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워>의 김지훈(42) 감독
관객 300만 넘긴 ‘타워’ 김지훈 감독
‘7광구’는 저의 영화적 가치 실패
집행유예 맘으로 찍은 ‘타워’ 흥행
관객들이 마음 조금 열어주신 것 완성도 높이고 싶은데 아직 부족
대중영화 지향점 뭔지 계속 의문 중3때 63빌딩 보고 화재 악몽 꿔
그 기억이 바탕돼 시나리오 썼죠 영화 <타워>의 김지훈(42·사진) 감독이 4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들려준 말 가운데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 기자는 영화의 흐름상 어색하게 느껴진 부분과 신파적인 분위기 등에 대해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김 감독은 “영화의 연출이라든지 내용에 대해 질문받는 게 기쁘다”며 열정적으로 답했다. 2011년 그의 전작인 영화 <7광구>가 공개된 뒤엔 “인터뷰 요청도 없었고, 누구한테서도 영화 연출에 대해 질문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손익분기점이 관객 400만가량이었던 <7광구>는 224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완성도 면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재난영화 <타워>는 5일까지 32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중이다. 약 13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450만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평일에는 10만여명대, 주말이면 30만여명대까지 하루 관객 수가 쌓이고 있는 지금 분위기라면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직히 천만다행이에요.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나름의 가치를 두고 영화를 찍는데 <7광구>에선 제가 생각한 영화적 가치가 실패했죠. <타워>는 영화감독으로서 집행유예 기간이라 생각하면서, 그 집행유예가 풀려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개통되길 바라면서 찍었어요. 다행히 조금은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 같아요.” 흥행 성적은 좋지만 이번에도 평단의 평가는 차갑다. 2007년 연출작 <화려한 휴가>나 지난해 그가 제작자로 참여한 <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야박한 평가가 야속할 법도 한데, 김 감독은 “받아들이기 힘든 비판은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속상했다가도, 며칠 지나면 ‘내가 잘 못 찍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라는 요구인 것 같아요. 저도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거고요. 공부는 많이 하는데 성적은 안 오르는 것처럼요.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하는 생각은 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그는 모든 영화가 같은 기준에서 분석되고 평가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했다. “영화는 올림픽 메달 경쟁처럼 일렬로 순위가 매겨지고 평가되는 게 아니잖아요. 상업·대중영화가 어느 위치에서 무얼 지향하면서 어떤 미덕을 보여주느냐는 관점에서 만듦새를 평가해야 하는데, 다른 평가 기준을 가지고 대중영화를 평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있어요.” 그는 “제 아내도 가끔 ‘당신은 왜 좀더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지 않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깊이에의 강요>란 책을 읽어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감독은 “저한테는 밥벌이를 위한 중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1년에 영화를 3~4편 정도 보는, 머리보단 마음으로 영화를 받아들이는 남녀노소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도 말했다. “건전한 자본으로 상업영화를 찍는 감독으로서 투자자에게 최소한 손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자본을 잘 활용해 관객들이 만족하는 영화를 찍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충족된 이후에 감독의 농익은 생각을 드러내자는 게 제 개인적인 감독론이에요. 영화의 출발선엔 열정, 과정 속엔 감독의 재능이 필요하고, 결론엔 관객과 투자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세 박자가 연출자로서 제겐 중요한 항목이에요.” <타워>는 대구가 고향인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에 놀러와 63빌딩을 처음 보고 감탄한 뒤 밤에 그 빌딩에 화재가 나는 악몽을 꿨던 기억에서 비롯된 영화라고 한다. <화려한 휴가>를 만든 직후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어린 시절, 보고 나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타워링>에 대한 강렬한 기억도 당연히 반영됐다.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걸 당연히 알았고, 법률 자문을 받아가며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정서는 예컨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여성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아들의 등록금을 먼저 걱정하는 장면에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장면이 어딘지 어색하고 신파적으로 느껴진다고 하자, 그는 “그 어머니에겐 아들이 살아가는 이유인 거죠. 그 장면이 없으면 영화에서 청소부인 어머니가 끝까지 살아남을 이유가 없어지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영화에서 그 여성은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아들과 만난다. 김 감독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영화에서) 죽지 않아야 한다는 판타지랄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건물주이자 기업체 회장의 행방이 영화가 3분의 2 정도 진행된 지점부터 묘연해지는 점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그 회장을 죽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권선징악을 하는 게 중요할까 싶었죠. 그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현실에선 재난의 책임자에게 책임이 잘 안 물어지잖아요?” 일부 관객들이 의아해 하며 궁금증을 토로하는 데 대해선 “감독은 생략이라 생각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관객은) 비약으로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 간극도 아마도 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같다”란 답을 내놨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시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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