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의 조성희(왼쪽) 감독과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감독은 한국 영화의 미래를 가꿔갈 차세대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늑대소년’ 조성희·‘파수꾼’ 윤성현 감독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두 감독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하는 동생”
“많은 자극 주면서 발전 도와줘”
2008년 영화 아카데미에서 만나
고민 나누며 ‘창작자 유대’ 이어가 “몇 년에 한 번 극장에 갈까 말까 하는 육순이 넘은 고모할머니께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셨어요. <늑대소년>을 조목조목 평가하고, ‘별점 세 개 반’이라고요.”(조성희 감독) 60대 ‘여심’까지 제대로 사로잡은 <늑대소년>이 18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성희(33) 감독은 “제 영화가 전국 극장에 걸리는 것도, 많은 분이 관심 갖는 것도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사실 그는 지난해 독립영화 <짐승의 끝>으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 캐나다 밴쿠버영화제 등에 초청받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상업영화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조 감독이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하는 감독이 있다”고 한다. 지난해 <파수꾼>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독립영화로는 대박급인 2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고, 로테르담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영화제를 휩쓴 윤성현(30) 감독이다. 영화계에선 두 사람을 한국 영화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는 데 이견이 없다. 둘은 2008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 전공 25기 동기생이다. 짓궂은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절친’이기도 한 조성희, 윤성현 감독을 13일 서울 잠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늑대소년>의 판타지와 <파수꾼>의 사실주의 미학. 추구하는 영화의 결은 다르지만, 두 감독은 스필버그와, 에스에프(SF), 괴수 장르를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윤 감독은 조 감독에 대해 “사실주의적인 면이 많은 저로선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만화적 상상력을 갖고 있고, <늑대소년> 같은 감성을 원래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아카데미에서 조 감독이 만든 <코스믹 체임버>라는 2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충격적으로 뛰어난 영상이었어요. 그전엔 서울대를 나온, 조용한 사람이라고만 여겼거든요. 성희 형은 창의성과 성실성 등 여러 면에서 자극을 주고, 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늑대소년>의 흥행에 대해 “성희 형이 진짜 부럽다”고 솔직히 말했다. 조 감독은 윤 감독에 대해 “평소엔 나사가 하나 풀린 것같이 헐렁하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땐 ‘쟤는 (영화아카데미에) 어떻게 들어왔나’ 싶을 정도(웃음)”였는데, 어느 날 윤 감독이 만든 <영종도>라는 7분짜리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른, 생전 처음 보는 특별함이 있는 영화였어요. 성현이한텐 영화적인 표현과 감각이 몸에 배어 있더라고요.” 조 감독은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시지(CG) 관련 개인사업과 애니메이션 회사 직원 생활을 4년 정도 했다.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에 3년 전 직장을 아예 그만두었다. 그는 봉준호, 데이비드 린치, 임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살인의 추억>을 보는데, 볼 때마다 (이렇게 뛰어난 영화를 만들려면) 한 50년쯤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야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곤 해요.”(윤) 윤 감독은 어릴 적부터 영화 아닌 걸 꿈꿔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시네 키드’다. 대학에서도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저는 처음부터 (꿈이) ‘그냥, 영화’였던 것 같아요.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맨날 영화만 보고, 반에선 꼴찌만 했죠.”(웃음) 좋아하는 감독을 묻자 “봉준호, 김태용, 폴 토머스 앤더슨, 코언 형제,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 켄 로치, 거스 밴 샌트, 마틴 스코세이지, 김지운…” 하며 쭉 읊어 놓고는, 한참 뒤 “더 추가해도 되냐”며 강형철 감독을 보탰다. 절친한 벗이라지만 각자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자기 시나리오를 보여준다고 해도 저는 투자가 결정되고 난 뒤에 보여달라고 해요. 그 전엔 보면, 재밌는 부분을 제가 따라 쓸 수도 있을 테니까요.”(조) “창작자는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준비중인 시나리오를 보여주진 않아요.”(윤) 두 신예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까. 포부를 물어봤더니 둘 모두 ‘겸손함’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머릿속에 있는 욕구들을 영화로 계속 풀어내기 위해선 겸손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자신의 영화에 감탄하는 순간 (감독의) 수명은 끝이 납니다. 칭찬에 들뜨지 말아야죠. 우린 갈 길이 멀어요.” 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는 일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자위하려고 영화를 만들진 않거든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제가 꿈꾸는 영화를 만들면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윤 감독은 요즘 한 투자·배급사와 계약하고 내년 말 개봉을 목표로 에스에프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이터널 선샤인>처럼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면서도 판타지 요소도 녹이고 싶다”고 했다. 조 감독 역시 <늑대소년>보다도 먼저 구상하고 준비해온 에스에프 영화를 다듬고 있다. 조성희표, 윤성현표 에스에프가 나란히 관객에게 사랑받는 풍경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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