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출연료 영화 <26년>에 투자하고
자신의 노래 ‘꽃’ 합창곡 형식 주제가로
참여 어려워하는 사회 분위기는 아쉬워
자신의 노래 ‘꽃’ 합창곡 형식 주제가로
참여 어려워하는 사회 분위기는 아쉬워
‘영화 <26년> 일반 투자자 모아 제작 나선다.’
가수 이승환(47)씨는 호기심에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기사를 클릭했다. 4년 전 촬영을 열흘 앞두고 갑작스러운 투자 철회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던 영화 <26년> 제작진이 일반인 소액 투자로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드’ 방식으로 다시 영화 제작에 나선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는 원작인 강풀 작가의 웹툰 <26년>을 찾아 클릭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26년이 흐른 뒤 피해자 가족들이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만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3시간 동안 눈 한번 안 떼고 단숨에 봤다”며 지난 3월31일의 기억을 되짚었다.
강 작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다음날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가수 이승환인데요, 만나고 싶습니다.” 만우절 장난이라 여긴 강 작가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 영화 투자 뜻을 밝혔다. 영화 <괴물>을 만들기도 했던 <26년>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도 만났다.
“영화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먼저 들었지만, 사명감 같은 것도 떠올랐어요. 정의와 진실에 몸 사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유명인 중에는) 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문제는 돈이었다. 이씨가 운영하는 기획사 드림팩토리는 4년 전 경영난으로 거의 접은 상태였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때마침 대형 공연제작사가 이씨에게 공연을 제안했다. 애초 당분간 공연을 쉬려 했던 이씨는 부산(12월24~25일)과 서울(30~31일)에서 연말 공연을 하기로 하고 출연료 등을 미리 받아 <26년>에 투자했다. 개인 투자로는 가장 많은 액수라고 한다.
영화 주제가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기존 발표곡 ‘꽃’을 웅장한 합창곡으로 바꿨다. 출연 배우 한혜진·진구 등은 물론이고 후배 밴드 피아·장미여관·로맨틱펀치 등 40여명이 후렴구 합창에 참여한다. 영화 홍보를 위해 윤상·김종서·이석훈(에스지워너비) 등 동료 가수 11명이 참여한 버전도 만들어 이달 중순 이전에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제가 12년째 열어온 자선 공연 ‘차카게 살자’ 출연을 부탁하면 10명 중 8명이 응해요. 그런데 이번 ‘꽃’에는 10명 중 8명이 거절했어요. 이해는 하지만 아쉽죠. 그들이 거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답답한 거예요.”
이씨는 오는 16일 저녁 8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6년 콘서트’에도 함께한다. 영화 제작사가 29일 개봉을 앞두고 가수 축하 공연과 배우들의 토크쇼로 분위기를 달구고 영화에 투자한 1만5000여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마련하는 자리다.
“잘못된 과거를 잊으면 계속 반복되는 법이죠. 그걸 바로잡아야 비로소 미래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여러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 문화방송 노조 파업 지지 공연 등에서 노래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내온 그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2009년에 ‘조용하되 침묵하지 않고, 부딪히되 흔들리지 않겠다’는 말을 제 누리집에 남긴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조용하지만 힘있게 목소리 내야 할 때는 내려고 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드림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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