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다큐멘터리 애호가들을 위한 축제가 펼쳐진다. 오는 29일부터 9월4일까지 열리는 제2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2005)이 화제의 행사.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를 주제로 진행되는 올해 페스티벌에는 모두 30여개국에서 98편의 작품이 초청돼, 이 가운데 94편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되고 31편은 서울 도곡동 교육방송 본사의 ‘EBS스페이스’에서 상영된다.
‘생명·평화의 아시아’ 주제
하루 15시간씩 94편 방영
본사 전용관선 31편 상영
다큐 사진전도 함께 열려
이아이디에프 조직위원회 권영만 위원장(교육방송 사장)은 9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용면에서 첫 회에 견줘 훨씬 알차게 준비됐다”며, “진실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상상력과 휴머니즘을 고양시키는 다큐멘터리의 정신이 잘 드러난 작품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EBS스페이스’ 다큐 전용관 운영=2004~2005년 세계 주요 다큐멘터리 관련 상을 휩쓴 레오나르드 헴리히 감독의 <달의 형상>을 비롯해 31편의 수준높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레오나르드 헴리히 감독은 이번 이아이디에프2005 심사위원장을 맡아 행사에도 직접 참석한다.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의 후보작에 선정된 안드레이 셀린스키 감독의 <레닌그라드스키의 아이들>, 황윤 감독의 <침묵의 숲> 등 12편도 특별상영회에서 관람할 수 있다. 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후보작 12편 가운데 심사위원단의 심사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작 4편을 선정한다. 수상작은 9월3일 오후 6시20분 폐막식 때 발표한다.다큐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이아이디에프2005 홈페이지(www.eidf.org)에서 예약을 하면 된다.
직접 체험하는 다큐멘터리 축제 현장=인간의 가치와 빈곤 타파에 주목해온 사진작가 최민식씨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전’이 29일~9월16일 교육방송 본사 로비에서 열린다. 또 스리랑카ㆍ파키스탄ㆍ몽골ㆍ베트남ㆍ캄보디아 5개국의 최근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퍼포먼스, 전통음식 시식회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아시아5개국 특별전’도 마련된다. 이밖에 프로듀서, 작가, 카메라맨 등 다큐 제작자들이 참석해 다큐 제작의 문제와 발전 방향을 토론하는 포럼도 30일~9월2일 교육방송 본사 5스튜디오에서 열린다.
미얀마 난민문제를 다룬 개막작 <또다른 생존의 땅, 메솟>의 한 장면. 교육방송 제공
방송 하이라이트=올해도 지난해 1회 때와 마찬가지로 행사기간 내내 아침 7시20분~10시10분과 오후 3시30분~5시50분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면 정규편성 없이 하루 15시간씩 모두 111시간 동안 90여편의 다큐멘터리가 교육방송을 통해 방송된다. △시대의 초상 △전쟁과 평화 △진실을 찾아서 △다큐로 영화읽기 △다큐로 음악듣기 등 13개 섹션으로 나뉘어 섹션별로 매일 같은 시간대에 새로운 작품이 방송되는 시간대별 ‘띠편성’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해 색다르게 조명한 작품들을 모은 ‘다큐로 영화보기’는 토요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40분까지 5편이 잇따라 방송되며, 각 음악 장르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다큐로 음악듣기’는 일요일 같은 시간에 4편이 연달아 방송된다.
또 개막작으로 선정된 윤정현 감독의 <또다른 생존의 땅, 메솟>은 9월1일 밤 11시 전파를 탄다. EIDF 기획안 공모에 당선돼 제작된 이 작품은 미얀마 군사정권을 피해 타이의 메솟으로 탈출한 난민들의 일상과 난민들의 정신적 어머니 ‘신시아 마웅’ 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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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편 고르는데 2천여편 봤어요”
김정기 사무국장
“우리나라처럼 다큐멘터리 소재가 풍부한 사회도 없지만, 이에 비해서 제작 여건이나 관심은 매우 부족한 편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런 간극이 메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 김정기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지난해에 ‘변혁의 아시아’를 주제로 했던 이 행사는 올해는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를 기치로 걸었다. “기존의 아시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대부분 서양인의 시각으로 해석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문제를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측면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훌륭한 교육자료 수두록 눈물없인 못보는 작품도
그는 이 행사가 자칫 일부 제작자와 마니아들만의 행사로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특정 마니아들만 다큐를 즐기지는 않는다”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분들을 위해서 주요 프로그램을 저녁시간에 배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낮시간에 방송되는 ‘시대의 초상‘, ‘전쟁과 평화‘ 같은 섹션은 일선 학교에서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교육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이번 행사기간 일주일 동안 선보일 98편의 작품을 고르기 위해 책임 프로듀서 2명과 함께 2000여편의 작품을 감상했다. 15년째 글로벌센터팀에서 외화수입을 담당해오며 쌓아온 작품을 보는 안목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청이나 관람을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이다 몇 편을 추천했다. “팔레스타인이 겪는 하루하루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체크포인트>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번 행사의 심사위원을 맡은 레오나르드 헴리히의 <달의 형상>은 스타일과 기술이 뛰어난 작품이구요. <형제>라는 다큐는 우리가 풍요롭게 살기보다는 제대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들이니 전부 보세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그에게서 이번 행사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대외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행사가 많지만 저희처럼 특정한 주제의식으로 출품작을 상영하는 행사는 없습니다. 유럽에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행사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윤영미 기자, 오수호 인턴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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