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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성폭력 피해자의 분노, 영화가 답한다

등록 2012-10-25 19:57수정 2012-10-25 20:53

<나쁜 피>
<나쁜 피>
법이 처벌하지 못한 성범죄
직접 응징 나선 엄마와 딸…
피해자 복수 다룬 영화 봇물
어린 아이를 노릴 만큼 추악한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불안한 사회를 반영하듯 성범죄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영화가 동시 다발로 나오고 있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나쁜 피>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여성의 딸이 20대가 되어 출생의 비밀을 안 뒤, 가해자를 찾아가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순제작비 1억원을 들여 10일간 촬영한 저예산 영화이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혼돈이 다음 세대로까지 어떻게 전이되는지 섬뜩하게 들여다본 작품이다.

피해자의 엄마가 공권력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채 직접 가해자 응징에 나서는 영화들도 나왔다.

<돈 크라이 마미>
<돈 크라이 마미>
다음달 개봉할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는 고등학생 딸이 남학생들한테서 성폭행을 당했으나 미성년자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자 딸이 목숨을 끊고, 그 엄마(유선)가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공정사회>도 경찰의 부실수사를 믿지 못한 엄마(장영남)가 10살 딸의 성폭행범을 찾아 처벌에 나서는 영화다.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서편제>를 제작한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의 아들이자 <해운대>의 프로듀서였던 이지승 감독이 순제작비 5000만원을 들여 만든 장편 데뷔작이다.

<공정사회>
<공정사회>
<공정사회>의 이지승 감독은 “영화처럼 이런 일이 생기면 뭘 할 수 있나 생각해보니, 관공서 앞에 가서 성폭행범을 잡아달라고 피켓을 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며 “(사적 복수라는) 영화 판타지를 통해 피해자 가족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안에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란 씁쓸함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나쁜 피>의 강효진 감독은 “범죄로 잉태된 생명이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품을 수 있을까란 물음과 함께, 성범죄의 위험성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를 여전히 개인의 불행으로 여기고, 이들을 치료하고 구제하는 사회 시스템은 취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직접 복수를 다룬 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양산된 것은,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영화에 투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사법부의 비상식을 겨눈 <부러진 화살>, 사채압박·개인파산 등으로 삶이 파괴된 인물을 그린 <화차>, 연쇄살인을 내세운 <이웃사람>, 납치살인·장기밀매를 다룬 <공모자들>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시한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개봉됐다. 영화계에선 “우리 사회를 담은 한국영화들이 화가 나 있다”거나 “영화에 분노·울분·불안이 내재돼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승 감독은 “돈과 힘이 없는 약자들은 결국 법과 정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막히다보니 불만들이 쌓이고, 그것이 영화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강효진 감독은 “<나쁜 피>를 만들면서 잔잔하게 얘기를 풀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그렇게 우회적으로 얘기하면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사회문제를) 영화에서 세게 질러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키노크러시·부산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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