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주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 서영주
세상서 밀쳐진 외로움·불안 열연
‘범죄소년’으로 한국 최연소 수상
세상서 밀쳐진 외로움·불안 열연
‘범죄소년’으로 한국 최연소 수상
지난달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 “‘이게 꿈인가, 이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전화로 소식을 전했더니, 한국에 있던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화 <범죄소년>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은 서영주(사진)군의 나이는 15살이다. 그는 한국 영화계가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연소 배우란 기록도 갖게 됐다.
“이 상을 받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처음부터 큰 상을 받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도 생겼어요.”
얼떨떨해하는 어린 배우에게 도쿄영화제 쪽은 “성인배우 못지않은 성숙한 연기력과 깊은 눈빛이 인상적이며, 대단한 배우가 등장한 것 같다”는 격려까지 보냈다.
22일 개봉하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제작 국가인권위)은 병든 외할아버지를 돌보며 살다가, 절도죄로 소년원에 들어간 ‘지구’(서영주) 앞에 자신을 17살 나이에 낳고 떠난 엄마(이정현)가 13년 만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영주는 세상의 구석진 곳으로 밀쳐졌다는 외로움과 엄마를 만나 느끼는 위안, 세상과 다시 단절될 듯한 불안감들을 표현해낸다.
서울 중대부중 3학년인 서영주는 11일 저녁 전화통화에서 “소년원 아이들은 큰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란 편견들이 있는데, 사회와 가족한테서 버려지거나 보호받지 못해서,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작은 비행을 범해온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에서 ‘지구’도 돈과 물건을 훔치려는 또래 아이들과 그냥 휩쓸려 있다가 특수절도죄로 붙잡히고,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부양할 능력이 없어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그는 “영화촬영을 위해 일주일간 소년원에서 지냈는데, 처음엔 그곳 아이들이 무서웠지만, 나한테 ‘너 영화 찍는다는데 무슨 역할이니’라고 묻는 등 호기심 많은 평범한 소년들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나가는 꼬마’ 같은 단역들을 하다가, 올해 영화 <도둑들>에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김윤석의 어린 시절 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내가 웃으면 관객도 웃고, 내가 울면 같이 우는, 그렇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주연까지 맡았으니 우쭐해질 법한데도, “‘저 사람 연기 잘한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지, ‘와, 저 사람 누구다’란 말을 듣는 화려한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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