다. 8월 말 현재 <도둑들>을 비롯한 7편이 관객 400만을 넘겼다.

<도둑들>과 <범죄와의 전쟁>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쪽은 “지난해 말 시작된 시장 상승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한국 영화가 흐름을 이끌면서 시장 자체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봄 <부러진 화살>이 300만명을 넘긴 데 이어 <댄싱퀸>과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차례로 400만 이상을 모았다. 여름 극장가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경쟁에서도 한국 영화가 우위를 점했다. <연가시>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밀리지 않았고 <도둑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넘어 123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400만명을 넘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0만~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분위기를 돋웠다. <화차>(243만)는 손익분기점을 두 배 이상 넘겼고, <러브픽션>(172만), <은교>(130만), <후궁>(263만) 등이 선전했다. 8월22일 개봉한 <이웃 사람>도 8일 만에 손익분기점 140만명을 넘겼다.

한국 영화 강세는 지난해와 견줘도 뚜렷하다. 올 1~8월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49.3%)보다 6% 이상 높아졌다. 관객수도 올 1~8월 7105만명이 들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5260만명)보다 1800여만명 증가했다. 한국 영화 호황기였던 2006년 1~8월(점유율 61.2%, 관객수 6191만명)과 비교해도, 점유율은 조금 낮지만 관객수는 1000만명가량 많아졌다.

현재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올 한해 한국 영화 관객은 2006년 기록인 9174만명을 넘어 1억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병헌의 첫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김명민의 <간첩>, 김수로·이제훈의 <점쟁이들> 등이 추석 극장가 관객몰이에 나선다. 12월에도 화제작이 몰려온다. 설경구·손예진의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는 제작비 100억원대 대작이다. 5·18 유가족이 가해자인 전직 대통령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26년>과 임순례 연출, 김윤석 주연의 <남쪽으로 튀어>도 기대를 모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의 황동미 연구원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전체 관객수가 늘어난 가운데 한국 영화가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외화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점과 여전히 열악한 국내 제작환경 등을 고려하면 지금 호황이 이어질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저임금·저예산 구조 여전…순제작비 10년전 수준으로

일부 대작에만 돈 몰리고
10억 미만 영화 늘어 ‘양극화’
스태프들 생활고 못이겨 떠나
‘동반성장’ 선언 넘어 실천 필요

“한국 영화 신부흥기라고요?”

현장의 영화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두터워진 건 사실이지만, 스태프 저임금·제작비 저예산 구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현용 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순제작비가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촬영비용·출연료·스태프 임금 등이 포함된 순제작비는 2001년 평균 16억2000만원이었다가, 2005~06년에 27억~28억원까지 올랐지만, 지난해에 15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국 100개관 이상에서 상영된 상업영화 65편 중 제작비 본전 이상을 찾은 영화는 16편 정도였다.

최근 두 편을 흥행시킨 한 제작사 대표는 “한국 영화 중흥기라면 민간 투자자금이 새롭게 들어오는 신호가 감지되거나, 제작사 자체 자본으로 다음 영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현용 국장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고 촬영 회차를 줄여 순제작비를 효율적으로 낮춰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줄어든 촬영 일정 안에 빡빡하게 촬영하느라 스태프들의 노동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작 150편 중 마케팅비까지 합친 총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가 절반을 웃돈 82편(56.2%)이나 되는 반면, 일부 대작엔 돈이 쏠리는 제작 양극화가 생기면서 스태프들의 처우는 더 나빠졌다. 홍태화 영화산업노조 조직국장도 “스태프 임금이 1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5명으로 꾸려진 촬영팀이 2002년에 영화 한편을 찍으며 3000여만원을 받아 직급대로 나눠가졌다면, 2006~08년엔 4000만여원으로 올랐다가 최근엔 3000만원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홍 국장은 “스태프들의 2009년 평균 연봉이 623만원이었는데, (3년 만에 조사할 예정인) 올해 평균 연봉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경력 10~15년차 스태프들은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어려워 그만두고 있고, 촬영·조명 쪽의 신입 스태프 유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씨제이·롯데·쇼박스 등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한국 영화 규모를 키운 성과가 있지만, 제작현장에 대한 이들의 간섭도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많다. 다른 제작사 대표는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캐스팅을 흔드는 것에서부터, 감독에게 촬영 중간중간에 검사하듯 ‘촬영 편집본’을 내게 하거나, 후반 편집권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대기업 투자·배급사, 현장 영화인들과의 논의를 거쳐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선언문’을 발표했다.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영화에도 1주일 이상 상영기회를 보장하고, 스태프의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의미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에 반영된 내용이 아니라, 강제력이 없는 선언문이란 것이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 <두개의 문>은 이 선언이 나온 뒤에도 복합상영관 씨지브이, 롯데시네마의 일반 상영관에 걸리지 못한 채 이 극장들이 보유한 예술영화관 일부에서만 상영됐다. 이상석 영진위 기획홍보부 부장은 “선언문 발표와 함께 영진위, 대기업 투자·배급사, 영화인들로 이뤄진 ‘동반성장 협약 이행 티에프(TF)’가 꾸려졌다”며 “협약 선언문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잘 추진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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