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마이 라띠마’ 찍은 감독 유지태
이주여성과 밑바닥 삶의 남자 그려
자료조사 통해 15년전 시놉 영화화
“저예산 영화도 살 수 있는 구조돼야” 글쎄, 이를 어쩌면 좋을까. 혹시 배우 유지태(36·사진)가 연기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가혹한 주문인지 느끼게 한다. ‘감독 유지태’는 뒤로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는 듯 구석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작품 속에서 어루만지며, 앞으로 한두 발짝 나아갈 위로를 건넨다. 그들의 삶을 때론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구체적이고 차갑게 응시하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온기를 품고 있다. 그는 “소외된 사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 상처와 결핍이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감독까지 할 결심을 했느냐’ 묻기도 하는데,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자 본성”이라고 말했다. “나에겐 배우, 감독이란 호칭이 중요하지 않다. 영화 밖의 일을 하면 멍청이가 될 것 같아, 죽을 때까지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지난 5일, 유지태의 장편 데뷔작 <마이 라띠마>(청소년관람불가)가 처음 상영된 직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를 만났다. 영화는 한국인과 결혼한 타이 출신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폭력과 노동 착취에 시달리다, 밑바닥 삶을 사는 ‘수영’(배수빈)을 우연히 만나 서울로 와서 더 냉혹한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을 비춘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의지를 조금씩 나누어 갖는다. 그는 “대학(단국대 연극영화학과) 시절부터 성장영화를 찍고 싶어 구상한 시놉시스(이야기 줄거리)였는데, 그로부터 15년 만에 내놓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이주여성 센터에 가서 자료들을 수집했다는 그는 “이주여성들의 말과 생각을 영화에 그대로 담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 분들이 여전히 힘든 상황입니다. 가정 폭력으로 사망한 분들도 있고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선할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엔 카메라 흔들어 찍기, 360도 회전촬영 등 여러 촬영법이 이용된다. 슈베르트 음악도 영화에 사용했는데, “인간적 콤플렉스가 많았던 슈베르트의 음악이 우리 영화와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얘기 중 인상적인 대목 하나는 한국 영화계를 “(대기업 중심의) 독점구조”라고 지칭한 점이다. 많은 스타 배우들이 극장을 가진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불공정 구조를 절감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길 꺼린다. 그는 “독점구조에서 대안은 (기존) 충무로의 작품과 신인의 작품이 어우러져야 하며, 저예산 영화들이 살아남는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개봉할 이 작품은 순제작비가 3억5000만원 정도다. 그는 “독립영화 예산이 적다 보니, 자칫 스태프의 임금을 희생시키기도 하는데, 그걸 최소화하려고 다른 독립영화에 비해 예산이 조금 더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상업영화 임금 수준의 70%까지 지급했고, 나머지는 막내 스태프까지 수익 지분율을 배분해 보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유지태의 다음 행보는 배우일까, 감독일까. 그는 “다음주면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다”며 차기작 연출 준비에 다시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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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과 밑바닥 삶의 남자 그려
자료조사 통해 15년전 시놉 영화화
“저예산 영화도 살 수 있는 구조돼야” 글쎄, 이를 어쩌면 좋을까. 혹시 배우 유지태(36·사진)가 연기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가혹한 주문인지 느끼게 한다. ‘감독 유지태’는 뒤로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는 듯 구석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작품 속에서 어루만지며, 앞으로 한두 발짝 나아갈 위로를 건넨다. 그들의 삶을 때론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구체적이고 차갑게 응시하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온기를 품고 있다. 그는 “소외된 사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 상처와 결핍이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감독까지 할 결심을 했느냐’ 묻기도 하는데,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자 본성”이라고 말했다. “나에겐 배우, 감독이란 호칭이 중요하지 않다. 영화 밖의 일을 하면 멍청이가 될 것 같아, 죽을 때까지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지난 5일, 유지태의 장편 데뷔작 <마이 라띠마>(청소년관람불가)가 처음 상영된 직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를 만났다. 영화는 한국인과 결혼한 타이 출신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폭력과 노동 착취에 시달리다, 밑바닥 삶을 사는 ‘수영’(배수빈)을 우연히 만나 서울로 와서 더 냉혹한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을 비춘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의지를 조금씩 나누어 갖는다. 그는 “대학(단국대 연극영화학과) 시절부터 성장영화를 찍고 싶어 구상한 시놉시스(이야기 줄거리)였는데, 그로부터 15년 만에 내놓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이주여성 센터에 가서 자료들을 수집했다는 그는 “이주여성들의 말과 생각을 영화에 그대로 담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 분들이 여전히 힘든 상황입니다. 가정 폭력으로 사망한 분들도 있고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선할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엔 카메라 흔들어 찍기, 360도 회전촬영 등 여러 촬영법이 이용된다. 슈베르트 음악도 영화에 사용했는데, “인간적 콤플렉스가 많았던 슈베르트의 음악이 우리 영화와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얘기 중 인상적인 대목 하나는 한국 영화계를 “(대기업 중심의) 독점구조”라고 지칭한 점이다. 많은 스타 배우들이 극장을 가진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불공정 구조를 절감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길 꺼린다. 그는 “독점구조에서 대안은 (기존) 충무로의 작품과 신인의 작품이 어우러져야 하며, 저예산 영화들이 살아남는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개봉할 이 작품은 순제작비가 3억5000만원 정도다. 그는 “독립영화 예산이 적다 보니, 자칫 스태프의 임금을 희생시키기도 하는데, 그걸 최소화하려고 다른 독립영화에 비해 예산이 조금 더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상업영화 임금 수준의 70%까지 지급했고, 나머지는 막내 스태프까지 수익 지분율을 배분해 보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유지태의 다음 행보는 배우일까, 감독일까. 그는 “다음주면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다”며 차기작 연출 준비에 다시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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