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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공공의 적2‘ 정준호 인터뷰

등록 2005-01-23 10:13수정 2005-01-23 10:13

`한국의 휴 그랜트' 정준호(35)가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으로 변신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2'가 그것. 근작 `나두야 간다'에서 `조폭'의 적성을 발견해가는 3류 소설가를 연기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악역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 95년 데뷔한 이후 처음 해보는 본격적인 악당 연기다.

`공공의 적2'는 전편에 이어 공공의 적(敵)에 맞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1편의 배경이 경찰이었다면 2편의 주무대는 검찰, 주인공도 경찰에서 검사로 바뀌었다.


정준호가 맡은 악역도 전편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나쁜 냄새'가 심하지만 겉으로는 예의바른 이 악당은 `돈잔치'나 해대는 부잣집 아들에, 교육 사업을 하면서도 뒤로는 돈을 해외로 몰래 빼돌려 사리를 채우는 인물이다. 자신밖에 모르는 성격에 위아래가 있을 리 없는 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형도 살해할 정도며, 수사관 목숨 쯤은 우습게 여기는 인간말종이다.

최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내 안의 모든 악마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며 "직접 캠코더로 표정을 잡아보기도 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봐왔던 모든 `악당'들을 돌이켜보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고 설명했다.

--악역을 맡은 것이 다소 의외다.

▲사람들이 (설)경구형과 내가 역할이 바뀐 것 아니냐고 많이 묻더라.(웃음) 내가 이 역할에 어울릴지 걱정을 많이 했다. 워낙 인상이 선하고 그동안 부드러운 역할을 많이 해서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악역이라는 게 연기하기도 쉽지 않지만 자주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지도 않는 역이라 용기를 냈다. (강우석) 감독님의 격려가 도움이 됐다. 드라마 `왕초'때 보시고 남자다운 모습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셨다더라.

--참고로 삼은 배우가 있나? 어떤 방법으로 캐릭터를 잡아 나갔나.

▲이번처럼 연습과 연구를 많이 한 적은 없었다. 알랑 드롱처럼 좋은 배우들이 악역을 할 때 매력이 있었다. 게리 올드만이나 말론 브란도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참고했다. 두 달 동안 자나깨나 악인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캠코더로 내 모습을 살피면서 어떤 각도에서 쳐다봤을 때 악인처럼 보이는지, 어떤 쪽에서 눈을 치켜떴을 때 매섭게 보이는지 연구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악마가 들어있는 줄 알았다', `진짜 나쁜 놈이데' 같은 반응을 보이니 흐뭇하다.

--과거의 경험도 도움이 많이 됐을 듯하다.

▲맞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느꼈던 `나쁜 놈'들, 사기치면서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 교묘히 법을 피해 나가면서 원하는 것은 얻어가며 사는 사람들 등 지금까지 봐왔던 `악당'들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 시대에 꼭 퇴출당해야 할 인물을 그려내려고 했다.

--`공공의 적'이란 게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살다보면 나쁜 짓도 하고 내 나름대로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또 내가 얻은 행복이 남에게 불행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사회가 좀 더 맑아졌으면 하는 의도에서 출연을 결심했다 사람들의 양심을 건드려서 사회가 쇄신되는 데 공헌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얼마 전에 검찰청에서 시사회를 했다. 그때 반응은 어떻던가.

▲친구들 중에 검사들이 많이 있는데, 업무량도 많고 욕도 많이 먹고 고생이 많더라. 공무원들의 업무가 너무 과다한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검사들이 막연히 출세한 사람 혹은 위압감 있는 인물이라는 편견을 넘어 정의롭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강우석 감독, 설경구와는 처음 함께 일하는 셈이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친분은 있었다. 특히 강우석 감독은 친형처럼 잘 따르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감독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인간으로서도 멋있는 사람이다. 털털하기도 하고 남자답고 시원시원하고, 쿨(cool)하고…. 하지만 같이 일해보니, 일단 카메라 뒤에 서면 180도 변하더라.

배우를 어떻게든 구슬려서 될 때까지 50번이고 100번이고 다시 찍는다. 대강대강 넘어가는 게 없다. 매 순간 갬블러가 마지막 남은 칩을 던지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술자리를 많이 갖나 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까다롭지 않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내가 가진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양주보다는 소주 `폭탄'을 좋아한다. 내 성격이 의외로 털털하다. 시장 가서 이것저것 사다가 집에서 매니저들과 함께 찌개 끓여먹으며 소주잔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

--외모나 연기 스타일이나 설경구와는 전혀 달라보이는 이미지다.

▲(설)경구형이 현장에서 유들유들하게 분위기를 맞춰가며 순발력 있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연구해서 카메라 앞에 서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스타일이 다르지만 일단 필름만 돌아가면 톱니바퀴 맞든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 연애할 때도 처음 만나도 잘 맞는 상대가 있듯, 경구형과는 연기 궁합이 잘 맞았다.

--일본 진출 얘기가 있던데.

▲현지의 한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와 최근 계약을 했다. 올해 중순쯤 TV 미니시리즈를 한 편 할 것 같은데 이 작품이 일본으로 수출될 때를 대비해서 계약을 맺었다. 새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자세한 줄거리는 개발 중이다.

--여자친구와의 결혼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간 결혼설은 내 얘기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그냥 올해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뿐이다. 연애와 결혼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신중하게 올해는 결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여자친구는 나보다 10살쯤 어린 친구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이다.

--`공공의 적2'로 연기의 영역이 한층 넓어진 듯하다. 또 맡아보고 싶은 역이 있다면.

▲다시는 이런 악역은 하고 싶지 않다.(웃음) 글쎄, 이런 저런 역 다 연기해보고 싶지만, 제일 하고싶은 것은 `데드맨 워킹'의 숀팬이 맡았던 사형수같은 역은 어떨까?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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