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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을 사랑했던 소녀
그녀를 사랑한 소녀

등록 2012-12-02 20:16

영화 <신의 소녀들>
영화 <신의 소녀들>
‘신의 소녀들’
애초에 동성 친구 ‘보이키차’(코스미나 스트라탄)를 사랑하는 여자 ‘알리나’(크리스티나 플루투르)가 수도원에 발을 들인 것부터가 실수였을지 모른다. 알리나가 그곳에 머무는 이유는 오직 수녀가 된 친구 보이키차를 수도원 밖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알리나는 마치 중세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경직된 분위기의 수도원에서 사랑이라는 세속의 감정, 그것도 동성 친구를 향한 애정에 집착하다가 그들만의 믿음에 충실한 신부와 수녀들 사이에서 결국 신경증 발작을 하고 만다. 그곳에서 홀로 고립된 외부인인 알리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분에 못 이겨 화를 내는 것밖에 없다.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의 영화 <신의 소녀들>(6일 개봉)은 알리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멍청한 까마귀 수녀들”과 그들을 이끄는 독선적인 신부의 모습을 차갑도록 사실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한편, 신앙을 포기하지도, 사슬에 묶여 울부짖는 친구 알리나를 외면하지도 못하는 보이키차의 갈등도 고통스럽게 그린다.

독일에서 살던 알리나는 수녀가 된 보이키차를 독일로 데려가려고 고향 루마니아로 돌아온다. 보이키차는 수도원에 계속 머무르려 하고, 알리나는 보이키차를 설득하기 위해 수도원에 남는다. 신을 향한 보이키차의 사랑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싶은 알리나는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과 갈등하다 발작을 일으키고 신부와 수녀들은 알리나에게서 악마를 쫓아내야 한다며 그를 사슬로 묶어 놓고 성 바실레이오스 기도문을 읽는 퇴마의식을 진행한다.

이 이야기는 2005년 루마니아 몰도바 지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삼았다. 한 소녀가 정교회 수도원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귀신이 붙었다는 누명을 쓰고 갇혀 지내다 죽은 사건을 다룬 2006년 작 논픽션 <죽음의 고백>(타티아나 니쿨레스쿠 브란 지음)이 원작이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비욘드 더 힐스’다.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는 2007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신의 소녀들>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작품은 기독교에서 금기시되는 낙태와 동성애 문제를 다뤘다는 점, 폭력에 대해 참혹할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문지우 감독은 수입·배급사를 통해 내놓은 영화소개 자료에서 “<신의 소녀들>은 사랑과 자유의지, 사람들이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행하는 행동들, 부당함에 맞서 정당한 것을 말하는 일의 어려움, 자신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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