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레이디’
‘더 레이디’ 6일 개봉
수치 반독재 투쟁에 초점 두며
정치 지도자의 자격 질문 던져
조력자인 남편의 삶 그렸지만
영국 식민지배 유산은 안다뤄 <더 레이디>(6일 개봉·사진)는 버마(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양쯔충)를 다루는 전기 영화다. 버마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을 쿠데타군의 총에 잃고 영국에 정착해 살아가던 그는 1988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버마에 돌아온다. 시작은 개인적이었지만 이내 그의 방문은 ‘정치적인 것’으로 급변한다. 독재 반대 투쟁을 벌이는 버마의 지식인층은 전설로 남은 독립영웅의 딸인 그가 이번엔 민주화의 아이콘이 되길 요청한다. 눈엣가시 같은 그를 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임으로써 2대에 걸친 비극과 투쟁의 드라마를 만들 수도 없는 정부는 그를 집에 유폐시킨다. 15년 가택연금의 시작이다. 영화엔 그가 버마를 떠나 있는 동안 어떤 정치적 지향을 그렸는지가 생략돼 있다. 영국 시절의 그는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런 두 아들을 향해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도 버마에서 갑자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어색하지는 않다. 신점으로 정치적 대소사를 결정하고 시민에게 총을 발포하는 독재의 얼굴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남편 마이클 에어리스(데이비드 슐리스)는 정치인 수치에게 중요한 존재다. 영국인인 그는 수치의 이야기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91년 수치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그의 손에서 시작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룬 <더 퀸>이나 마거릿 대처 수상을 다룬 <철의 여인>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남편이 가려지거나, 아내의 정치 활동에 회의적이었던 데 반해 <더 레이디>의 남편은 그에게 정치력을 입혀 주는 적극적인 조력자이자 가장 중요한 참모다. ‘더 레이디’를 만든 건 용기 있는 ‘더 젠틀맨’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버마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엔 서양 제국주의가 있다. 독립 영웅의 딸이 식민 종주국에서 성장한 뒤 그곳의 도움을 받아 민주화 영웅이 되는 셈인데, 프랑스인 뤼크 베송이 영국인 남편을 강조해 만든 영화는 그 복잡한 지점까지 신경 쓰진 않는다. 무난하게 만들어낸 영화의 만듦새에도 뒷맛이 마냥 개운하진 않은 이유다. 서양인의 일방적인 시선에 대한 찝찝한 느낌을 빼놓고 본다면, 영화엔 어떤 인물이 정치 리더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최소한 상처만 남긴 독재의 망령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기억되는 독립 영웅의 후손이고, 15년의 외로운 싸움을 견딜 어떤 ‘진심’을 지녔다. 그런 그가 리더로 나서는 일이 적어도 퇴보가 아니라는 점은 영화 후반부 수치에게 총을 겨누고 감시하다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그에게 감화받는 청년의 표정 변화로 말해진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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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의 자격 질문 던져
조력자인 남편의 삶 그렸지만
영국 식민지배 유산은 안다뤄 <더 레이디>(6일 개봉·사진)는 버마(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양쯔충)를 다루는 전기 영화다. 버마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을 쿠데타군의 총에 잃고 영국에 정착해 살아가던 그는 1988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버마에 돌아온다. 시작은 개인적이었지만 이내 그의 방문은 ‘정치적인 것’으로 급변한다. 독재 반대 투쟁을 벌이는 버마의 지식인층은 전설로 남은 독립영웅의 딸인 그가 이번엔 민주화의 아이콘이 되길 요청한다. 눈엣가시 같은 그를 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임으로써 2대에 걸친 비극과 투쟁의 드라마를 만들 수도 없는 정부는 그를 집에 유폐시킨다. 15년 가택연금의 시작이다. 영화엔 그가 버마를 떠나 있는 동안 어떤 정치적 지향을 그렸는지가 생략돼 있다. 영국 시절의 그는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런 두 아들을 향해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도 버마에서 갑자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어색하지는 않다. 신점으로 정치적 대소사를 결정하고 시민에게 총을 발포하는 독재의 얼굴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남편 마이클 에어리스(데이비드 슐리스)는 정치인 수치에게 중요한 존재다. 영국인인 그는 수치의 이야기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91년 수치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그의 손에서 시작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룬 <더 퀸>이나 마거릿 대처 수상을 다룬 <철의 여인>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남편이 가려지거나, 아내의 정치 활동에 회의적이었던 데 반해 <더 레이디>의 남편은 그에게 정치력을 입혀 주는 적극적인 조력자이자 가장 중요한 참모다. ‘더 레이디’를 만든 건 용기 있는 ‘더 젠틀맨’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버마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엔 서양 제국주의가 있다. 독립 영웅의 딸이 식민 종주국에서 성장한 뒤 그곳의 도움을 받아 민주화 영웅이 되는 셈인데, 프랑스인 뤼크 베송이 영국인 남편을 강조해 만든 영화는 그 복잡한 지점까지 신경 쓰진 않는다. 무난하게 만들어낸 영화의 만듦새에도 뒷맛이 마냥 개운하진 않은 이유다. 서양인의 일방적인 시선에 대한 찝찝한 느낌을 빼놓고 본다면, 영화엔 어떤 인물이 정치 리더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최소한 상처만 남긴 독재의 망령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기억되는 독립 영웅의 후손이고, 15년의 외로운 싸움을 견딜 어떤 ‘진심’을 지녔다. 그런 그가 리더로 나서는 일이 적어도 퇴보가 아니라는 점은 영화 후반부 수치에게 총을 겨누고 감시하다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그에게 감화받는 청년의 표정 변화로 말해진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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