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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대사없이 으르릉거림만으로 연기…말하고 싶었어요 ‘외롭다고’

등록 2012-10-21 20:03

송중기(27)
송중기(27)
‘늑대소년’ 주연 송중기
영화 <늑대의 유혹>(2004)에 나온 강동원을 향해 “저런 늑대를 갖고 싶다”던 여성 관객들의 ‘소유욕’이 8년 만에 <늑대소년>의 송중기(27)로 전도될 시점에 이르렀다. 사나운 동물이나 의뭉스러운 남자를 상징하던 늑대는, 영화에서 송중기가 ‘순이’(박보영)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외롭고 그리움이 가득한 소년의 이미지를 더 얹게 된다.

하지만 송중기가 출연을 결정할 때 “가까운 친구가 ‘너 미쳤냐’고 할 정도”로 주변의 반대는 직설적이었다. 노년이 된 순이가 47년 전 살았던 산골 마을에서 만난 늑대소년 ‘철수’를 회상하는 영화에서 송중기는 대사도 거의 없는 늑대인간을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동료 배우들은 ‘제목은 늑대소년이지만 네가 주체가 아니고, 순이란 여주인공을 계속 따라다녀야 하니까 돋보일 수 없다’고 했어요. 친한 매니저들은 ‘대사도 없는 위험한 모험을 왜 하느냐’고 했죠. 저는 (폐가 좋지 않아 집에서 지내는) 순이가 더 갇힌 인물 같았고, 철수로 인해 순이가 변하면서 오히려 순이의 마음을 철수 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보았죠.”

그는 “영화엔 슬픈 멜로라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죠. 늑대인간의 판타지·액션·스릴러만 있었다면 겉멋만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늑대소년>
영화 <늑대소년>
노년 된 순이의 늑대소년 회상기
대사 거의 없어 주변서 반대많아
슬픈 멜로에 마음 끌려 출연결정

동물원서 늑대관찰…마임도 공부
야생의 연기로 예쁜 배우서 확장중

31일 개봉하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에서 철수는 순이를 만나 인간세상을 조금씩 배워가지만, 늑대로 변하는 야생본능이 드러나 순이와 순이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영화는 젊은 스타를 호객꾼처럼 내세워, 10~20대 관객이나 붙잡으려는 ‘하이틴 영화’가 아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고 그 시대를 아련하게 비추는 영화는 지나간 시절, 가슴에 남긴 사랑, 놓쳐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얘기하는 동화 같은 영화다.

최근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송중기는 “(사람과 세상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외로워하는 철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관객들이 철수에게 연민이든, 귀여움이든, 사랑이든,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늑대인간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우한테 대사를 빼앗는 것은 군인한테 총을 뺏는 것과 같다”고 할 만큼, 영화 막판 몇 마디를 빼고 눈빛과 표정, 으르렁거리는 소리로만 불안·분노·쓸쓸함을 드러내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평소 “말이 많고 장난기도 많아” 촬영하면서 대사를 하고 싶은 유혹이 “매번 들었다”고 한다. 순이가 나중에 꼭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할 땐 “응”이란 짧은 응답이라도, 영화 마지막엔 “가지 말라”는 애원이라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사가 없어도, 마음속에서 대사를 만들어 읊으려 했다”는 그는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들으면 되겠구나, 그간 상대 얘기를 잘 안 듣고 혼자 연기를 했구나란 가르침을 얻게 됐다”고 했다.

영화 <늑대소년>
영화 <늑대소년>
그는 동물원에 가서 온순한 듯 배회하다가 먹이를 보면 달려드는 늑대의 습성들을 관찰하고, 게걸스럽고 포악스럽게 먹는 모습을 늑대소년에 투영시켰다. 늑대처럼 구부정한 행동거지를 하기 위해 이 영화에 경찰로 출연한 배우 이준혁한테 마임 지도도 받았다. “선배님이 ‘행동의 분절’을 강조했죠. 소리가 들리면 사람은 한 번에 그곳으로 시선을 주지만, 동물들은 위협을 느껴 놀라고 방어를 한 뒤에 그곳을 보는 ‘분절’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죠.”

<늑대소년>에서 거친 야생의 모습을 표현한 그는 요즘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착한 남자>에서도 차갑게 보일 정도의 냉철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예쁜 배우’로 불리기까지 했던 그가 연기 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착한 남자>의 이경희 작가께 ‘드라마가 어두운 면도 있는 정통 멜로이고, 작가님이 그간 선이 굵은 소지섭·장혁씨와 작업을 했는데, 왜 날 선택했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작가님이 ‘넌 그런 (양면적인) 것도 갖고 있어’라고 하더군요.”

그는 “내가 밝고 화사한 이미지이고,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좋게 좋게 가자’는 성격이지만, 연애할 때나 일할 때 상대가 실망을 주면 냉정해지도 한다”며 “누구든 양면성이 있지만, 그걸 조율하고 절제하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늑대소년>이 “(연기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소년’ 역을 나에게서 떠나보내는 것”이라면, <착한 남자>는 “내가 남자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삶의 위안과 즐거움을 찾는 관객들이라면, 연기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송중기란 젊은 배우의 성장이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영화사 비단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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