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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피에타’가 묻는다, 제2·제3의 김기덕 나올 수 있을까

등록 2012-09-10 18:54수정 2012-09-10 22:14

김기덕 감독의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피에타>를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기덕 감독의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피에타>를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황금사자상 ‘피에타’가 남긴 과제
작은 영화도 생존 가능하려면
투자와 상영관 문제 해결돼야
전문가들 “국가가 고민할 시점”
국내 영화인들은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받은 ‘황금사자상’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동시에 ‘엄중한 과제’도 던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10일 “국내에선 한국 영화가 크게 흥행하고 있고, 박찬욱·김지운 감독이 미국에 진출하는 등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시점에 황금사자상까지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대외적 위상이 한단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1987년 배우 강수연씨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만 해도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이후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지속적으로 주목받아왔고 이런 긍정적 징후들이 쌓여 이런 경사가 났다”며 “이번 수상으로 외국 영화제나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마켓에서 한국 영화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과 3주 동안 촬영해 만든 저예산 영화 <피에타>의 성취를 계기로, 상업영화와 작은 영화들이 공존하는 ‘영화 시장의 다양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기덕필름’의 전윤찬 프로듀서는 “관객 20만~40만명만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작은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보통 극장에서 상영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니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피에타>는 김기덕필름이 만들어 지난해 개봉한 <풍산개>의 수익금을 종잣돈 삼아 순제작비 1억5000만원을 충당했다. 당연히 배우와 스태프에게 합당한 출연료와 임금도 줄 수 없었다. 주연배우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수익 지분율을 차등 할당해, 수익이 날 경우 지분율에 맞춰 주기로 했다.

영화 <26년>을 제작중인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 일부 작품을 빼면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대부분이 상업자본의 투자를 받지 못한 작품들”이라며 “저예산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드는 국내 영화인들의 에너지와 역량을 느낄 수도 있지만, 거기에 투자자들이 힘을 보태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투자·배급하는 영화에 자본과 극장이 몰리고, 작은 영화들은 상영관이 없어 쩔쩔매는 불공정한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황금사자상까지 받은 <피에타>마저 상영관이 적어서 관객들이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거나, 주요 시간대에 상영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몇몇 블록버스터 영화가 스크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나, 극장과 투자·배급을 같이 하는 대기업의 영화들에 상영관이 휩쓸리는 상황들을 국가가 해결해 공정한 기회의 영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미국은 이미 1948년 연방대법원에서 극장을 가진 대기업이 투자·배급까지 하는 수직계열화가 불공정하고 위법이라고 판단한 상태”라며 “영화산업의 부익부 빈익빈을 해소하고 제2, 제3의 김기덕을 키우기 위해 국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은 “<피에타>의 마케팅 비용 7억원 중 4억원을 영진위의 다양성펀드에서 투자 형식으로 지원했다”며 “다양성펀드가 100억원 남짓 조성돼 있는데, 제작비 10억~2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피에타> 수상을 통해 관객들도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를 좀더 대중적으로 수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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