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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제작도 대기업 하청 시대?

등록 2012-11-06 19:55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제작사 기획·기업 투자 관행깨고
‘광해’ 등 CJ주도 아래 제작대행
“긍정적인 협력관계” 시각있지만
돈되는 상업영화에 편중 우려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최근 대종상영화제에서 15관왕을 차지할 때, 영화 제작 흐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수상 부문이 있었다. 보통 영화 제작자와 프로듀서가 기획 부문 상을 받는데, 올해는 <광해>의 투자·배급사인 씨제이 이앤엠(CJ E&M)의 임상진 영화기획팀장에게 돌아갔다. <광해>는 대기업(씨제이)이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감독까지 선정한 뒤, 제작사에 ‘제작 대행’을 맡겨 흥행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사를 찾던 기존 방식과 거꾸로 이뤄진 것이다.

<광해>가 관객 1000만명을 넘기면서, 대기업이 주도한 ‘광해 제작 스타일’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대기업과 제작사의 ‘동반 성장 모델’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대기업의 독점적 영향력을 키우는 ‘영화 제작 하청시대’가 열렸다는 목소리도 많다.

<광해>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6일 “제작사가 영화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협력관계’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작 대행을 받아 공산품 찍어내듯 제작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영화는 창조적인 작업”이라며 “똑같은 대본이라도 어떤 제작사가 맡아 어떻게 각색하고, 어떤 스태프를 꾸렸는지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씨제이의 임상진 기획팀장도 “제작사가 영화를 기획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씨제이는 그런 비용의 손실이 있더라도 작품을 계발할 수 있다”며 “제작사는 투자·배급이 확정된 영화를 만들 수 있으니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49만명을 모은 <용의자 엑스(X)>와, 제작을 준비중인 <집으로 가는 길>도 씨제이가 기획하고 감독까지 선정해 제작사에 제작만 맡긴 경우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투자·극장 배급망까지 쥔 대기업이 시나리오 기획·계발까지 직접 나서면서 제작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흥행작을 낸 한 제작사 대표는 “제작사들도 흥행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지만, 대기업은 더욱 수익 중심의 상업성 짙은 영화를 구상할 수밖에 없다”며 “영화계도 제조업처럼 대기업이 원하는 방향대로 제작하는 ‘주문자생산방식(OEM)’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광해> 흥행으로 자신감을 얻어, 자사가 기획한 영화의 편수를 조금씩 늘리다보면 좀더 도전적인 소재의 영화를 계발하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려는 중소 규모 제작사들의 제작환경과 투자받는 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작사 대표는 “지금도 촬영 10회차마다 촬영본을 편집해 대기업 투자·배급사한테 제출해 점검을 받고, 후반 편집권까지 대기업이 간여하는 상황에서 ‘제작 하청 현상’이 본격화하면 대기업의 영화계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제작사들의 ‘대기업 줄서기’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작사가 제작 대행을 하면 시나리오 기획·계발비를 쓰지 않은 만큼 수익배분율이 낮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극장매출액에서 극장 몫 등을 뺀 나머지에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보통 6 대 4나 7 대 3으로 나누지만, 제작대행을 하면 8 대 2, 9 대 1까지 제작사 몫이 줄어든다. 몫이 작아졌더라도 <광해>처럼 흥행하면 수익이 보전되지만,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수준의 관객이 들 경우가 문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제작사 몫이 얼마 되지 않아 후속작을 기획할 미래 재투자분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영화계 체력이 부실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상진 씨제이 기획팀장은 “씨제이가 계발한 작품이든 제작사가 기획한 작품이든 흥행 가능성을 보고 투자·배급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씨제이가 기획·계발하는 영화는 연간 2~3편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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