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큐 ‘서칭 포 슈가맨’
미 포크록 가수 로드리게스
열성팬 통해 그의 삶 더듬어
미 포크록 가수 로드리게스
열성팬 통해 그의 삶 더듬어
시스토 로드리게스는 ‘잊힌 가수’라고 말하기도 어색한, 알려진 적이 없었던 미국의 가수이자 평범한 노동자다. 남의 집 지붕을 수리하고, 잔디를 깎고, 오폐물을 치우면서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왔다. 없이 살았지만 멋을 낼 줄은 안다. 노년의 나이에 눈길을 걸어 출근하면서도 기다란 바바리코트와 신사 모자, 검은색 선글라스까지 챙긴다. 1970년 딱 6장이 팔린 1집 <콜드 팩트>와, 이듬해 그보다 더 적게 팔렸다는 2집 <커밍 프롬 리얼리티>의 쓰라린 추억엔 “잘될 줄 알았어요”라며 허허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있다. 그런데 이 가수, 알고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인기 있는” 슈퍼스타였다고 한다. 그 자신도 30년 가까이 몰랐던 사실이다.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서칭 포 슈가맨>(사진·감독 말릭 벤젤룰)은 시스토 로드리게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1960년대 말 로드리게스는 디트로이트의 ‘하수구’라는 술집에서 노래하다 유명 음반 제작자의 눈에 띄어 2장의 앨범을 내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 우연히 흘러 들어간 그의 노래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서정적인 기타 선율에 녹아든, 빈곤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가사는 극심한 인종차별주의 정책 아래 살아가던 남아공 젊은이들에게 저항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노래 이외에 개인적 삶은 전혀 알려지지 않아 무대에서 분신자살을 했다거나, 약물에 중독돼서 사망했다거나 하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영화 전반부는 남아공의 열성팬 두 명이 슈가맨(시스토 로드리게스를 부르는 애칭)의 행방을 추적하다 그가 고향인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중반, 마침내 로드리게스가 낡은 벽돌집 창문을 열고 빼꼼히 등장한다. 이제 영화의 중심은 그를 찾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에게서 로드리게스 자신의 목소리로 옮겨간다. 그가 딸들과 함께 남아공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장면과, 열광적인 남아공 관객 앞에서 생애 첫 콘서트를 여는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다. 보통의 삶에서 가능한 기적이 있다면 이런 모양일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가난하지만 품위 있는 시민으로서 그가 일궈 온 삶도 훌륭하다. 막노동을 하면서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살기도 했지만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철학을 공부한다. 멕시코 이주민의 후손인 그 자신이 겪은 빈곤과 차별을 계기 삼아 정치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다. 딸들을 어릴 때부터 미술관·박물관·음악회에 데리고 다니며 가난해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을 듣다 보면 “이렇게 좋은데 왜 잘 안됐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하는 당시 음반 제작자와 같은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 속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가리키며 비틀스, 밥 딜런, 사이먼 앤 가펑클을 언급한다. 그만큼 좋다.
박보미 기자, 사진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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