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경영(52)
‘고문기술자 이근안’ 연기한 이경영
“아픈 역사 반복 안된다 말하는
이 영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아픈 역사 반복 안된다 말하는
이 영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인터뷰 시작 전과 인터뷰 도중, 배우 이경영(52·사진)은 담배를 두 차례 물었다. 그는 “그간 담배가 늘었고, 눈물도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부산영화제에서 자신이 고문기술자 이근안(극중 이름 이두한) 역으로 출연한 <남영동 1985> 상영이 끝난 직후, 그는 극장 무대에서 국가폭력을 대신 사과하듯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고문가해자인 영화 속 저의 모습으로 (피해자분들한테) 아프게 한 게 죄송했어요. 저도 1980년대에 20대로 살며 (시위에 나가) 멀리서 돌도 던져봤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산 분들처럼 치열하진 못했잖아요. 그런 부채의식과 미안한 감정들이 북받친 거죠.”
인간성을 짓밟는 고문을 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휘파람을 부는 그의 섬뜩한 표정연기는 영화계에서 왜 그가 좋은 배우란 말을 듣는지 느끼게 한다.
14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사실에 가깝게 고문하면서도, 고문받는 배우(박원상)의 안전도 생각해야 하니,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너무 힘들었다. 고문 연기를 하고 숙소로 오면 탈진 비슷한 극도의 피로감이 올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배우들 모두 이 연기를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집단최면 같은 상황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 영화를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한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이젠 아픔이 없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느끼고, 젊은 세대들은 ‘아빠, 엄마들이 이런 야만의 시대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게 없잖아요’라면서 세대를 넘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남영동>은 그가 영화 <하얀 전쟁>(1992)부터 인연을 맺은 정지영 감독과 5번째 함께 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이 작품을 해야 하는 이유’란 내용의 메일을 이경영에게 보냈다. “이 작품이 저에게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복귀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영화와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라는 거였죠.”
그는 “내가 두문분출할 때마다 ‘경영아 밖으로 나와라’고 해준, 나에겐 가족 같은 감독님”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미성년자란 사실을 처음엔 몰랐다는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인정받았다. “영화배우로서 부끄러웠던 시간”이라 말하는 그는 싸늘한 여론이란 다른 형벌과 마주해야 했다.
이후 ‘오뎅바’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와 올해 <써니> <최종병기 활> <부러진 화살> <후궁 : 제왕의 첩>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돌아갈 곳이 영화라는 숲밖에 없었고, 그 숲이 다시 나를 쉬게 만들어준 거죠. 영화인으로서 다시는 영화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남영동> 시사회 뒤풀이에서 배우 권해효가 날 세게 끌어안으며 ‘형, 원대복귀 축하해’라고 하더군요. 편견 없이 날 배우로 봐준 영화인들에게 고맙죠.”
“이젠 내가 잘 사는 길밖에 없다”는 그는 “주변에 빚진 게 너무 많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관련 영상] “‘남영동 1985’, 대선에 영향 미쳤으면” [CD Player 126회]
<한겨레 인기기사>
■ 청와대 직원이 이시형씨 전세금 일부 대납…“김윤옥씨와 가까운 분”
■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부른 ‘서울시의 특혜’
■ 신생아, 병원·조리원서 변종세균 MRSA 무방비 노출
■ 애플 아이패드 미니 3600대, 미국 공항서 도난
■ 남자를 피곤하게 하는 여자친구유형 4가지
■ 화엄사 스님 ‘성추행’ 혐의 고소당해
■ [화보] 책임져야 사랑이다

■ 청와대 직원이 이시형씨 전세금 일부 대납…“김윤옥씨와 가까운 분”
■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부른 ‘서울시의 특혜’
■ 신생아, 병원·조리원서 변종세균 MRSA 무방비 노출
■ 애플 아이패드 미니 3600대, 미국 공항서 도난
■ 남자를 피곤하게 하는 여자친구유형 4가지
■ 화엄사 스님 ‘성추행’ 혐의 고소당해
■ [화보] 책임져야 사랑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