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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 얼굴로 배우하는 게 혁명” “우린 체형까지 닮은 아바타”

등록 2012-10-28 15:04수정 2012-10-29 10:10

육상효 감독(오른쪽)은 “김인권이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그 집중력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칭찬했다. 따뜻한 연출과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는 두 사람이 24일 인터뷰를 한 뒤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육상효 감독(오른쪽)은 “김인권이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그 집중력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칭찬했다. 따뜻한 연출과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는 두 사람이 24일 인터뷰를 한 뒤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강철대오’ 주연 김인권과 감독 육상효
“혁명과 사랑이 뜨겁게 만나듯
우리 두사람의 만남은 필연적”
미 문화원 점거농성 배경으로
‘진지한 코미디’ 연출에 역점
견고한 생각의 틀을 깨려는 열정을 혁명의 본질이라 본다면, 배우 김인권(34)은 “사실 이렇게 생긴 얼굴로 영화배우를 하는 것도 혁명”이라며 웃었다. 딸이 셋인 그는 조연만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영화 포스터에 내 얼굴은 언제 들어가나 생각했는데, 2년 전 <방가? 방가!> 주연으로 서울 대한극장에 내 얼굴이 크게 걸린 건 기적이었다”고 했다.

그 기적은 <방가? 방가!> 주연으로 접촉한 배우들의 출연이 무산되자 육상효(48) 감독이 “영화 <해운대>에서 눈여겨본” 김인권을 촬영 2주 전에 급히 합류시키며 벌어진 일이다. 감독의 말처럼 “첫 만남은 그렇게 우연으로 이뤄졌다”지만, <방가? 방가!> 호평 이후 ‘필연적인 만남’으로 재해석된 둘의 인연이 25일 개봉한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약속한 투자가 철회되면서 촬영이 늦춰지는 곡절을 겪었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얘기가 젊은 관객층에게 먹힐까”라는 우려 탓이었다. 김인권은 “주연인 나 때문인가 싶어 작품에서 빠져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육 감독은 “투자받는 과정에서 김인권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인권이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을 보면 놀랄 때가 많죠.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배우라 시나리오·캐릭터 분석이 치밀하고 영민해요. 제 영화는 진지한 데서 코미디를 끌어내는데, 김인권은 드라마 흐름을 유지하면서 유머도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배우이죠.”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24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육 감독은 “이번에 촬영하면서 ‘저 친구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유도되어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내가 김인권의 아바타(분신) 같다”고 했다. 이에 김인권은 “내가 놀 수 있는 시스템을 깔아준 분이니, 내가 감독님의 아바타”라고 맞받았다.

이렇듯 이번 작품은 교감이 더 깊어진 두 사람이 재회한 영화다. <강철대오>는 중국집 배달원 ‘대오’(김인권)가 학생운동을 하는 ‘예린’(유다인)에게 반해 마음을 고백하러 갔다가, 우연히 예린이 포함된 대학생들에 휩쓸려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에 들어간다는 코믹 영화다. 사회를 바꾸려는 학생들의 뜨거움과, 사랑을 얻으려는 대오의 뜨거운 마음이 미문화원이란 공간에서 만난다는 설정이 이채롭다.

“코미디가 생산될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코미디를 만들면 (군부독재에 저항한) 1980년대 사회를 코미디로 이해시키고, 코미디도 의미를 줄 수 있다고 봤죠.”(육 감독)

“‘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물었더니, 감독님이 사랑 이야기이니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불태우면 된다고 했죠.”(김인권)

김인권은 저 사람과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통념을 깨고 그 마음에 다가서려는 “대오의 혁명적 사랑에 관한 영화”이자, “슬픈 사랑에 관한 작품”으로 이해했다.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육 감독은 “나이 들수록 20대의 치열한 순수성이 없어지는데, 순수한 열정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영화는 김인권·박철민의 코믹 연기가 더해져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미문화원을 점거한 학생들의 결기가 떨어진다든지, 전경이 담을 타고 미문화원에 들어와 농성중인 옛 여자친구를 만난다거나, 중국집 배달원들이 미문화원에 들어가 농성에 합류한다는 설정들이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여기는 관객들에겐 몰입의 강도가 약할 수도 있다.

감독은 “관객들이 사랑의 감정으로 점거농성에 들어간 대오의 마음을 수용한다면 대오의 행동들의 근거가 이해될 수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김인권은 “영화가 리얼리티에서 약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오의 캐릭터에 이소룡 흉내를 과장되게 낸다든지 하는 만화적 설정들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예린’과 농성 대학생들을 위해 중국집 배달원들이 희생하는 마지막 장면은 ‘대오’의 아픈 사랑이 느껴져 울림을 주지만, 한편으론 대학생들이 이기적이란 느낌을 받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감독은 이렇게 해석했다. “학생들이 비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어떤 위기가 있을 때 민중의 그런 희생으로 나아갔잖아요? 그렇게 비춰보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죠.”

김인권은 “말초적 코미디를 벗어나서 약자의 처지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만드는 육 감독님의 코미디”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정통 코미디 장르를 발전시키고, 난 미국의 빌 머리처럼 코미디 장르에서 인정받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선 강한 동질감이 느껴지는데 감독이 “김인권은 (체형에서도) 나와 가장 친숙하고 유사한 비율을 가진 배우”라고 하자, 김인권도 고개를 끄덕이며 큭큭 웃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관련 영상] <크랭크人] 육상효·김인권 “우리는 코미디 단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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