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
[토요판] 김성윤의 덕후감
개인적으로 <피에타>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의 전작들에 비해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감독과 배우들이 홍보를 다니면서 “이번 영화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어요”라든가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중간부터는 괜찮을 거예요” 같은 말을 하고 다닐 때부터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영화는 지나치게 친절하다. 감독 김기덕이 묵언을 통해 더 많은 메시지를 던져줬던 작가란 점을 상기하면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 때문에 정서적 혼란에 빠지길 두려워한다면 이번 영화가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하지만 타협이랄까. 그것이 감독 개인이 가진 인정 욕구에 의한 것이든 혹은 그 어떤 것이든 연원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그런 흔적이 역력하다. 그의 영화가 덜 불편하고 덜 문제적이란 사실은 어쩐지 마음 아프고 그래서 역설적으로는 더 불편하다. 관객들이 무언가 느꼈다고 확신하게 된 건 영화의 메시지가 명시적으로 언어화됐다는 걸 의미할 텐데, 결국 이 사실은 그동안 그의 영화가 던졌던, 마치 암세포와도 같았던 묵직하고 알 수 없는 응어리가 사라져버렸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시화됐다고 해서 그 메시지가 폄훼될 문제는 아니다. 그는 청계천을 무대로 영세 상인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사채업자와 청부업자를 등장시키면서, 자본주의와 서울 그리고 대상을 가리지 않지만 결국엔 약자에게 귀결되는 폭력을 문제 삼는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돈, 즉 화폐다. 영화에서 돈은 악의 근원으로 이야기된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비참해졌고 또한 잔혹하고도 극단적인 폭력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지금의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은 지극히 소박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돈이라는 언어는 관객들이 경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한도를 존중했기 때문에 선택된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영화 내내 목도하게 되는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리얼리티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본 <피에타>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는 폐허가 되고 있는 세운상가 어귀에서 종로의 마천루를 비춘다. 그리고 빚을 갚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영세업자의 말을 빌려 두 세계가 서로 교통할 수 없음을 내비친다. 도시의 한쪽에선 ‘강남 스타일’이 한창이지만, 그와는 화해 불가능한 ‘청계천 스타일’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문법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피에타>는 그 도시의 하층회로에서 살고 있는 ‘인간 이하의 인간’들 이야기인 셈이다. 한쪽은 돈을 빌리고 책임도 못 지는 ‘무능력자’, 다른 한쪽은 생명의 모든 감각을 지워버린 채 돈을 받아내는 ‘인간 백정’이다. 도시생태계 논리에 따라 자연도태(?)된 청계천이란 공간에서 그들은 원한과 복수를 증식해내면서 하루하루를 견딘다.
극단적이고도 잔혹한 폭력. 왜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는 걸까. 주인공이 속죄하고 자비를 구하면서 영화는 끝나지만 단 하나의 질문이 똬리를 튼 채 사라질 생각을 않는다. 문제를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는데 어째서 피해자들끼리 싸우게 되는 걸까. 물론, <피에타>의 미덕은 문제의 근원이 저 바깥 세계에 있으니 현실을 명심해야 한다느니 짱돌을 집어 들어 싸워야 한다느니 하면서 상황 자체로부터 비약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폭력의 가해자였던 주인공은 일단 벌을 받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종국에는 이런 질문이 남게 된다. 만약 우리가 화폐가 아니라 다른 표상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면 다른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어머니? 가족? 감독은 해답을 준 것 같기도 한데, 비극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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