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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혁명기 파리…스크린으로 옮긴 뮤지컬 이상의 뮤지컬

등록 2012-12-16 20:06

영화 <레미제라블>
영화 <레미제라블>
톰 후퍼 감독의 ‘레미제라블’
매킨토시의 뮤지컬 영화화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
배우 개개인 감정 표현 극대화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

카메라는 미간에 수심이 서린 장 발장(휴 잭맨)의 얼굴을 수시로 클로즈업한다.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Who am I) 하고 묻는 장 발장의 목소리만큼이나, 화면을 가득 채운 그의 깡마른 얼굴에 퍼지는 근심과 고뇌도 관객에게 가깝게 전달된다. 뮤지컬로 <레미제라블>을 봤건 아니건, 이제 관객은 죽음을 앞두고 “나는 꿈을 꾸었죠”(I dreamed a dream) 노래하면서 짧은 여름처럼 지나버린 행복한 기억을 되새기는 팡틴(앤 해서웨이)의 깊은 눈을 비로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코제트(어맨다 사이프리드)만 바라보는 마리위스(에디 레드메인)를 잊지도 못한 채 비가 쏟아지는 골목길을 “나 홀로”(On my own) 걸으며 노래하는 에포닌(서맨사 바크스)의 몸에 닿는 빗방울이 얼마나 따끔할지, 그의 몸을 오롯이 잡는 화면 덕택에 그 통각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레미제라블>이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1985년 처음 제작한 뮤지컬을 다시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란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과연 영화가 27년 동안 흥행한 이 뮤지컬을 만족스럽게 재현할지 여부일 테다.

매킨토시가 직접 나서서 영국의 영화 제작사 워킹타이틀과 함께 제작한 <레미제라블>을 미국(25일 개봉)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다. 한국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영화 <레미제라블>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은 뮤지컬처럼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며 연기한 배우 개개인의 감정 표현을 집중적인 클로즈업과 잦은 풀샷으로 극대화하려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노래를 사전 녹음하는 대부분의 다른 뮤지컬 영화들과 달리 <레미제라블>에서 배우들은 모두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 “배우들이 노래를 립싱크하는 데서 자유로워지면서 좀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된다”는 감독의 판단 때문이었다.

장 발장(휴 잭맨)
장 발장(휴 잭맨)
출연진은 노래에 감정을 능숙하게 몰입시킨다. 휴 잭맨은 2004년 뮤지컬 <더 보이 프롬 오즈>로 토니상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뮤지컬로도 이름난 배우다. 앤 해서웨이는 모든 것을 잃은 비참한 팡틴의 모습 그대로다. 2010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기념공연 때 에포닌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 서맨사 바크스도 노래와 연기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영화화되면서 얻은 또다른 강점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데 따른 자유로운 공간 표현이다. 죄수들이 바닷가에서 거센 물살을 헤치며 배를 수리하는 첫 장면의 묵직함은 압도적이다. 감독의 말처럼, 19세기 초반 가난과 혁명기의 혼란이 뒤섞인 파리는 음산한 회색 건물과 진흙투성이 거리, 더러운 하수구 등을 통해 사실적으로 재현되면서도 극적인 상상력의 여지를 전한다. 테나르디에 부부(헬레나 본햄 카터·사카 배런 코언)의 떠들썩하고 퇴폐적인 여관이나 학생운동가들이 거리에 가구 바리케이드를 쌓는 과정도 영화에 환상동화 같은 분위기를 입힌다.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는 넓고 방대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청년 죄수 장 발장과 그를 쫓는 형사 자베르(러셀 크로), 미혼모 팡틴부터 그들보다 한 세대 아래인 코제트·마리위스·에포닌의 이야기 등 여러 인물의 사연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인물들의 슬픔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 중후반 학생운동가들의 혁명 실패를 거치면서 공유할 만한 아픔으로 확장된다. 미약한 혁명가들이 스러지는 모습이 영화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작품의 비극성은 더 또렷한 소구력을 얻는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뮤지컬과 거의 비슷한 시간(158분) 동안 한순간도 느슨할 틈 없이 진행된다. 뮤지컬 이상의 풍성한 체험이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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