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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제주의 슬픔, 무채색으로 얘기하고 싶었죠”

등록 2012-12-06 20:19

오멸(41) 감독
오멸(41) 감독
제주 4·3 항쟁 실화 바탕 흑백영화
내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제사 지내는 마음으로 영화 만들어”
내년 개봉…독립영화인 직접 배급
독립영화 ‘지슬’ 오멸 감독

<지슬>은 흑백영화다. 오멸(41·사진) 감독은 ‘컬러 색’을 지운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라면 아름다운 색을 떠올리지만, 그 색 안에 슬픔이 있거든요. 무채색으로 이 슬픔을 얘기하고 싶었죠.”

슬픔. 그것은 해방 정국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집회가 제주에서 열린 것을 계기로 남한 군인·경찰이 주민들을 폭도라며 집단학살한 ‘1948년 제주 4·3 항쟁’의 아픔을 말한다. 감독은 배후에 미 군정이 있었다고 영화 막판 자막으로 알린다.

“4·3은 냉전시대에 나온 민간인 학살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사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 영화가 내년 1월17일 미국 유타주에서 개막하는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미국에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처럼,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제에서 <지슬>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우리 관객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4·3이란 사건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그런 슬픔이 있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서도 4·3을 거의 다루지 않고, 4·3위령제에 한 번도 오지 않은 이명박 정부 아래선 무관심의 대상까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2억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무조건 사살하려는 군인들의 총을 피해, 제주 서귀포 ‘큰넓궤 동굴’로 숨은 주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군인 역을 뺀 배우들이 제주 방언으로 연기해서, 화면에 표준어 자막을 띄운다. 메시지를 강렬하게 함축한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듯, 장면 하나하나에 슬픔과 아픔의 정서를 심어놓아 허투루 쓰인 장면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시민평론가상·씨지브이(CGV) 무비꼴라쥬상)을 차지한 화제작이어서, 7일 끝나는 서울독립영화제의 두 차례 특별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4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만난 오 감독은 “4·3은 제주에서 태어난 내가 어느 순간 (영화로) 만날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했다. 영화는 마지막에 희생자들이 숨진 곳곳마다 ‘지방’(제사 지낼 때 망자의 혼을 모시려고 쓰는 종이)을 태우며 넋을 기리는 등 제례 형식을 도입했다. 마지막 그 장면은 제주섬에 묻힌 ‘4·3의 슬픔’을 뜨겁게 전한다. 감독은 “그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제주 방언인 <지슬>은 ‘감자’를 뜻한다. 영화에서 감자는 살아남으려고 먹는 생존과, 죽음의 공포에서 견뎌내는 희망의 장치로 쓰인다.

이 영화 관람을 고대하는 관객들에겐 아쉽게도 <지슬>은 내년 3월에 개봉한다. 오 감독은 “독립영화들은 상영관을 잡기 너무 어렵다. 그래서 <지슬>은 독립영화인들이 직접 배급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3주 동안 먼저 개봉한 뒤, 이후 지역별 독립영화협회가 해당 지역 상영관을 잡아 일제히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지역 배급만 수입·배급사 ‘진진’이 맡는다. 그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독립영화인들에게 우선 제주에서 1만명 관객을 채우고 오겠다고 했다”며 이 약속이 실현되기를 기대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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