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천재 수학교사 ‘석고’역으로 헌신적 사랑 연기
공효진이 직접 열애설 해명 하는 상황은
“유치하고 후지다”
공효진이 직접 열애설 해명 하는 상황은
“유치하고 후지다”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한 옆집 여인 ‘화선’(이요원)이 살인혐의에서 벗어나도록 완벽한 알리바이를 꾸며주는 천재 수학 교사 ‘석고’. 살아갈 힘을 준 그 여인의 미소를 지켜주려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석고를 연기한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위해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고민과 직면해야 했다.
“신파를 몸서리 나도록 싫어한다”는 그는 “(화선을 위해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은)‘머리가 아니라 내 가슴이야’란 석고의 대사들이 너무 신파적이라며 감독님에게 이런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찍고나니까, 신파적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이 시대에 이렇게 헌신적인 사랑이 얼마나 있겠느냐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석고가 “그렇게라도 사랑에 닿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해하니, 석고가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고 했다. 얼마전 오래된 연인인 배우 공효진과 헤어진 그는 “사랑이란 게 참…어려워요”라며 카페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댔다.
18일 개봉하는 <용의자 X>는 일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삼았다. 석고의 사랑 앞에서 눈물 짓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소설과 달리 남녀 주인공의 멜로 감성에 집중한 탓에 미스터리의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을 아쉬워할 이들도 있을 것 같다. 파닥파닥 튀어오르는 연기를 보여왔던 류승범은 ‘은둔형 외톨이’같은 석고를 연기한다. 최근 만난 류승범은 “석고는 현대 도시의 외로운 사람 같았다. 스스로 숨은 게 아니라, 사람들의 무관심 탓에 숨겨진 사람”이라고 그를 받아들였다. 수영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한다는 그는 산소호흡기 없이 잠수하는 ‘프리다이빙 장면’을 한달간 연습해 소화해냈다.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숙제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디서 숨을 쉬고, 어떤 뉘앙스로 말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주문해, 촬영장에 연기에 대한 2안·3안을 준비해가야 했다”고 한다.
“감독님이 이 영화는 (남녀의 멜로를 드러내는) 장르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간 류승범이 인물 캐릭터 중심의 연기를 했다면, 이번엔 석고란 인물이 장르의 프레임(틀) 안에 들어오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석고의 쓸쓸한 감성을 세밀하게 포착해낸 류승범 연기에 대한 호평도 나오겠지만, 감독이 의도한 틀에 류승범의 연기를 다소 갑갑하게 가두었다는 느낌을 줄 여지도 남긴다.
[관련 영상] <크랭크人> 원작에 없는 헌신과 촉촉함 방은진표 ‘용의자 X’
그는 공효진이 두달여 전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와의 열애설 때문에 류승범과 결별했다는 소문이 “너무 가혹한 얘기”라고 반박했던 것을 떠올리며, “배우가 그렇게까지 (공개석상에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 유치하고 후지다”고 말했다. “언론과 대중이 진정한 영화배우를 원한다면 우리를 (작품과 연기로 말하는) 그런 배우들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배우들을 둘러싼 가십거리가 만들어지고, 대중들이 그걸 얘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배우가 굳이 얘기하기 싫은 소소한 부분까지‘왜 (대중에게) 얘기하지 않으세요’라고 강요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열애설’‘결별의 진상?’따위의 얘기들로 과소비되지 않고, 배우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과 언론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줬으면 한다는 말로도 들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제공
용의자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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