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
미하엘 하네케 영화 ‘아무르’
2번째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전작의 격렬함 뺀 잔잔한 울림 <아무르>(19일 개봉)는 70살 감독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사랑(아무르) 이야기’다. 그는 “평생 사랑하고 의지했던 사람이 어느 날 반신불수가 되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사랑의 가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품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갑자기 치매와 중풍이 닥친 아내와 그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음악가 출신의 ‘조르주’(장루이 트랭티냥)와 ‘안’(에마뉘엘 리바)은 80대 노부부다.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두 동반자의 다정한 일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부부는 안의 피아니스트 제자의 연주회를 함께 보며 데이트를 하고, 남편은 백발 아내에게 “오늘따라 더 예쁘다”고 말한다. 다음날 아침, 갑자기 아내 안의 오른쪽 몸이 마비된다. 조르주는 점점 더 쇠약해지는 안을 돌본다. 그는 “병원에는 절대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안을 위하는 동시에, 안을 사랑하는 자신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히든> 등에서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으로 관객을 괴롭혔던 이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사랑’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 가치를 묻는 이번 영화는 다소 의외처럼 보인다. 이전 영화에서 보여줬던, 갑작스레 긴장을 조성해 관객을 놀래는 방식으로 조르주의 막막함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아무르>는 잔잔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분명히 그의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 하네케는 올해 이 영화로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두번째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안에게 느닷없이 마비 증세가 나타난 아침, 놀란 조르주의 얼굴과 조르주를 바라보는 안의 뒷모습이 한 화면을 가득 메운다. 뒤이어, 같은 상황의 맞은편 시선에서, 이번엔 표정이 사라진 안의 얼굴과 함께 안을 바라보는 조르주의 뒷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서로의 삶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방금 전까지 평온한 모습으로 일생을 같이해온 두 사람에게 ‘분리’가 닥쳐온 것이다. 2시간 동안 이 영화가 전하는 건 죽음이라는 영원한 분리를 눈앞에 둔 채 같이 보낸 시간을 거둬들이며 공동의 인생을 꾸려온 동반자에게 책임을 지는 자세다. 이제 저물어 정리되는 서로의 일생에 대한 예의에 관한 영화이다. 감독이 ‘사랑’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티캐스트 제공
전작의 격렬함 뺀 잔잔한 울림 <아무르>(19일 개봉)는 70살 감독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사랑(아무르) 이야기’다. 그는 “평생 사랑하고 의지했던 사람이 어느 날 반신불수가 되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사랑의 가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품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갑자기 치매와 중풍이 닥친 아내와 그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음악가 출신의 ‘조르주’(장루이 트랭티냥)와 ‘안’(에마뉘엘 리바)은 80대 노부부다. 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두 동반자의 다정한 일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부부는 안의 피아니스트 제자의 연주회를 함께 보며 데이트를 하고, 남편은 백발 아내에게 “오늘따라 더 예쁘다”고 말한다. 다음날 아침, 갑자기 아내 안의 오른쪽 몸이 마비된다. 조르주는 점점 더 쇠약해지는 안을 돌본다. 그는 “병원에는 절대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안을 위하는 동시에, 안을 사랑하는 자신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히든> 등에서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으로 관객을 괴롭혔던 이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사랑’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 가치를 묻는 이번 영화는 다소 의외처럼 보인다. 이전 영화에서 보여줬던, 갑작스레 긴장을 조성해 관객을 놀래는 방식으로 조르주의 막막함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아무르>는 잔잔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분명히 그의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 하네케는 올해 이 영화로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두번째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안에게 느닷없이 마비 증세가 나타난 아침, 놀란 조르주의 얼굴과 조르주를 바라보는 안의 뒷모습이 한 화면을 가득 메운다. 뒤이어, 같은 상황의 맞은편 시선에서, 이번엔 표정이 사라진 안의 얼굴과 함께 안을 바라보는 조르주의 뒷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서로의 삶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방금 전까지 평온한 모습으로 일생을 같이해온 두 사람에게 ‘분리’가 닥쳐온 것이다. 2시간 동안 이 영화가 전하는 건 죽음이라는 영원한 분리를 눈앞에 둔 채 같이 보낸 시간을 거둬들이며 공동의 인생을 꾸려온 동반자에게 책임을 지는 자세다. 이제 저물어 정리되는 서로의 일생에 대한 예의에 관한 영화이다. 감독이 ‘사랑’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티캐스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