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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광해’ 작가 “인간 노무현 드러낸 장면 있다”

등록 2012-10-21 20:28수정 2012-10-22 13:39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무엇이 실화이고 무엇이 허구일까
‘독살음모’ 기록은 없지만 개연성 있어
‘승정원일기’ 15일치 누락은 허구
‘광해군일기’ 토대로 상상력 펼쳐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 픽션인가요 실화인가요? <승정원일기>에서 15일치 기록이 사라졌다는데 사실인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렸다는데 그런가요?”

조선 광해군 시대를 배경 삼은 사극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모으면서 인터넷 상에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올라와 있다. <광해>의 시나리오를 쓴 황조윤 작가, 역사학자 한명기 명지대 교수와 오항녕 전주대 교수에게 영화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따져봤다.

‘승정원일기’ 15일 누락? <광해>는 광해군 8년(1615년) 왕명 출납관청인 승정원이 기록한 <승정원일기>에서 15일치 기록이 누락됐다는 설정을 내세워,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 대신 그 15일 동안 천민 ‘하선’이 왕 대역을 맡았다는 이야기다.

<조선왕조실록>의 사료로 쓰였던 <승정원일기>는 현재 광해군 다음 왕인 인조 때부터 1910년까지 기록만 남아 있다. “광해군까지 기록은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으로 불타 없어졌기”(한명기) 때문이다. 황조윤 작가는 “<실록>의 광해군 편인 <광해군일기>를 뒤지다 보니 며칠씩 기록이 빠져 있고 15일가량 누락된 데도 있었다”며 “그 누락분 15일을 모티브 삼아 상상력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누락이 광해군 8년의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극중 인물은 광해와 허균을 빼고는, 당대 인물에서 캐릭터를 조금씩 따왔을 뿐 모두 가공 인물이다. 광해 독살음모 설정의 개연성에 대해서 한 교수는 “기록엔 없지만, 광해는 후궁의 아들인데다 선조의 적자 영창대군이 있었기에 조바심이 있었고, 왕이 된 뒤도 이런저런 역모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균은 오늘날 대통령비서실장 격인 도승지(승정원 수석 승지)로 설정됐는데 “(승지 중 말석인) 동부승지로 일한 적은 있다”(오항녕)고 한다.

광해군은 어떤 왕? 1623년 인조반정으로 16년 만에 폐위된 광해군은 후대 평가가 극명히 갈린다.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의 저자인 오 교수는 “과도한 궁궐 공사로 민생 파탄을 불렀고 내치에 실패한 왕”이라며 “대동법을 시행했다지만 재위 말년에 흐지브지됐다”고 평했다.

반면 <광해군,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의 저자인 한 교수는 “17세기 초에 대동법 시행으로 조세 개혁의 물꼬를 트고, 명나라와 후금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중립 외교를 편 왕”이라고 평했다. 그는 “당시 대동법은 혁신적 조처였다”며 “왕실 인척과 벼슬아치들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폐해가 많은 현물납(특산물 과세) 대신에 토지 소유에 비례해 쌀로 과세하는 대동법을 즉위 원년에 시행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는 치적”이라고 말했다.

“하선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마주” 황 작가는 “영화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민에서 왕으로 변화해가는 개인 하선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며 “하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부분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중 신료들의 중전 폐비 요구에 ‘조강지처를 버리란 말이오. 차라리 나를 폐위하시오’ 하며 맞서는 하선의 대사는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 시절 ‘대통령 되려고 조강지처 버리란 말이냐’고 했던 발언에서 따왔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존경 표시)였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관련 영상] <오동진&김영진의 크랭크人> ‘광해, 왕이 된 남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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