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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930년대 상하이 강렬한 연애담에 허진호표 섬세함 더했죠”

등록 2012-10-09 20:15수정 2012-10-09 20:34

허진호(49) 감독
허진호(49) 감독
‘위험한 관계’ 허진호 감독
원작있는 영화·시대극·큰 예산
‘담백한 멜로’ 벗어나 변화 시도

“장동건, 처음으로 옴파탈 연기
순수한 장쯔이·악역 장바이즈…
세 배우도 새로운 변신이었죠”
허진호(49·사진) 감독이 요즘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영화 <위험한 관계>를 왜 선택했느냐”라고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부터 최근작인 <호우시절>까지 섬세하고 담백한 멜로영화를 만들어 온 그가 강렬하고 격정적인 영화를 택한 건 의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연출하고 중국 제작사가 18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위험한 관계>(11일 개봉)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부유층 셰이판(장동건)과 모제위(장바이즈)가 정숙한 과부 두펀위(장쯔이)를 유혹하는 내기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당시 상하이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퇴폐적인 공간이었거든요. 원작이 프랑스혁명 직전의 굉장히 사치스런 귀족들의 이야기인데, 1930년대 상하이는 전쟁(중일전쟁)을 앞둔 불안함이 뒤섞인 가운데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는 번성하는 도시였어요. 원작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죠.”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허 감독을 만났다. 그는 원작이 이미 다섯번이나 영화화된 익숙한 이야기지만 “시공간을 1930년대 상하이로 옮겨 ‘다르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고 했다.

허 감독은 2009년 한·중 합작영화 <호우시절>을 함께 작업했던 중국 제작사(존보미디어) 쪽으로부터 “2년 전쯤에 1920~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삼아 <위험한 관계>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처음엔 “한국에서도 같은 원작의 영화 <스캔들>이 있었고 해서 조금 꺼려졌기에” 고민을 하면서 원작 소설을 읽었다고 했다.

“흥미로웠어요. 프랑스혁명 직전 귀족 사회의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이고 불안한 시대상황에, 당시 귀족들의 사치스런 생활이며 사랑을 게임으로 보고 욕망을 좇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상하이란 공간과 대략의 시대는 정해졌지만, “화려하게 번성하던 1920년대로 갈지, 화려함 속에 중일전쟁의 불안함이 섞여 있던 30년대로 갈지, <색, 계>의 배경이었던 일본제국주의의 지배 속에 들어간 40년대로 갈지”에 대해서도 시나리오 작가와 한참을 고민했다고 했다. 결국 중국 동북 지역에서 피난을 온 전쟁 난민과 상류층의 사치와 항일운동이 혼재하던 1930년대로 최종 결정됐다.

영화 <위험한 관계>
영화 <위험한 관계>
허 감독은 <위험한 관계>로 “원작이 있는 영화, 시대극, 이른바 큰 예산이 들어간 영화”라는 3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배우들도 이 영화를 통해 변신했다고 그는 말했다.

“장동건씨를 만났더니 ‘옴파탈’(치명적인 남성)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전 영화에서 키스신도 없었다면서 오랫동안 굳어진 장동건의 틀을 깨 보고 싶어 했어요. 장쯔이도 그동안은 강한 여자 역을 많이 했는데, 순수하고 정숙한 느낌의 캐릭터는 데뷔작(<집으로 가는 길>) 이후 처음일 거예요. 장바이즈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고요. 세 배우와 감독인 저도,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

던 것을 보여주게 된 셈이지요.”

[크랭크人#9] '위험한 관계' 허진호 영화감독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배우들의 얼굴이 참 좋아서 클로즈업을 자주 쓰다 보니 자연스레 컷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는 “통역을 두고 소통하니 시간은 배로 드는데, 전체 촬영일이 80일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어서 힘들었다고 하지만, 영화엔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찍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섬세한 감정 연출도 엿볼 수 있다. 영화 중반부 셰이판의 기척을 느끼고도 잠든 척하며 미소짓는 두펀위와, 그가 깬 줄 모르고 장난스런 얼굴로 두펀위가 쓰던 글에다 낙서를 하는 셰이판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왠지 가슴 설레게 한다. 그 장면이 좋았다고 말하자, 허 감독은 “그게 ‘내 스타일’이죠”라며 웃었다. 시나리오엔 없었는데 새롭게 추가한 장면이라고 한다. “그런 걸 안 넣으려고 했는데, 하나 필요할 것 같았어요. 연애 감정이 있어야 하니까.”

셰이판이 장난스레 낙서하던, 동그란 모양의 기차 연기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두펀위의 미소와 함께 한 번 더 등장한다. 따뜻한 느낌의 에필로그인데, 허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놓고 두펀위 역의 장쯔이와 오랫동안 의논한 끝에 이 에필로그를 넣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선한 의도를 가진 인물인 두펀위를 해피엔딩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위험한 관계>엔 그동안 허진호표 담담한 멜로에 다소 답답했던 관객들도 무리없이 즐길 만한 속도감 있는 심리전과 강렬한 연애담과 함께, 그의 오랜 팬들도 반가워할 만한 ‘허진호 스타일’이 함께 담겨 있다.

부산/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시네드에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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