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우디 앨런: 우리가…’
“다른 시대를 동경할 필요도 없고 현실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야겠다. 미래의 사람들은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황금시대라고 동경하면서 살지 모르잖아?”
영화감독 우디 앨런(77)의 최근작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오언 윌슨)의 대사다. 예술과 교양의 ‘황금시대’였던 과거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나 헤밍웨이·피츠제럴드·달리 등 예술가들과 꿈 같은 만남을 즐긴 이후의 말이다. 과거를 예찬하는 그 영화는 현재의 의미도 긍정한다. 의외라고 해야 할까. 우디 앨런이 누군가. 두꺼운 뿔테 안경으로 냉소적인 눈빛을 가린 채, 결국엔 허무주의에 도달하는 수다로 삶을 조롱하던 감독 아닌가. 여든을 앞둔 노감독의 낭만적인 변화다.
‘우디 앨런 스타일’을 걷어낸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어 앨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감독 로버트 웨이드)가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영상으로 쓴 우디 앨런 평전이다.
영화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는 끔찍히 싫어했던 소년 앨런부터 희극배우와 코미디 작가를 거쳐 영화감독이 된 이후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터뷰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앨런 자신을 포함해 동료 영화인들과 가족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앨런과 그의 작품을 소재로 수다를 떤다. 침실, 서재, 아이디어 서랍, 60년 된 타자기 따위, 40여편의 영화를 만들며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감독의 일상은 덤이다.
감독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부터 <애니 홀>, <맨해튼>, <환상의 그대>, <미드나잇 인 파리> 등 여러 편의 영화가 언급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이성의 나사가 살짝 풀린 듯 ‘광기’에서 시작되고 되풀이되는 연애에 대한 통찰을 담은 <애니 홀>이다. <애니 홀>의 여자 주인공 다이앤 키턴은 앨런에 대해 “키가 작고 귀여웠죠. 금방 홀딱 반해버렸어요”라고 말한다. 홀딱 반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영화 속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증언대로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인 앨런이 궁금하다면 찾아볼 만한 영화다.
박보미 기자, 사진 키노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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