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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상실의 시대 어루만진 ‘눈물’의 시네마

등록 2012-11-11 20:22

<별 모양의 얼룩>(감독 홍지영·위 사진), <이·디(E.D) 571>(감독 이수연·아래)
<별 모양의 얼룩>(감독 홍지영·위 사진), <이·디(E.D) 571>(감독 이수연·아래)
8일 개봉 ‘가족시네마’
실직·자식 잃은 슬픔 등
4개 단편 묶은 옴니버스
슬픔 뒤안 잔잔한 감동

우리네 가족들이 저마다 힘겨운 사연 하나쯤 품고 살아가듯, 영화는 유쾌하고 단란한 가족을 비추지 않는다. 어떤 가정엔 만삭 아내에게 실직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아빠가 있을 것이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권고사직을 당한 딸도 있을 것이며, 천 번 만 번을 울어도 죽은 딸이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닐 텐데도 또 눈물이 흐르는 어떤 엄마, 아빠도 있을 것이다.

8일 개봉한 <가족시네마>는 슬프고 씁쓸한 우리 사회와 가족들을 보여주며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4개의 단편을 묶은 125분짜리 옴니버스 영화다.

그 중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실직을 했지만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채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하루를 보내는 남자(정인기)의 얘기다. 출산을 앞둔 아내의 불룩한 배를 보고, “(아기가) 이따가 나오지. 하필이면 왜 지금이야”란 모진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을 담았다. <순환선>만 올해 프랑스 칸영화제에 출품돼, 비평가주간 단편 본상인 ‘카날플뤼 상’을 받았다.

<별 모양의 얼룩>(감독 홍지영)은 유치원 캠프를 갔다가 화재사고로 아들·딸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을 담았다. 화재가 나기 직전에, 가슴에 별 모양이 있는 노란색 옷을 입고 가게 앞을 지나갔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엄마(김지영)는 우리 아이가 어쩌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다. 죽은 딸을 떠올리며 그 아이를 한번이라도 어루만지려고 팔을 뻗어보는, 배우 김지영의 연기를 보노라면 어느덧 눈에 눈물이 맺힌다.

출산문제로 부당 해고 위기에 처한 여직원을 도우려고 연대했던 동료 여직원들조차, 각자 처한 사정 때문에 균열되는 과정을 그린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영화 속 인물들의 심경을 듣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고 당하는 당시의 상황들을 빠른 리듬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면서, 육아와 노동을 같이 해야 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2030년을 배경으로 한 <이·디(E.D) 571>(감독 이수연)은 대학 시절 등록금을 벌려고 난자를 기증했던 39살 여성(선우) 앞에 자신이 그 난자로 태어난 생물학적 딸이라는 소녀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4개의 단편 모두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이 감독들의 다음 장편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수필름·포디렉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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