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웨스 앤더슨 감독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

등록 2005-08-10 17:22수정 2005-08-10 17:23

아기자기한 바다퐁경 눈이 즐겁네
올초 베를린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이 극장 개봉을 건너 뛰고 디브이디로 출시됐다. <로얄 테넌바움>에 환호했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아름다운 미술을 스크린에서 구석구석 챙겨볼 수 없는 것에 땅을 치고 안타까워할 일이다. 오웬 윌슨, 빌 머레이, 안젤리카 휴스턴 등 <로얄 테넌바움>의 출연진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재기와 상상력이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적인 영화다.

해양학자이면서 해양 다큐멘터리 감독인 스티브 지소는 지는 해다. 한때는 지소 재단의 꼬마 회원을 잔뜩 거느리며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이제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도 욕만 먹고, 제작비도 마련하지 못할 만큼 빈곤해진데다가 정신적 물질적 지주였던 아내는 곁을 떠났다. 그래도 최근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표범상어에게 잡혀 먹은 동료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는 표범상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 와중에 자신이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청년이 나타나고 그는 ‘어쩌면 내 아들’과 함께 표범상어 추적에 나선다.

<로얄 테넌바움>처럼 어긋난 가족극의 얼개를 가지고 있는 <스티브 지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랑스러운 비주얼이다. 커다란 배의 단면을 잘라 연극무대처럼 만든 세트는 입체 동화책처럼 아기자기하다. 무지개 해마, 게와 표범상어 등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해저동물들은 저마다 알록달록한 무늬와 색채를 자랑하며, 바닷 속 해초마저도 마치 꿈 속의 정원처럼 깜찍하기 이를 데 없다.

이야기는 지소 일행의 항해와 이들이 찍는 다큐멘터리를 영화 속 영화처럼 번갈아 보여준다. 독불장군 지소는 팀원들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고집을 밀어붙이다가 조난을 당하기도 하고 해적을 만나기도 한다. 그 사이 ‘어쩌면 아들’ 네드는 지소가 마음에 뒀던 여기자와 정분이 나서 지소를 점점 화나게 한다.

이야기는 웨스 앤더슨 특유의 엇박자 유머로 넘쳐난다. 지소는 네드에게 당장 성을 지소로 바꾸라고 강요하면서도 네드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고, 작가적 에너지가 넘치지만 영화를 찍을 때는 멋있게 꾸미기 위해 애를 쓴다. 매사에 냉소적이면서도 네드의 사고사에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는 지소의 아내는 무심한 척, 냉정한 척하면서도 인간관계에 연민어린 시선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로얄 테넌바움>의 맥을 잇는다. 영화를 위해 목숨거는 척하면서도 위선적인 지소의 작가적 욕망은 마치 앤더슨의 장난기 어린 자기고백을 듣는 것같아 흥미롭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브에나비스타홈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