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뜻밖의 여정>(호빗)
‘초고속프레임 3D’ 기술의 호빗
1초에 48개 연속 이미지로
골룸 얼굴의 구멍까지 선명
똑같은 동선을 2대 카메라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촬영
키 비슷한 배우 키 차이 커져
1초에 48개 연속 이미지로
골룸 얼굴의 구멍까지 선명
똑같은 동선을 2대 카메라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촬영
키 비슷한 배우 키 차이 커져
최근 일본 기자회견에서 만난 피터 잭슨 감독의 손은 ‘곰발바닥’처럼 두툼해 보였다. 그 투박한 손으로, 그는 자신의 신작 <호빗: 뜻밖의 여정>(호빗·사진)에서 정교한 촬영기술을 구사하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화질로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는 데 도전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환상의 세계인) 중간계에 와 있는 듯하고, 그 세계를 실제로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13일 개봉하는 <호빗>은 내 눈 앞의 사물을 직접 보는 듯한 선명한 화면을 펼쳐놓는다. 이 작품은 1초에 48개의 연속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초고속 프레임레이트(HFR) 입체영상(3D)’ 촬영기술을 개발해 찍은 첫 장편영화다. 1927년부터 85년간 영화 표준이었던 ‘24프레임’보다 1초당 관객이 볼 수 있는 이미지 개수를 2배 늘렸기 때문에, 사람의 움직임이 좀더 부드러워지고 사물의 이미지가 또렷해졌다.
입체영상 특유의 이미지 번짐 현상도 잡아내, 169분의 상영시간 동안 ‘3디 안경’을 끼고 있다는 약간의 거추장스러움만 있을 뿐 눈의 피로감이 거의 없다. 영화 속 ‘골룸’의 미세한 얼굴피부 구멍까지 화면에 드러난다. 생생한 화면과 입체영상의 깊이감까지 더해져, ‘난쟁이족 원정대원’들이 새의 등에 업혀 하늘을 날 때 관객도 허공을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호빗>은 평면영상(2D), 24프레임 입체영상(3D), 초고속프레임 입체영상(3D), 화면이 큰 ‘아이맥스 초고속프레임 입체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상영된다. 영상기술의 진보라 할 수 있는 ‘초고속프레임 3디’를 보려면 48프레임 영상을 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별도의 상영관을 찾아서 관람해야 한다. 롯데시네마 기술팀 강철응씨는 “잭슨 감독이 만든 48프레임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해 새로 교체하는 등 일부 극장의 영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씨지브이는 전국 77개관, 롯데시네마는 67개관에서, 고화질과 입체감을 동시에 맛보는 ‘초고속프레임 3디’를 상영한다. 다만 ‘초고속프레임 3디’의 화면이 고화질 티브이(TV)를 보듯 선명해, 오히려 비현실 세계를 다루는 이 영화의 판타지 느낌을 다소 훼손시킨다고 받아들이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잭슨 감독은 이 영화에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이란 촬영기법도 선보인다. 키가 비슷한 배우들이지만, 한 화면에 키 차이가 크게 나도록 담아내는 촬영기술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쪽은 “1번 카메라는 일반 세트에서 난쟁이·호빗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촬영하고, 컴퓨터 통제에 의해 1번 카메라 앵글과 똑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는 2번 카메라가 (배우의 크기를 늘리는 등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가능한 녹색 배경세트인) 그린 스크린세트에서 난쟁이족들의 대사를 들으며 함께 연기하는 ‘간달프’를 동시에 촬영한 뒤, 두 세트에서 찍은 화면을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이 영상마법 덕에, 호빗족인 주인공 ‘빌보 배긴스’와 ‘난쟁이족 원정대원들’, 키가 이들보다 곱절은 커 보이는 마법사 ‘간달프’가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대화하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피터 잭슨 감독은 “배우들의 크기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 골칫거리였는데,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기술을 개발해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 때는 불가능했던 기술이었다”고 밝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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