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방은진 감독(오른쪽)과 배우 류승범이 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리 멜로 ‘용의자 X’로 컴백
일본 원작 소설·영화 과감한 개작
“류승범의 그늘·고독 담고 싶었다”
일본 원작 소설·영화 과감한 개작
“류승범의 그늘·고독 담고 싶었다”
“원작에 충실한 일본 영화가 (2009년에) 나왔는데, 한국 영화까지 원작과 같다면 변별력이 없겠죠?”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용의자 X>(18일 개봉)는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원작 소설(<용의자 X의 헌신>)과 다른 지점이 있다. 영화엔 전남편을 죽인 여자(이요원)가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도록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수학 천재 교사 ‘석고’(류승범)에 집중하고, 원작에서 그 남자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물리학자는 나오지 않는다.
지난 8일 시사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방 감독은 “석고가 알리바이를 꾸민 이유, 바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사랑과 헌신을 부각하고 싶었다”고 한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으로 둔갑해버린 사랑이 가진 (본래의) 절대적 가치를 그려보고 싶었고, 그런 사랑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희망을 관객이 만져볼 수 있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오로라 공주> 이후 7년 만에 연출한 장편 상업영화다. 원작보다 스릴러적 긴장감은 많이 옅어졌지만, 영화는 석고가 왜 풀 수 없는 수학문제처럼 빈틈 없는 알리바이를 꾸며줬는지 그 마음에 좀더 다가간다.
류승범은 이 영화에서 전작들에서 보여준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지운다. 방 감독은 “류승범이 연기를 잘하는 탁월한 배우이면서, 평소 음악 디제이를 하는 자기만의 세계도 있어, (수학과 사랑에 빠진) 석고란 인물을 제안하게 됐다”며 “그의 이면에 있는 그늘과 고독을 담아보고 싶었고, 화면 속 류승범의 연기를 보고 울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사람을 죽인 뒤 불안해하고, 사랑 앞에서 오열하는 감정들을 표출해야 했던 여주인공 이요원은 배우 출신 감독과 작업한 소감에 대해, “감독님한테 연기 지적을 많이 받았고, 마음처럼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방 감독은 “이요원 자신도 그간 연기했던 방식을 깨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에, 나도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조금만 더…’를 주문했던 것 같다”며 이해를 구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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