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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한테 다문화소년 배우래요. 근데 다문화가 뭐예요?”

등록 2013-01-06 20:40수정 2013-01-07 16:00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 뮤지컬 배우를 뽑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을 맡은 지대한(오른쪽)군과 황용연군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 뮤지컬 배우를 뽑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을 맡은 지대한(오른쪽)군과 황용연군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마이 리틀 히어로’ 지대한·황용연

뮤지컬 ‘정조’ 배우 뽑는 오디션서
차별 이겨내고 꿈 이루는 스토리
대한 ‘눈물연기’ 용연 ‘감초역’ 톡톡
“춤연습 힘들었지만 연기 재밌어요”
“우주에 가고 싶어요.”

지대한(12)군의 꿈은 우주비행사다. 3월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대한군은 3학년 때부터 “그냥, 우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외계인도 보고 싶다”며 쌍꺼풀이 예쁘게 진 까만 눈을 반짝인다. 그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필리핀계 혼혈인 ‘김영광’ 역으로 데뷔한 신인 배우다.

영화에서 김영광의 단짝 친구이자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아프리카 가봉계 혼혈인 ‘이성준’을 연기한 황용연(13)군도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이다.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용연군은 “원래 육상 선수가 되고 싶었고, 배우에도 약간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새하얀 이가 활짝 드러나는 함박웃음이 용연군의 전매특허다. 두 소년을 3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문화 소년이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아빠를 찾기 위해 뮤지컬 오디션에 나가는 내용이에요. 나쁜 회사에서 다문화 소년을 탈락시키려고 하지만 소년은 그 차별과 시련을 이겨내고 자기 꿈을 이뤄가는 스토리예요.”

용연군의 설명대로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김영광’이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정조’를 뽑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뮤지컬감독과 소년들이 짝을 이뤄 오디션을 치르는 게 프로그램의 규칙이다. 김영광의 짝인 무명 뮤지컬감독 ‘유일한’(김래원)은 처음엔 김영광이 여느 아이들과 생김새가 다른 혼혈아라며 실망하지만 점차 깊은 유대를 쌓아간다.

용연군의 말처럼 “소년 덕분에 나쁜 아저씨(김래원)도 성격이 좋아지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런 장면마다 “그냥, 눈물이 났다”는 대한군의 본능적인 감성 연기와 용연군의 톡톡 튀는 감초 구실 덕분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관객들 마음에 다가선다. 용연군은 “김영광이 어린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마지막 공연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와 이별하는 장면이다.

대한군은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랑 두살 아래 남동생 대성이와 함께 경기도 안산에서 산다”고 했다. 요즘은 방학 숙제에, 영화 홍보에, “집에 언제 오냐고, 게임기를 켜 달라고 자꾸 조르는” 동생의 어리광까지 받아주느라 바쁘단다.

용연군은 가나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났다. 중학교 1학년인 누나 도담,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 성연과 산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지금은 세 남매가 다니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지구촌학교’ 운영자가 세 남매의 친권을 맡아 “새아빠”가 됐다고 한다.

두 소년이 선뜻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다. 2011년 여름,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방과후 돌봄교실을 여는 경기 안산의 다문화센터에서 대한군을 눈여겨본 김성훈 감독이 출연을 제의했지만 대한군은 어리둥절해하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뒤 결국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대한군은 “한번도 안 춰본 춤을 연습하는 게 힘들었지만 연기가 재미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지인의 추천을 받고 캐스팅한 용연군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영화배우의 꿈을 이룰 좋은 기회’라는 누나의 강력한 권유에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두 배우를 가까이서 지켜본 정훈영 조감독은 “기존의 아역 배우들과는 다른 순수함이 대한이와 용연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억지로 감정을 짜내지 않고, 감수성도 남다르다”고 한다. 두 소년은 화면에 나온 자기 모습을 보는 건 아직 부끄럽지만, 둘 다 앞으로 연기를 더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둘은 2011년 10월 영화 대본 연습 때 처음 만났다. 낯가림 탓에 처음엔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절친한 사이다. 대한군은 용연군의 동생인 동갑내기 성연과도 친해졌다. “사실 성연이가 저한테, 형보다 제가 더 좋다고 했어요”라며 대한군은 용연군도 몰랐던 비밀을 인터뷰 도중 밝혔다. 용연군은 깜짝 놀란 듯 몇 번이나 “정말이야?” 하고 되물었다.

밝고 명랑한 두 소년은 학급 친구들과 대체로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용연군은 “영어 시간에 영상자료에 흑인 소년이 등장했는데 반 친구들이 그 아이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웃었을 땐 한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싫었다”고 말했다.

대한군의 요즘 고민은 “(이)광수 형이 학교에 올까 안 올까”다. 이광수씨는 극중 김래원씨의 친구인 무명 뮤지컬배우 역을 맡았다. 영화가 100만 관객을 모으면 이씨가 대한군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깜짝 방문’ 하기로 약속했단다. 그래서 “일단 100만명은 넘어야 하고, 1000만명 욕심도 조금은 있다”고 했다. 대한군은 친구들에겐 “(김)래원 형이랑 내가 팀이 돼서 공연하는 거야. 공연이 재미있어. 광수 형, 용연 형, 래원 형이 웃기니까 꼭 봐” 하고 추천하고 싶단다.

용연군은 영화를 소개하면서 ‘다문화 소년’이라는 말을 스스로 쓰기는 했지만, “사실 ‘다문화’는 평소에 내가 많이 쓰진 않고, 자주 듣는 단어인데 뜻은 잘 모르는 단어”라고 했다. 옆에서 대한군이 간단히 뜻을 정리했다. “음 그냥, 엄마나 아빠 중에 한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와서 결혼한 게 다문화 아니에요?”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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