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남영동 1985’ 배우 박원상
‘김근태 고문실화’ 영화서 김근태역
물 공포증 이겨내며 갖은 고문 연기
“인간 해체시키는 고문 고통 막막해”
이근안은 ‘국가’란 이름의 폭력 상징
아픈 과거 반성해야 바른 미래 가능 영화가 끝나자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옆에 앉은 배우 박원상씨를 껴안고 흐느꼈다. 27년 전, 개처럼 바닥을 기어가는 모욕과 고문을 당했던 남편의 고통을 재현한 한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지난해 말 훌쩍 세상을 떠난 ‘남편 김근태’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친 것이다. 인 의원은 “이미 아는 사실인데도 보는 게 힘들었다”며 “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전기고문 후유증이라 확신하기에 전기고문 장면에선 눈을 감았다”고 했다. 그는 “짐승처럼 당하고도 우리 곁에 돌아와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던, 하늘에 있는 나의 짝에게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극중 이름은 이두한) 역을 맡은 이경영씨는 이어진 무대인사에서 마치 국가폭력에 대해 대신 사과하듯, 인 의원 앞에서 “죄송합니다” 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6일 공식 상영된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9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자격으로 붙잡혀 서울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실화를 극화했다. 고춧가루를 넣은 코와 입 속으로 물을 뿌려 기절시키거나, 전기고문을 하고, 몽둥이로 패는 장면들이 상영 시간 내내 가혹하게 펼쳐진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 “나는 헌법을 유린한 (박정희 정권의) 5·16 쿠데타와 (전두환) 군부독재를 부정한다”고 맞서거나, 잔혹한 고문 앞에 결국 허물어진 자신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용서할 수 없어”라며 자책하는 ‘김근태’(극중 이름 김종태)의 모습에서 관객의 눈은 뜨거워지고 만다. 사법부를 겨냥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정지영 감독이 또다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신작을 내보였다. “다른 배우였다면 중간에 도망갔을 것”이란 감독의 말처럼, 실제 얼굴에 물을 퍼붓고, 발가벗은 몸으로 바닥을 뒹구는 고통의 연기를 감당한 박원상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해 평소 물 공포증이 있었다”고 한다. 정작 힘들었던 건 “인간이 인간을 철저히 해체시키는 고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할 것이 없다는 막막함, 그리고 과연 이 연기와 이 인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나는 (515호실을 재현한)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 6세트장에서 연기로 시늉을 내면서도 죽을 것 같았는데, 실제 김근태 상임고문이 고문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죠.” 박원상씨는 군사정권 시절을 “비상식적이었던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야만의 시대>는 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그는 2012년에 ‘김근태’와 ‘고문’을 관객 앞으로 불러낸 이 영화를 “역사를 기억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사회가)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짚어야 할 것을 짚지 못하며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정국에서 ‘과거사 논쟁’ 대신 미래를 설계하자는 정치권 한쪽의 목소리에 대해 “온당치 못하다”고 했다. “부끄럽고 아픈 과거를 반성하고, 잘 정리하고 가야 미래를 향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영화 속 ‘이근안’(이두한)은 “서민과 불특정 다수에게 국가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성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누군가는 항상 그런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끊임없이 용기있게 지적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말 영화촬영을 끝내고 그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좋아했던 참외와 막걸리를 들고 묘역을 찾아가 “영화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고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대선 직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정 감독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가 아픈 과거와 김근태 같은 분들의 희생을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이런 과거를 극복할 때 통합과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관련영상] ‘고문 감옥’ 남영동, 김근태 비명소리가...(정보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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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과거 반성해야 바른 미래 가능 영화가 끝나자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옆에 앉은 배우 박원상씨를 껴안고 흐느꼈다. 27년 전, 개처럼 바닥을 기어가는 모욕과 고문을 당했던 남편의 고통을 재현한 한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지난해 말 훌쩍 세상을 떠난 ‘남편 김근태’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친 것이다. 인 의원은 “이미 아는 사실인데도 보는 게 힘들었다”며 “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전기고문 후유증이라 확신하기에 전기고문 장면에선 눈을 감았다”고 했다. 그는 “짐승처럼 당하고도 우리 곁에 돌아와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던, 하늘에 있는 나의 짝에게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극중 이름은 이두한) 역을 맡은 이경영씨는 이어진 무대인사에서 마치 국가폭력에 대해 대신 사과하듯, 인 의원 앞에서 “죄송합니다” 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6일 공식 상영된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9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자격으로 붙잡혀 서울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실화를 극화했다. 고춧가루를 넣은 코와 입 속으로 물을 뿌려 기절시키거나, 전기고문을 하고, 몽둥이로 패는 장면들이 상영 시간 내내 가혹하게 펼쳐진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 “나는 헌법을 유린한 (박정희 정권의) 5·16 쿠데타와 (전두환) 군부독재를 부정한다”고 맞서거나, 잔혹한 고문 앞에 결국 허물어진 자신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용서할 수 없어”라며 자책하는 ‘김근태’(극중 이름 김종태)의 모습에서 관객의 눈은 뜨거워지고 만다. 사법부를 겨냥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정지영 감독이 또다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신작을 내보였다. “다른 배우였다면 중간에 도망갔을 것”이란 감독의 말처럼, 실제 얼굴에 물을 퍼붓고, 발가벗은 몸으로 바닥을 뒹구는 고통의 연기를 감당한 박원상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해 평소 물 공포증이 있었다”고 한다. 정작 힘들었던 건 “인간이 인간을 철저히 해체시키는 고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할 것이 없다는 막막함, 그리고 과연 이 연기와 이 인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나는 (515호실을 재현한)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 6세트장에서 연기로 시늉을 내면서도 죽을 것 같았는데, 실제 김근태 상임고문이 고문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죠.” 박원상씨는 군사정권 시절을 “비상식적이었던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야만의 시대>는 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그는 2012년에 ‘김근태’와 ‘고문’을 관객 앞으로 불러낸 이 영화를 “역사를 기억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사회가)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짚어야 할 것을 짚지 못하며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정국에서 ‘과거사 논쟁’ 대신 미래를 설계하자는 정치권 한쪽의 목소리에 대해 “온당치 못하다”고 했다. “부끄럽고 아픈 과거를 반성하고, 잘 정리하고 가야 미래를 향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영화 속 ‘이근안’(이두한)은 “서민과 불특정 다수에게 국가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성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누군가는 항상 그런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끊임없이 용기있게 지적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말 영화촬영을 끝내고 그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좋아했던 참외와 막걸리를 들고 묘역을 찾아가 “영화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고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대선 직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정 감독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가 아픈 과거와 김근태 같은 분들의 희생을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이런 과거를 극복할 때 통합과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관련영상] ‘고문 감옥’ 남영동, 김근태 비명소리가...(정보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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