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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이 서른, ‘어른의 자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등록 2012-10-26 19:37수정 2015-10-23 14:51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2009, 일본 <마이니치 방송>(MBS), <도쿄 방송>(TBS))
<애니박스>(AniBox) 주중 밤 10시30분, 일요일 밤 10시(4회 연속 방영)

2012년은 왜 이리 더디 가나. 양평동 이씨는 골이 아팠다. 연말이 되자 주변에서 하나둘씩 신경을 긁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두 달만 있으면 서른이네? 이제 좀 위기감이 느껴지시나? 어쩌나, 이제 아저씨네?” 스물아홉이 서른 되는 게 뭐가 대수라고. 어찌나 아저씨 운운하며 놀려대는지, 마음 같아선 내년까지 잠들었다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면 다들 그만두겠지.

“왜들 그러지? 자기들이 느낀 불안과 좌절을 나도 느껴야 한다 이건가?” 이씨의 투덜거림에 친구 판다씨가 웃으며 답했다. “예비역들이 입대하는 사람 놀리는 거랑 비슷한 거겠지.” 이씨는 한숨을 쉬었다. “다들 서른이 되면 운신하는 것부터 느낌이 다르네 어쩌네 하는데,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마감이 있는 글’을 쓰면서부터 그랬거든. 이제 와 새삼 20대의 체력을 잃을까 두려워할 리 없잖아. 일찌감치 잃었는데.”

“몸 관리 안 한 것도 자랑이다, 인마.” 판다씨는 농으로 받아넘겼지만, 이씨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사실 무서운 건 따로 있어.” “뭔데?” “<강철의 연금술사>에 그 대사 있잖아.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암스트롱 소장이, 주인공 엘릭 형제가 아직 싸우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서면서 그러잖아. ‘앞으로 세상을 짊어질 젊은이에게, 지금 이 세상을 짊어진 어른이 사는 법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나는 자신 있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해 봤는데, 확신이 안 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어른이 되었는가가 걱정되는 건가?” “그렇지. 어릴 때 난 어른들을 참 많이 원망했거든. 고작 이런 세상을 물려주려고 그 잔소리를 했나 싶어서. 그런데 막상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게 참 미약하더라. 난 과연 후배들한테 내가 사는 법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일까, 어떤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일까 걱정이야.”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그 미약한 거라도 조금씩 해내면 되잖아.” “응?” 판다씨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도 연금술사들만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야. 능력이 있건 없건,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크고 작은 힘을 엘릭 형제의 여정에 보태주잖아?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글 쓰는 이는 글을, 노래하는 이는 노래를. 각자가 할 수 있는 그 미약한 일이나마 최선을 다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네가 고민하는 어른의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

반쯤 얼이 빠진 이씨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판다씨는 어른이구나.” 판다씨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냥 열심히 사는 거지, 어른은 무슨.”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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