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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잊혀가던 ‘5·18의 아픔’ 상기시킬 수 있어 보람”

등록 2012-12-16 20:04

‘26년’ 전두환 역 장광
‘26년’ 전두환 역 장광
‘26년’ 전두환 역 장광
1998년 ‘3김시대’서 전두환역
‘도가니’ 연기 신뢰감 줘 발탁
“다음엔 코믹한 역도 했으면”

배우 장광(60)이 이 배역과 만난 것이, 어찌 보면 ‘운명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드라마 <제4공화국>(1995년)에서 소장 계급의 군인 역을 연기한 그는 ‘전두환 역’을 맡은 배우와 함께 촬영했던 기억을 되짚었다. “감독님이 제가 더 전두환과 비슷해 헷갈린다며 모자를 쓰고 다시 찍자고 하더군요.” 그 감독이 다른 드라마 <3김시대>(1998)를 연출하면서 아예 전두환 역으로 장광을 캐스팅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률 부진으로 중도에 끝나고 말았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26년>의 제작진은 전두환 역을 하기로 한 배우 변희봉이 하차하자, 장광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그저 머리 모양이 비슷해서가 아니었다. 지난해 영화 <도가니>에서 악역을 통해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신뢰 때문이었다. 웬만한 연기자들이 ‘뒷방 늙은이’로 취급받는 나이 육십에 그가 자신만의 존재감과 연기 열정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이 배역이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존 인물이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나 드라마 <3김시대>에서 (전두환 역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을 다시 평가받을 수 있겠다 싶어 선뜻 하게 됐죠.”

관객 250만명을 넘기며 흥행중인 <26년>에서 장광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의 자녀들이 단죄하려는 전직 대통령 역을 맡아 관객의 공분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그를 겨눈 총구가 총성을 울리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마음속으로 “쏴!”라고 외쳤다는 관객들의 감상평이 온라인에 자주 올라온다.

영화에서 그는 전직 대통령을 처단하려는 5·18 유족의 자녀들을 향해,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감정이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말이야”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읊조린다.

그는 “내가 영화를 보는데도, ‘관객들에게 참 얄밉게 들리겠구나’ 느껴졌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칠순 잔치 등 여러 자료화면을 찾아봤다는 그는 “그분 나름대로 추종세력을 이끄는 보스 기질과, 경상도 사투리가 강하지 않은 억양, 알파벳 ‘유’(U)자를 거꾸로 한 모양으로 입을 다무는 특징들을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잊혀가던 5·18의 아픔과 역사를 다시 상기시킬 수 있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보람된다”고 했다.

“5·18 이후 32년이 지났지만 유족과 생존자들은 가슴에 응어리를 안은 채 살아가잖아요. 그 마음을 풀어줄 수 있게 지금이라도 ‘그분’이 (사과나 사죄 같은) 어떤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인가?”라고 어리둥절할 만큼 지난해부터 배우로서 바쁘게 보내고 있다. 1978년부터 성우로 일해온 그는 <26년>과, 관객 1200만명을 넘긴 <광해: 왕이 된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 <음치 클리닉> 등 현재 상영작 4편에 동시 출연하고 있다. “다음엔 코믹한 역도 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영화현장을 잘 모르니까 카메라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모른 채 찍을 때가 많다. 아직도 1년차 신인배우 같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청어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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