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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헐거운 영웅담에 뻔한 재난영화
화려한 특수효과 영상은 압도적

등록 2012-12-23 20:10

영화 <타워>
영화 <타워>
영화 ‘타워’
화재, 물난리, 엘리베이터 추락, 건물 붕괴까지. 25일 개봉하는 영화 <타워>(김지훈 감독·사진)는 현대인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재난을 모아놓은 영화다. ‘고층 빌딩에서 일어난 화재’가 모든 재난의 시발점이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최초의 원인이 촉발하는 다양한 위기상황이 연이어 발생해, 시각적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김지훈 감독 역시 18일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워>가 “수많은 재난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워>는 지난해 <7광구>에 이어 김지훈 감독이 한번 더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연출한 영화다. 제목부터가 197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 <타워링>(1974)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서울 여의도 중심에 우뚝 선 108층 고층아파트 ‘타워스카이’가 배경이다. 그곳에선 로또에 당첨돼 새로 입주한 교회 장로나 국회의원 같은 사회의 상류층이 살고, 건물의 관리를 책임지는 직원들, 청소노동자들이 일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타워스카이 건물주가 입주민들을 위해 헬기를 동원한 무리한 이벤트를 진행하다 불이 나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살신성인하는 소방대원(설경구)과, 딸을 구하려는 아빠(김상경)의 부성과, 재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로맨스(김상경·손예진) 등 익숙한 이야기 요소들이 예상 가능한 순서로 진행된다.

<타워>의 주인공은 개성 없는 인물들이나 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화려한 특수효과다. 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재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지만 그런 지점이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표현되진 않는다. 김 감독이 “총 3000컷 가운데 시지(CG·컴퓨터그래픽)가 1700컷이다. 시지의 힘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듯이 <타워>는 특수효과가 압도적인 영화다. 하지만 헐거운 이야기 위에 특수효과를 덧입힌 탓에 영화는 관객에게 인물들이 겪는 공포스런 고난을 통해 그 상황을 초래한 사회의 구조적 탐욕을 되돌아보게 하기보다는 ‘와~’ 하는 감탄만 하게 만든다. 그곳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의 탐욕이 화재의 최초 원인과 연관이 있다는 점, 건물주가 생명보다는 경제적 손해를 먼저 고려하는 모습, 사회적 위치에 따라 구출 순서에도 위계가 존재하는 상황 등은 사회를 직접 꼬집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모든 이야기들은 직업정신 투철한 한 개인(소방대원)의 희생적인 영웅담에 흡수되고 만다.

<해운대>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여럿 있다. 재난을 소재로 삼으면서 특수효과를 통해 압도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려 했고, 설경구·손예진·김상경·김인권·김성오 등 여러 명의 배우가 비슷한 분량을 할당받아 출연한다. 게다가 설경구와 김인권은 <해운대>에 이어 <타워>에도 출연했다. 2009년 여름의 <해운대>가 그랬듯, 올 연말 극장에서 편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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