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함은 지루함을 동반한다. 이 연애를 지속할 자신이 점점 줄어들 때, ‘우리도 사랑일까’ 하고 묻게 된다. 설렘은 불안과 닿아 있다. 이 연애를 시작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을 때, ‘우리도 사랑일까’ 하고 묻게 된다. 연애의 ‘끝’과 ‘시작’에서 나오는 물음은 기이하게도 닮았다. 더 기이한 건, 두 물음이 겹쳐져 현재 연인과 새 연인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우리가 살면서 겪는다는 점이다. 가장 기가 막힐 노릇은 어지러울 정도의 열정도 언젠가는 하품을 자아내는 일상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감독 세라 폴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설렘을 결국엔 권태로 바꿔놓는 시간의 잔인함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결혼 5년차의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편안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여행지에서 만난 앞집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 사이에서 갈등한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예전 같은 두근거림이 없어 자주 아쉽다. 대니얼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이 감정이 잠시의 열병인지 알 수 없는데다, 남편에 대한 마음도 쉽게 버릴 수 없다. 스물여덟 인생의 격변기, “무엇을 두려워하게 되는 게 제일 두려운” 마고는 대니얼에게 “30년 뒤 어느 등대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그렇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끝날 것 같았던 영화는 후반 20여분 동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한다. 프롤로그에서 마고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비치는 장면은 에필로그에서 한 번 더 똑같이 반복되는데, 이제 관객은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상대가 누구든 그 어떤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을 수밖에 없다는, 시간이 남기는 씁쓸함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수영장 샤워실에서 마고의 탱탱한 피부와 대비되는 쭈글쭈글한 몸으로 등장하는 노년 여성들은 “젊음도 언젠가는 늙는다”고 말한다. 시작의 순간에 끝은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시간의 힘에 눌려 지치게 될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열정 속으로 한 번 더 뛰어드는 것 또한 사랑의 속성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티캐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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