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늑대아이>(13일 개봉)
호소다 감독 애니 ‘늑대아이’ 개봉
애니메이션 <늑대아이>(13일 개봉·사진)는 두 축의 성장담이다. 가장 의지했던 존재를 잃은 뒤, 슬픔에 허덕이기보다는 소중했던 시간과의 약속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싱글맘’의 성장담이자, 동시에 보살핌을 먹고 제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철이 든 큰딸 유키가 엄마 하나의 과거를 대신 회상하며 조근조근 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싱글맘’, 심지어 인간이자 늑대인 ‘늑대아이’ 둘을 홀로 키워낸 인간 엄마의 고달픔에 대해, 딸은 “그 후 엄마가 겪은 고통을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처음부터 엄마는 엄마였기 때문에 그 역할의 힘듦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 그러할 테다.
영화는 대학생 ‘하나’가 강의를 도강하는 신비로운 청년 ‘그’에게 관심을 가지며 시작된다. ‘그’는 때때로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이다. 하지만 하나는 움츠러들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하나에게 사랑은 전혀 다른, 상상할 수 없었던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둘은 두 아이 유키와 아메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 영화는 ‘그’가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죽은 뒤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나는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던” 남편의 소리 없는 당부를 지키기 위해 강해진다. 학교를 휴학하고 두 아이를 기르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육아책을 꼼꼼히 공부하고, 밤낮없이 2시간 간격으로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기가 젖을 먹지 않으면 솜에 적셔서라도 먹인다. 인간과 늑대의 피가 섞인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첩첩산중 산골의 외딴집으로 이사를 한다. 엄마의 손길이 스쳐 간 모든 자리에선 빛이 난다. 하나는 빗물이 새면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고치고, 마룻바닥이 부서지면 튼튼한 널빤지를 덧댄다. 흉물스러웠던 폐가는 세 식구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한다. 엄마는 세 식구가 먹을 양식을 직접 기르기 위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여리게만 보이던 하나가 강인한 엄마로 성장하는 동안 두 아이의 성장담도 맞물려 전개된다. 인간인 동시에 늑대인 두 아이에겐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펼쳐진다.
계절 변화에 따른 산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화면이라든지 ‘하나’(꽃), ‘유키’(눈), ‘아메’(비)라는 이름 등 영화는 기본적으로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을 자연의 대척점에 두면서 비판하는 건 아니다.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이 영화는 살가운 인정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인간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담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박보미 기자, 사진 얼리버드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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