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관객 1억명 돌파 눈앞
카피로 본 2012 한국영화
여러분의 마음을 훔친 영화카피는?
카피로 본 2012 한국영화
여러분의 마음을 훔친 영화카피는?
위로와 감성의 코드로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
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 에두르지 않고 직설로
용산, 그을린 25시간의 기록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1000만 관객 속으로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모두가 꿈꿔온 또 한명의 왕이… ‘영원히 지켜줄게…세상에 없던 사랑.’ 어떤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홍보문구(카피)일까? 세상에 없었던 판타지 소재의 영화임을 드러내면서도, 현실의 그 어떤 사랑보다 간절했던 두 남녀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 이 ‘열 네 글자’로 관객의 기대감을 더욱 높인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은 개봉 11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늑대소년>이 11월 흥행작으로 가세하면서, 10일까지 올해 한국영화 총 관객수가 9606만명을 기록했다. 이달 중 한국영화계 최초로 관객 1억명 돌파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카피’를 통해 유례없이 흥행한 올해 한국영화를 돌아봤다.
■위로를 건넨 감성의 카피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건축학개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이 문구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카피라고 얘기하는 영화인들이 많다. 이 글귀는 영화 홍보사 ‘흥미진진’의 젊은 여성팀장인 이명희씨가 만들었다. 그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집이 완성되면 우린 헤어져야 한다’ 같은 카피도 거론됐지만,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데다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고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 카피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잘생긴 누군가는 여러 명의 첫사랑이었다’ 식으로 응용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1990년대 대학 시절과 당시의 가요를 주요하게 다룬 이 영화는 문화 주소비층이 된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와 가요가 잇따라 문화상품으로 등장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부산 건달(하정우)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년의 아빠(최민식)가 나오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란 부산 사투리를 카피로 뽑았다. “인생을 폼 나게 살아보자는 영화의 내용과,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과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폼 나는 스타일도 보여주려는” 카피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하정우의 흥행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최민식의 귀환’을 알리는 영화가 됐다.
<연가시>는 ‘반드시 구해야 한다’란 카피와 ‘살인기생충 연가시’를 같이 포스터에 적었다. <연가시> 마케팅 관계자는 “아빠가 가족을 살리려고 분투하는 내용과, 살인기생충이란 독특한 소재를 함께 드러낸 카피였다”고 했다. 만듦새에서 아쉬움을 준 작품이지만, ‘연가시’란 소재에 중·고등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가족 관객층까지 끌어들이면서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해운대>처럼 ‘재난 소재의 가족영화’에 한국 관객이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 <연가시>는 뜻밖의 흥행작이 되면서, 올 7월까지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씨제이까지 ‘구해낸’ 영화가 됐다.
■영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카피 올해 독립영화 최고 화제작인 <두개의 문>은 전투경찰 복장을 갖춘 얼굴 사진과 함께, ‘용산, 그을린 25시간의 기록’이란 간명한 문구를 포스터에 실었다. 배급사 시네마달의 오보라 팀장은 “처음엔 ‘적개심을 명령받았다’란 카피를 넣으려 하다가, (잊혀가던) 용산참사를 다시 현안으로 꺼내려는 이 영화의 소재에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 속에서,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극장 대관운동’등에 힘입어 7만3000명이 관람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를 카피로 썼다. “이탈리아 말인 피에타의 뜻을 관객에게 알려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극으로 내몰리는 인간들에 대한 자비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까지 품은 카피였다고 한다. ‘이 남자의 분노에 주목하라’란 문구를 내건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갈망하고 권력의 폭력성에 분노하는 관객들의 공감을 사면서, 사회성 짙은 소재의 영화도 300만명 이상 흥행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1000만 카피 <도둑들>은 ‘훔치는 순간 배신은 시작된다’ ‘훔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훔치지 않는다. 다만 기적을 만들 뿐’처럼 ‘훔치는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카피들이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를 메인 포스터에 실었다. <도둑들>의 홍보를 맡은 강효미 퍼스트룩 실장은 “경쾌한 오락영화인데, 배신이란 말이 어두운 이야기로 비치게 할 수 있는데다, 이 영화는 개성 있는 10명의 스타배우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까란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둑들>은 재미를 추구한 오락영화가 1000만명을 넘긴 첫 사례가 됐다.
또다른 1000만 관객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메인포스터에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다’를 쓰려고 하다가, ‘광해군 8년, 모두가 꿈꿔온 또 한명의 왕이 있었다’가 확정됐다. 강효미 퍼스트룩 실장은 “영화 메시지를 함축하면서, 지금 이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카피였다”고 말했다. 코믹한 장면들이 여럿 나오지만 포스터와 카피, 그 어디에도 그런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이건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강 실장은 “<광해> 개봉 이전에 가벼운 톤의 사극영화들이 나왔는데, 그런 류의 사극영화로 묻힐 수 있어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로 알리려 한 것이다. 진지한 사극영화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웃기다’고 느낀 관객들이 내는 입소문이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 영화 흥행은 이 예상대로 움직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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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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