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우 이즈 굿>
다코타 패닝 주연 ‘나우 이즈 굿’
대개는 그렇다. 열정적으로 보낸 ‘지금 이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삶이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아프거나 죽음이 임박하고 나서야 “맞아, 삶은 그런 건데”라고 뒤늦게 절감한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나우 이즈 굿>(감독 올 파커)은 시한부 소녀란 익히 봤던 소재와 설정을 가지고, 우리가 알면서도 간과하는 삶의 소중한 원칙을 다시 들려준다.
17살인 ‘테사’는 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만 백혈병에 걸리고 만다. 이렇게 죽는 게 너무 억울한 이 맹랑한 소녀는 남자와 잠자기, 술 마시기, 도둑질 해보기 등 ‘죽기 전 하고픈 일’을 하나씩 실천에 옮긴다. 수척해지는 딸이 안쓰러운 아빠와, 돌출행동을 일삼는 딸은 서로 부딪친다. 테사의 옆집으로 또래 남자 ‘아담’이 이사를 온다.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은 상실감 때문에 아담은 집에 갇혀 지내듯 산다. 테사와 아담은 서로 어깨를 맞대는 사이가 된다. 아담은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테사의 소원을 그만의 방식으로 이루어준다. 테사는 아담을 만나 죽음 속으로 평안하게 들어가고, 아담은 테사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예상했던 내용 전개란 생각도 들겠지만, 영화는 감정을 절제하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 관객의 감정을 북받치게 만든다. <아이 엠 샘>(2002)에서 아역으로 나와 세계 영화팬들의 눈물을 자아낸 다코타 패닝이 그새 18살 소녀가 되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테사를 사랑스러운 인물로 표현해냈다. 미국 출신인 그는 영국 감독·배우들과 작업한 이 영화에서 영국식 발음을 소화했다. 아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워 호스>(2011)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제러미 어바인이 맡았다.
관객들은 아마도 무뚝뚝해 보이는 아빠가 눈물을 보일 때, “누나 죽으면, 우리 (놀러) 휴가 가?”라고 말하던 철없는 꼬마 남동생이 “(누나가) 귀신이 되어서 날 쫓아다녀도 돼”라고 고백하는 순간, 눈물샘이 열릴 것이다. 그런 가족과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조금씩 솟아오를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오퍼스픽쳐스
<한겨레 인기기사>
■ 직장인 카페 창업 실패기 “하루 15시간 노동”
■ 아토피 예방하는 ‘하태독법’을 아시나요?
■ ‘오늘은 오바마의 밤’
■ 미국선 3% 연비과장 ‘된서리’…한국 5% 부풀려도 “정상”
■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창문의 비밀
■ 한글날, 내년부터 다시 ‘공휴일’ 된다
■ [화보] 문-안 후보, 단일화 회동
■ 직장인 카페 창업 실패기 “하루 15시간 노동”
■ 아토피 예방하는 ‘하태독법’을 아시나요?
■ ‘오늘은 오바마의 밤’
■ 미국선 3% 연비과장 ‘된서리’…한국 5% 부풀려도 “정상”
■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창문의 비밀
■ 한글날, 내년부터 다시 ‘공휴일’ 된다
■ [화보] 문-안 후보, 단일화 회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