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격정적 사랑도 시간 앞에선 무릎 꿇더라

등록 2012-10-02 20:19

리뷰/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함은 지루함을 동반한다. 이 연애를 지속할 자신이 점점 줄어들 때, ‘우리도 사랑일까’ 하고 묻게 된다. 설렘은 불안과 닿아 있다. 이 연애를 시작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을 때, ‘우리도 사랑일까’ 하고 묻게 된다. 연애의 ‘끝’과 ‘시작’에서 나오는 물음은 기이하게도 닮았다. 더 기이한 건, 두 물음이 겹쳐져 현재 연인과 새 연인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우리가 살면서 겪는다는 점이다. 가장 기가 막힐 노릇은 어지러울 정도의 열정도 언젠가는 하품을 자아내는 일상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감독 세라 폴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설렘을 결국엔 권태로 바꿔놓는 시간의 잔인함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결혼 5년차의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편안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여행지에서 만난 앞집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 사이에서 갈등한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예전 같은 두근거림이 없어 자주 아쉽다. 대니얼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이 감정이 잠시의 열병인지 알 수 없는데다, 남편에 대한 마음도 쉽게 버릴 수 없다. 스물여덟 인생의 격변기, “무엇을 두려워하게 되는 게 제일 두려운” 마고는 대니얼에게 “30년 뒤 어느 등대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그렇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끝날 것 같았던 영화는 후반 20여분 동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한다. 프롤로그에서 마고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비치는 장면은 에필로그에서 한 번 더 똑같이 반복되는데, 이제 관객은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상대가 누구든 그 어떤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을 수밖에 없다는, 시간이 남기는 씁쓸함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수영장 샤워실에서 마고의 탱탱한 피부와 대비되는 쭈글쭈글한 몸으로 등장하는 노년 여성들은 “젊음도 언젠가는 늙는다”고 말한다. 시작의 순간에 끝은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시간의 힘에 눌려 지치게 될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열정 속으로 한 번 더 뛰어드는 것 또한 사랑의 속성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티캐스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추석 민심’ 안철수·박근혜 오차범위내 박빙
유치원 딸 앞에서…‘아내 폭행’ 개그맨 실명공개 파문
안철수쪽 ‘논문 표절의혹’ 제기에 강력 반발
바퀴벌레의 조상은 3억년전 등뼈 곤충
카카오 “추석 카톡 장애, 외부 네트워크 문제”
삼성,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SK 2위 확정
[화보] 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섬 제주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