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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광해’속에 보이는 박정희·노무현·안철수?

등록 2012-10-21 20:36수정 2012-10-22 19:33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열풍과 사회적 의미
‘서민 보듬는 왕’ 대선앞 공감…한국영화 1년 관객 1억 눈앞
역대 7번째 1천만…후보들도 관람
‘도둑들’ 이어 1년에 2편 첫 기록
기대작 개봉 앞둬 최대호황 예상
“대기업이 스크린 독점” 비판도

가혹한 수탈에 부모를 잃은 ‘사월이’(심은경)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가짜 왕 ‘하선’(이병헌)이 그를 껴안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어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서민의 아픔을 보듬는 지도자에 대한 열망을 투영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가 한국영화 역대 7번째로 ‘1000만 영화’가 됐다. 이로써 한국영화계는 지난 7월 개봉한 <도둑들>(1298만명·영진위 집계기준)을 포함해 사상 처음 1년에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영화계에선 올해 한국영화 1년 관객수 ‘1억명 시대’까지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광해>가 개봉 38일 만인 20일 1000만명을 넘기면서, 한국영화는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8870만명을 불러모았다. 사회성 짙은 영화 <26년> <남영동 1985>,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 등 기대작들이 11~12월에 개봉할 예정이라, 영진위는 한국영화 최대호황이던 2006년의 9174만명을 넘어 1억명 이상 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는 멜로(<건축학개론>), 사극(<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회성 소재의 작품(<부러진 화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8편이 400만명을 넘겼다. 2월과 8월엔 관객 점유율에서 각각 외화를 크게 앞선 75.9%, 70.2%를 기록했다.

김보연 영진위 영화정책센터장은 21일 “한국의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가 미국·프랑스·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인 3.12회로 높아질 만큼 영화를 편안한 문화향유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50대의 관객들이 늘어나, 이들이 주요 고정 관객층으로 자리잡은데다, 탄탄하게 기획·개발된 한국영화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영화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화 ‘광해’서 1인2역으로 호연한 배우 이병헌. 씨제이엔엠 제공
영화 ‘광해’서 1인2역으로 호연한 배우 이병헌. 씨제이엔엠 제공
<광해>가 여름·겨울방학 시즌이 아닌 9~10월에 1000만명을 모은 첫 영화가 되면서, 비수기 관객 규모를 확장시킨 것도 성과로 꼽힌다. 조선의 임금 광해군(이병헌)과, 가짜 왕 노릇을 하는 광대 ‘하선’의 1인2역을 맡은 이병헌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류승룡·한효주·장광·심은경·김인권 같은 조연들의 안정적인 호연이 어우러져 극의 재미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부패관리를 잡아 벌을 주거나, 자기 안위만 챙기려는 관료들에게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호통 치고, “내 백성이 백 갑절은 소중하오”라고 말하는 ‘하선’의 모습이 좋은 지도자의 출현을 바라는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해>의 시나리오를 3년 전부터 기획·개발한 씨제이(CJ) 영화사업부문 콘텐츠개발팀의 임상진 팀장은 “평민이 왕이 되는 설정으로 관객들한테 신분상승의 대리만족을 주면서, 국민들의 입장에서 정치를 하는 지도자를 바라는 관객들에게 백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하선의 모습이 통쾌함을 줬을 것”이라고 짚었다.

보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영화 마지막에) 목례를 올리며 예를 취하는 허균을 향해, 떠나는 배에서 손을 흔들던 하선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치세력이 없지만 왕좌에 올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려다 꿈을 접는 ‘하선’의 모습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추구하는 ‘진심의 정치’의 힘과, 정치세력이 없는 권력의 한계를 영화에서 동시에 엿봤다는 관객들의 평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약자를 대하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는 관람평을 밝히기도 했다. 트위터에선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하선의 모습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각했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2편의 1000만 영화 탄생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다는 비판도 많다. 전국 스크린 절반 가량인 1000개관 남짓 상영된 <도둑들>과,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씨제이의 계열인 씨지브이(CGV)를 기반으로 600~1000개관에서 상영된 <광해>의 스크린 독과점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도둑들>은 극장매출액에서 배급사가 가져가는 몫을 극장에 더 주는 조건으로 상영 막판 스크린을 계속 유지하며 관객 신기록을 세우려 했고, <광해>는 개봉일을 갑자기 1주일 앞당겨 결과적으로 중소 규모 영화사들의 상영관을 뺏는 불이익을 안기는 등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시장 교란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배급사인 씨제이가 <광해>의 시나리오를 직접 개발하고 감독을 선정한 뒤 제작사에 ‘제작 하청’을 줘 흥행한 이번 사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제작사 대표는 “씨제이가 자체 기획한 <광해>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시나리오 개발·제작·투자·배급까지 이뤄지는 대기업의 독점적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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