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조민수
원래 대본엔 노출 수위 높아
감독에게 감당못하겠다 말했죠
지금은 새로운 역할 준데 감사…
얼마 안있어 궁금증도 식겠죠
그 사이에 즐기는 거죠
“얼마 안 있으면 <피에타>도 내려가고, (나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지 않을 걸 알아요. 그 사이에 즐기는 거죠.” 배우 조민수(47·사진)는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돼 국내에까지 이어진 칭찬 세례에 아직 들떠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에타>의 주인공 조민수를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외국의 영화인들 틈에서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배우놀이’를 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영화제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이야 <피에타>에 대한 애정과 김기덕 감독에 대한 존경을 말하지만, 그도 처음엔 출연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님 영화가 불편했거든요. <나쁜 남자>나 <섬>이나 <시간>도. 여성이 피해자의 모습으로 나오고, 노출도 많아서 저는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감독과 잘 맞지 않으면 작업이 힘들 거라는 걱정도 앞섰다. 일단 서로 만나 보기로 했다. 실제로 만난 자리엔 “기인이 하나 와 있더라”며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김 감독이 사납고 도전적일 것 같다고 보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싸움닭 같진 않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조민수에게,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일주일 동안 고민한 배우는 처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피에타>는 김 감독의 영화 가운데 노출과 폭력적인 표현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조민수는 사실 원래 대본은 지금보다 그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이야기를 했고, 감독님이 ‘당신이 불편하지 않은 수위까지 가자’ 해서 조정이 됐어요.” 그는 <피에타>를 통해 김 감독이 자신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재료를 끌어내 사용하게 해 준 점”에 감사를 표한다. “제 나이에 맡을 역이 별로 없죠. 늘 비슷하고 같은 역인데 이번엔 아주 다른 역이었잖아요.” 그러면서도 “좋은 작품, 좋은 역이 아니면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이) 한 번 더 제게서 같은 재료를 뽑으려고 하시면 안 할 거예요.” 조민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2만원짜리 ‘마이마이’ 광고”의 모델로 연예계에 발들였다.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이후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으로 더 친숙하다. “당시 한국영화 대세가 청춘물에서 에로물로 넘어가는 시기였어요. 영화사에 가면 ‘가슴 수술하라’는 이야기부터 하던 때였죠. 그래서 안 했어요. 저하곤 안 맞는 장르인 것 같아서요. 그런 시기가 지나고 새 감독들이 나올 때쯤 저는 영화계에서 부재 상태였죠.” 스스로 ‘부재’라고 말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피에타>로 누구보다 묵직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데뷔 26년차, 어느덧 40대 후반에 들어선 이 배우에게 갑자기 찾아 온 2012년 가을의 스포트라이트. 그는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한때의 “추억거리”라고 말한다. “살면서 추억거리 하나 주는구나 싶어요. 나중에 ‘야, 나 베네치아 갔다 온 여자야’라고 말할 수 있는 거, 그게 남겠죠.”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원래 대본엔 노출 수위 높아
감독에게 감당못하겠다 말했죠
지금은 새로운 역할 준데 감사…
얼마 안있어 궁금증도 식겠죠
그 사이에 즐기는 거죠
“얼마 안 있으면 <피에타>도 내려가고, (나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지 않을 걸 알아요. 그 사이에 즐기는 거죠.” 배우 조민수(47·사진)는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돼 국내에까지 이어진 칭찬 세례에 아직 들떠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에타>의 주인공 조민수를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외국의 영화인들 틈에서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배우놀이’를 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영화제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이야 <피에타>에 대한 애정과 김기덕 감독에 대한 존경을 말하지만, 그도 처음엔 출연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님 영화가 불편했거든요. <나쁜 남자>나 <섬>이나 <시간>도. 여성이 피해자의 모습으로 나오고, 노출도 많아서 저는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감독과 잘 맞지 않으면 작업이 힘들 거라는 걱정도 앞섰다. 일단 서로 만나 보기로 했다. 실제로 만난 자리엔 “기인이 하나 와 있더라”며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김 감독이 사납고 도전적일 것 같다고 보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싸움닭 같진 않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조민수에게,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일주일 동안 고민한 배우는 처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피에타>는 김 감독의 영화 가운데 노출과 폭력적인 표현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조민수는 사실 원래 대본은 지금보다 그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이야기를 했고, 감독님이 ‘당신이 불편하지 않은 수위까지 가자’ 해서 조정이 됐어요.” 그는 <피에타>를 통해 김 감독이 자신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재료를 끌어내 사용하게 해 준 점”에 감사를 표한다. “제 나이에 맡을 역이 별로 없죠. 늘 비슷하고 같은 역인데 이번엔 아주 다른 역이었잖아요.” 그러면서도 “좋은 작품, 좋은 역이 아니면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이) 한 번 더 제게서 같은 재료를 뽑으려고 하시면 안 할 거예요.” 조민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2만원짜리 ‘마이마이’ 광고”의 모델로 연예계에 발들였다.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이후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으로 더 친숙하다. “당시 한국영화 대세가 청춘물에서 에로물로 넘어가는 시기였어요. 영화사에 가면 ‘가슴 수술하라’는 이야기부터 하던 때였죠. 그래서 안 했어요. 저하곤 안 맞는 장르인 것 같아서요. 그런 시기가 지나고 새 감독들이 나올 때쯤 저는 영화계에서 부재 상태였죠.” 스스로 ‘부재’라고 말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피에타>로 누구보다 묵직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데뷔 26년차, 어느덧 40대 후반에 들어선 이 배우에게 갑자기 찾아 온 2012년 가을의 스포트라이트. 그는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한때의 “추억거리”라고 말한다. “살면서 추억거리 하나 주는구나 싶어요. 나중에 ‘야, 나 베네치아 갔다 온 여자야’라고 말할 수 있는 거, 그게 남겠죠.”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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