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 ‘회사원’ 주연 소지섭씨
살인청부회사 다니는 영업과장역
특공무술 익혀 선 굵은 연기 선봬
“연기 아닌 외모 평가될때 아쉬워”
좋은 배우로 오래 남기 위한 고민
‘내면의 재료 소진’ 아쉬움 토로도 며칠 전 “소지섭, ‘영화 <아저씨>의 원빈보다 (<회사원>에 나오는) 내가 더 멋있다고 하네요’”란 제목의 온라인 기사들이 떴다. 대개 이런 기사의 댓글엔 비아냥이 상당수 섞이기 마련인데, “소지섭이라 봐준다”거나 “나도 남자이지만 소지섭이라 반박을 못 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하루 2~3시간씩 운동하며 유지하는 몸과 우수에 찬 눈빛이 자아내는 그의 분위기만큼은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기가 어렵다는 수긍인 셈이다. ‘느낌이 좋다’는 일본어 ‘간지’를 덧붙여 ‘소간지’라 불리는 그는 이 애칭이 “의아하고 재미있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데뷔 때부터 그런 말을 들었으면 익숙할 텐데, 비주얼(외모)이 좋은 배우처럼 보인 게 얼마 되지 않거든요. 인기를 얻은 것도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송된) 데뷔 9년차부터였으니까요.” 그는 자신이 “굉장히 굼뜨고, 빠르게 변하는 것들에 잘 맞추지 못하고, 패션도 유행보단 좋아하는 스타일만 입는 사람”이라고 했다. 트위터·페이스북도 하지 않는다.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데, 최신 음악보다 예전에 들어서 기분 좋았고 편안했던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옛것을 좋아하는 아날로그 같은 사람”이라 말하는 그는 사실 “어떤 역할을 해도 평가가 소간지란 외모로 수렴되는 것”을 다소 아쉬워하고 있었다. “다양한 연기 패턴과 표정을 보여준 것 같은데, 소간지로만 (단순화돼) 얘기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11일 개봉해 상영 첫주 60여만명을 모은 <회사원>(감독 임상윤)은 어쩔 수 없이 소지섭(35)의 ‘우월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영화다. 금속제조회사 영업과장인 듯 보이지만, 일반 회사로 가장한 살인청부회사의 킬러인 ‘지형도’(소지섭)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직장 동료들과 맞서 죽음을 건 총격전을 벌인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액션영화로만 비치는 것이 아니라, 먹고살려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힘들어도 참고 일하는 회사원들의 애환도 담으려 했던” 배우의 고민까지 보여지길 기대했다. 소지섭은 ‘지형도’가 어린 시절 좋아한 가수 출신 미싱사 ‘유미연’(이미연)을 만나 다른 삶을 설계하기 이전까지, 사람을 죽여 실적을 쌓는 영업과장의 무덤덤한 일상을 건조한 표정에 담는다. 그는 “‘즐기면서 살아, 죽도록 일만 하지 말고’란 대사는 감독님에게 내가 요청해 넣은 대사다. 한 발짝만 옆으로 옮기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데, 앞만 보고 죽도록 일만 하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대사는 데뷔 17년차인 나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고 했다.
영화는 아쉬움도 남긴다. 일반 회사처럼 실적에 목을 매는 살인청부회사 직장인들이란 흥미로운 설정을 좀더 풍부하게 활용해 이야기의 살을 찌우지 못한 채, 지형도가 벌이는 마지막 액션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을 준다. 소지섭은 영화를 위해 러시아 특공무술 시스테마를 두 달 동안 배웠다. “지금은 건강할 때라, 앉아서 대사를 하는 정적인 것보다 뛰고 몸을 쓰면서 액션연기도 하는 영화를 더 고르게 된다”고 했다.
주변에선 그에게 흥행이 검증된 감독들과 작업하라거나, 이번 영화처럼 주인공 한명이 극을 끌고 가는 ‘원톱 주연’ 말고, <도둑들>처럼 톱스타들이 여럿 출연해 부담을 나눠가지면서 폭발적 흥행도 노리는, 좀더 ‘영악한 출연’을 권하기도 한다.
그는 차를 한모금 마시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성향상 여러 캐릭터에 시선이 분산되는 작품보다, 한 인물이 한 주제를 향해 끝까지 치고 달려가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래서 좀 묵직한 작품을 주로 하는 것 같아요. 여러 (스타)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것이 아직은 당기지 않아요.”
그의 실질적인 고민은 1년 전 소지섭을 만났을 때도 토로한 “연기의 슬럼프”를 여전히 느낀다는 점이었다. “새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내면의 재료를 거의 다 쓴 것 같다. 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는 혹독한 자기평가를 숨김없이 내보였다. “일을 쉬면서 새로운 걸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하는데 안에 넉넉히 채우지 못한 채 (연기할 에너지와 재료가) 들어오면 바로 쓰는 상황”이란 것이다. 영화 <오직 그대만>, 드라마 <유령> 등 최신작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일과 위험한 사랑을 그려냈던 그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벼운 연기를 하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내 안의 재료들을 다시 채울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가 ‘좋은 배우’로 오래 남기 위해 내면의 근육을 키우려는 고민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팬들에겐 그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높이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피프티원케이(51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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