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루슬란 감독이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모습.
새달 개봉 ‘하나안’ 감독 박루슬란
마약에 빠졌다 새 삶 찾는 이야기
한국유학 온 우즈베크 고려인 4세
영화제 잇단 수상…“사람얘기 관심”
마약에 빠졌다 새 삶 찾는 이야기
한국유학 온 우즈베크 고려인 4세
영화제 잇단 수상…“사람얘기 관심”
“그 땐 잘 찍을지 불안했죠.”
2년 전 가을. 우즈베키스탄(우즈베크)으로 한 달 일정의 <하나안> 촬영을 떠나던 박루슬란(31·사진) 감독이 손에 쥔 제작비는 2천만원도 채 안됐다. 한국에서 건너간 스태프는 감독·촬영감독·주연배우, “촬영·연출보조로 막 써먹을 수 있는” 감독의 친동생까지 고작 4명. 현지인까지 더하면 스태프가 15명뿐이었다. 주인공 스타니슬라브 장도 연기 경험이 없었다.
촬영본은 두 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수시로 나눠 저장했다. 검열이 심한 우즈베크의 정부기관에서 현지의 우울한 이면을 담은 영화의 촬영원본을 압수할 것을 대비한 것이다. 현지 경찰 쪽에서 “촬영장비를 빼앗아 철수시키겠다”고 경고한 적도 있었다. “(편집 등) 후반작업을 뺀 촬영 제작비가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지원한 3천만원 정도였다”는 박 감독은 오히려 “열악하게 찍어서 작품의 느낌이 더 살아난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찍었는데도 새달 11일 개봉하는 <하나안>은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하와이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과 올해 대만의 타이페이영화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우즈베크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 4세다. 우즈베크 니자미 사범대 한국어학과를 다닌 그는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 졸업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인 <하나안>을 연출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친구로도 출연했다.
<하나안>은 주차관리를 하다 경찰이 됐지만 내부 부패에 환멸을 느껴 그만둔 뒤 마약에 빠졌다가 새 삶을 찾는 ‘스타쓰’의 이야기다. 스타쓰를 연기한 스타니슬라브 장은 실제 주차관리원에서 우즈베크 경찰을 하다, 현재 강원도 배추밭에서 일하는 고려인 4세다. 영화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찾는 인간의 이야기다. 칠흑 같은 삶을 보여주는데도, 밝은 빛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하나안은 ‘약속의 땅 가나안’의 러시아 발음이다.
“<하나안>은 고려인에 관한 영화가 아닙니다. 좌절하지 않는 희망에 대해 말하고 싶었죠. 사람들마다 하나씩 ‘하나안’을 품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영화에선 우즈베크 현지인이 고려인 4세에게 “누런 원숭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고려인 4세들이 교육도 제대로 받고 열심히 일해서 다른 민족에 비해 잘 사는 편”이라며 “그게 우리 민족의 특성 아니냐”고 했다. 다만, 고려인 4세들이 “태어난 나라에서 계속 살지, 다른 나라로 가서 살지에 대한 고민들은 하고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지는 휴먼영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휴먼 액션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휴먼’이란 말을 여러 번 언급했는데, “영화에서 중요한 건 비주얼, 기술효과가 아니고, 사람의 얘기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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